-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건
희야..
아부지 나이도 나이지만 수술 부위가 너무 위험한 곳에 있다 한다 아이가,
의사들도 지난번 하고는 달라. 자신도 없어 보이고 수술하다가 마비가 올 수 있다고 하고
합병증도 많이 일어난다 하더라 그 얘기 다 들으면 도저히 수술하자고는 못해
아버지 나이가 있다 아이가. 그래서 우리 둘이 이야기 오래 했다.
여보~ 당신은 수술해서 더 오래 살고 싶겠지만 수술하다가 잘못될 수도 있으니까
우리가 사는 동안 그냥 지금처럼 지내는 게 더 낫지 않겠나.
당신 수술하고 말도 못 하고 내도 아~들도 못 알아보면 그게 무슨 사는 거겠노..
내가 당신 잘 돌봐 줄게 이러다가 10년도 더 살 수도 있다 사람 생명은 알 수 없잖아.
그렇게 내 설득했다.. 아버지도 수술 자신이 없다 하시더라.. 그게 낫겠다 하시더라..
우리 둘이 손잡고 어제 많이 울었다.
아..
두 노부부의 지난밤이 얼마나 깜깜하고 외로웠을지..
밤사이 얼마나 많은 희망의 나무들이 쓰러져 갔을지..
의지할 데라고는 서로의 얼굴을 닮은 두 사람밖에 없는 지독한 밤을
나는 감히 상상하지 못한다.
자식 입장에서 억장이 무너지는 일이었지만
지금 그 누구보다도 고통스럽고 고독한 아버지만 할까
검사실 앞에서 일일이 지켜봐야 했고 끝내 설득할 수밖에 없었던 배우자만 할까
그리고 더 기가 막힌 사연들이 얼마든지 있는 세상에서
나만 목놓아 울 수는 없다는 것도 알지만
그날만큼은 세상에 용서를 구하고 무릎을 꿇은 채 목놓아 울었다.
힘들게 검사만 하고 그냥 퇴원하시는 날
이 나이에 그게 뭐 대수냐며 태연히 앞서서 걸으시던 아버지
달려가 손을 잡아 드리니 빙그레 웃으시던 아버지
웃는 듯 우는 듯 보였던 아버지의 얼굴보다
주삿바늘로 시커멓게 퉁퉁 부은 아버지의 손등이 더 아팠다.
그런데도 수술을 못하시게 되어 너무나 서러웠다.
3년 전 복부대동맥류 수술,
그것이 아버지에게 마지막 시련이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지만 나는 안다.
세상이 얼마나 많은 기적을 품고 있는지
완벽한 완쾌만이 기적은 아닐 것이다.
아버지의 환한 얼굴을 보고
아버지의 두툼한 손을 잡아드리고
아버지와 걷는 이 모든 시간이 모두 기적이다.
우리는 더 자주 서로의 얼굴을 볼 것이고
더 많은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것이다
부디 삶이 호의를 베풀기를,
자비를 베풀기를 간절히 바라며
아버지의 손을 더 꼭 잡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