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방학이 되면 신난다.
참고로 나는 학생이 아니다. 그렇다면 나는 선생님?
그런 우스개 광고를 본 적이 있다.
학교 가기 싫다... 나는 선생님이다..
배시시 웃었던 재미있는 광고였지만 나는 선생님도 아니고 그냥 엄마다.
엄마이지만 나는 방학이 좋다.
대부분의 엄마들은 방학을 반기지 않는 눈치다.
세끼 식사를 챙겨야 하고 그마저도 아이들 기상 시간과 학원 시간이
엇갈리면 하루 대여섯 끼는 기본이다.
그러나 힘든 건 따로 있다는 것. 소파와 한 몸이 되어서 폰만 들여다보는 꼴을
매일같이 지켜보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동감이다.
하지만 다행인지 불행인지 내 안에는 여전히 천진난만함이 남아 있어서
여름을 좋아하고 ‘여름은 방학이지’ 하며 철없이 방학을 반긴다.
어릴 때는 단순한 이유로 여름을 좋아했다.
생일이 여름에 들어 있기도 하고 추위에 워낙 약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복숭아와 자두를 마음껏 먹을 수 있는 여름이 좋았다.
겨울의 귤도 너무 좋아해서 겨울을 좋아한다 해야 하나
심각하게 고민한 적이 있었지만 여름의 옥수수를 도저히 이기진 못했다.
그랬던 기억 때문일까.
매년 찾아오는 여름을 매번 환대하며 축제처럼 즐기는 취미가 생겼다.
결혼하고 나서도 그 취미는 여전히 이어졌는데
이름하여 여름 영화의 밤.
아이가 태어나면서 아이도 우리 모임에 자연스럽게 추가되었다.
여름 영화의 밤은 영화가 정해져 있고
매년 이어오는 동안 우리 가족은 자연스럽게 분업화가 이루어졌다.
나는 옥수수를 삶거나 굽고 치킨과 피자를 재빠르게 주문하고
우리는 시원한 맥주를, 아들은 어디서 본 건 있어 가지고
블루 레모네이드를 꼭 만들어 달라고 한다. 그래야 파티 느낌이 난다나 못 말린다.
분위기 따지는 건 꼭 닮았다. 그 엄마에 그 아들이다.
남편은 빔 프로젝트를 셋업, 드디어 대강의 준비가 끝나고
드디어 우리의 여름 영화, 바로 <맘마미아> 관람에 들어간다.
사랑스러운 배우들과 주옥같은 음악이 가득한 영화는 매년 보아도 질리지 않는다.
신기하고 웃긴 건 내가 매번 같은 장면에서 운다는 사실이다.
처음에는 하도 내가 오열을 하니 남편도 아들도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티슈를 건네주더니 해마다 그것도 같은 장면에서 울어버리니
이젠 남편도 아들도 기계적으로 티슈를 전달할 뿐이다. ^^;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같은 장면에서 거의 똑같은 깊이로 공감하고
쓸쓸해하고 눈물짓고 어쩜 엄마의 마음을 저렇게 잘 표현했나 감탄한다.
바로 엄마 도나가 결혼식 직전 소피의 머리를 매만지며 부르는 장면인데
아이를 키우는 엄마라면 누구라도 공감할 내용일 것이다.
Slipping through my fingers~
내가 딱 그랬다.
꼬꼬마 같던 아이가 드디어 학교를 가고 매일 아침 다녀오겠다고 손을 흔들 때
그때의 마음은 대견스러움도 컸지만
내 품에서 곧 벗어나겠구나 싶은 서운함과 쓸쓸함이 너무나 컸다.
그래서 혼자 남은 집에서 울기도 하고
더 크기 전에 많은 것들을 함께 해두고 싶어서 종종 거리기도 했다.
사랑하는 연인보다는 여자들의 우정이 부러웠고
여자들의 우정보다는 엄마의 마음이 더 잘 와닿았던 영화 <맘마미아>
올여름에도 어김없이 우리 영화의 밤은 열릴 것이다.
훌쩍 자란 아들이 이제 아버지와 함께 스크린을 설치하고 노래도 따라 부르겠지.
올해도 같은 장면에서 나는 눈물이 날까..
노래가 흘러나오는 동안 지금보다 어리던 아들의 얼굴을 떠올리고
내 손을 잠시도 놓지 않았던 그 시절을 생각하다가 또 나는 뭉클해지겠지.
내 생애 가장 아름다웠던 시절.
참 좋았다 생각하면서 겨우 진정시킬 즈음 여름밤이 사그라지겠지..
해마다 더 더워지고 해마다 조금씩 더 길어진다고 하지만
가족과 하는 여름밤이 있는 한
이 여름을 도무지 싫어할 수가 없을 것 같다.
언젠가 아들은 또 같은 영화냐며 투덜댈지도 모르고
불참을 선언할지도 모르겠다.
그런 날이 오더라도 한여름 영화의 밤은 계속 이어나갔으면 좋겠다.
아직은 아들이 치킨과 블루레모네이드에 넘어온다는 것이 고맙고 감사하다.
올여름은 어느 날을 잡아서 할까.
우리의 여름 영화의 밤~
뭐든 하기 좋은 계절인 것 같아요
여름 추억 많이 만드시고
오늘도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