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행복하세요
장미를 좋아하면서도 장미꽃에 대해서는
아는 게 하나도 없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저 꽃다발용으로 알고 있거나
여기저기 장미축제장마다 구경 다닌 것이 다고
직접 길러본 적이 없으니 당연한 일일 것이다.
그래도 약간의 관찰력만 있었다면
장미가 얼마나 노지에 강한 아이인지 정도는
눈치챘을 것이다.
작년 이맘때쯤 목수국을 사러 갔다가
가지가 부러지는 바람에 싸게 내놓았다던
장미가 눈에 들어왔다.
연보라색 꽃송이에 반해 두말 않고 데려왔다.
연보라색이라니
장미 담장이 부럽지 않을 것 같았다.
날은 금방 기온이 내려가고
유난히 추웠던 지난겨울 날씨에
행여 장미가 죽지 않을까
종종거리며 하우스용 비닐은 없어 대신
세탁소 비닐을 씌워주고
나무껍질을 구해다 덮어주곤 했다.
그렇게 장미를 챙겨주는 사이
장미도 내 마음을 챙겨 주었는지도 모른다.
돌보는 사이 마음이 아주 포근했으므로..
아침이 오는가 싶으면
이내 어스름이 깔리는 시간이 반복되는 사이에
드디어 봄이 찾아왔고
장미는 꽃봉오리를 맺기 시작했다.
그 가느다란 몸으로
살아난 것만으로도 기특했는데 꽃봉오리라니
그것만으로도 감탄스럽고 보람이 있었다.
하지만 그래봐야 손톱만 하겠지 싶어
크게 마음두지 않는 동안 하루하루가 지나갔다.
그러던 어느 날
정말 꽃이 만개했는데
작약만큼이나
모란만큼이나
커다란 꽃송이가 그것도 두송이나
보란 듯이 달린 것이다.
연보랏빛 우아한 자태로..
신기하고 기특해서
온 가족이 화분 주위에 둘러싸고
구경하는 바람에
장미는 좀 소란스러웠을 것이다.
어떻게 그 몸에서 그런 꽃이 나오는 걸까
어디에 그 고운 빛을 지니고 있는 걸까
장미가 뭐랄 것도 아닌데 괜스레
애초에 얕봤던 마음이 미안해졌다.
세상 정말 겉만 보고 알 수 없는 게 많다.
꽃들도 그럴진대
하물며 우리 인간들은 각자의 씨앗만큼
얼마나 크고 작은 꽃들을 피워댈 것인가
어떻게 피어오를지 모르면서
아무것도 모르면서
쉽사리 단정 짓고 포기하는 일들이 얼마나 많았을까
꽃을 심고 나무를 심는 것은
기대하는 마음이 있어서일 것이다.
기대의 다른 말은 믿음일 것이다.
나에게도 아직 남아 있는
꽃송이는 얼마든지 있을 것이다.
약해 보여도
이젠 끝인 것 같아도
올 겨울을 넘기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던
나의 장미가
겨울을 넘기고 저렇게 커다란 꽃을 피워내듯이
만발하지 않아도 좋을 것이다.
한송이 꽃이라도
믿어보는 것이다.
단정하기는 이르다. 무엇이든 간에.
이쁘지 않나요?
정말 주먹 쥔 손이 아니고
손을 펴고 펼친 손바닥만 했답니다. ^^
기다릴 때도 마침내 꽃이 피어올랐을 때도
내내 기쁨 그 자체였습니다.
가만히 들여다 보고 있자니
마치 너도 할 수 있어라고 말해주는 것 같았어요.
장미를 보면서 위안을 얻고 용기를 얻은 아침이었습니다.
장미의 크기도 색깔도 향기도 중요하지 않을거예요.
저마다 장미를 품고 계신 여러분들
오늘도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