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방클럽 혹은 독주회

-오늘도 행복하세요

by 하이움

재미있게 살고 싶어서

해본 일 중 모임 만들기가 있는데


미니멀 라이프를 동경은 하지만

정작 일상에서는 적용시키지 못한 채

하루가 멀다 하고 택배 주문을 해대는

지인들이 있었다.


그러다 보니 옷장이며 신발장, 책장까지

물건이 흘러넘치고

택배상자 버리는 것도 일이 된 건 당연지사.


지구환경을 위해

당장 이렇다 할 일을 하지도 않으면서

이건 아니지 않나

그렇지 않아도 요즘 무지출 챌린지가 유행이라던데

그건 못할지언정

서로 쌓아두고 있는 것들을

필요한 사람끼리 나눠보자는데 마음이 모아졌다.


미처 반품 교환 못하고 묵히고 있는 것들

솔직히 충동구매 한 것들

금세 작아진 아이들 물건..

새것 같은 중고들을 모아서

우리만의 소소한 벼룩시장을 열었는데

생각보다 의미도 있고 재미도 있어서

분기별로 하게 되었다.


한번 입고 작아진 아이들 래시가드

리조트라도 가면 멋을 내보려고 사두었던

디자인이 과감한 원피스와 모자, 가방들

연말 파티라도 열게 되면 입으려고 했던 옷들은

잔치도 열리지 않는 삶이 계속되면서

한쪽 구석에 자꾸만 쌓여갔다.

막상 차려입고 멋 한번 못 부렸다 생각하니

조금은 서글퍼지기도 했지만

나 대신 다른 사람이 해주어도 좋겠다는 생각에 이르러서는

마음이 조금 달래지기도 하였다.


적은 돈이지만 그렇게 팔았을 때는

부업으로로 용돈을 챙긴 것처럼

은근한 희열이 느껴지기도 하였고

친정 엄마가 여름에는 이것만 한 것이 없다며

고향 명물인 인견 속옷들을 자꾸만 챙겨주는데

남편은 관심이 없어 쌓인다는 지인의 인견 속옷들은

내 친정아버지를 위해서 사서 챙겨 두기도 하었다.

적당히 사용감이 있는 것들은

나 혹은 우리 가족이 필요한 것으로 바꾸기도 하고

다 읽고 난 깨끗한 책들은

나눔 하면서 기분이 한결 가벼워졌다.


그렇게 서로 나눔 하고 바꿔가는 것만으로도

신이 났지만 우리 모임이 더 즐거웠던 것은 따로 있었다.

벼룩시장을 할 때는 집에서 잠자고 있는 패션 중

가장 화려하거나 웃긴 것을 입고 오자는 것이었다.


용기가 좀 필요하지만

대체 이런 옷이 왜 내 옷장에 있는 거지?

싶은 옷들을 입고 가보면 정작 지인들은 더 가관이었다.

그렇게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서로 바라보면서

한바탕 웃고 나면 다시 매의 눈으로 서로의 물건들을 탐하고

그리고 남은 것은 기부하는 것이었다.


서로 나눠 쓰기도 하고

여기저기 기부하게 되어서 좋기는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신중하게 구매하는 것이겠지.

모임을 이어가면서 생각보다 무분별하거나

충동적으로 소비하는 일이 많았다는 생각이 들면서

나의 소비에 대해서

나아가 우리의 소비에 대해서

진지하게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되어서

의미가 있었지 않았나 싶다.


가장 큰 미덕은 절제에 있다고 하지 않던가


그리고 또 하나 얻는 것이 있었는데

집안 구석구석에 쌓인 상자들

-언제든 필요하지 싶어서 물건을 넣어둔-만 정리해도

집안이 놀랍게 넓어지고 넓어진 공간만큼

내 안에 숨 쉴 공간이 갑작스럽게 확보된다는 것이다.

원래 있던 공간인데

선물 받은 것 마냥 기분이 설레고

무엇보다 속이 시원해서 좋다.


정리 전문가들이 하나같이 지적하듯이

덜 사고

덜 쌓아두는 것


그것은 진리다.

카페 같은 집 호텔 같은 집은

따로 있는 것이 아니었다.



인생을 재미있게 살고자 해 본 일 중

또 하나

독서클럽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세상에는 책을 좋아하는 사람도 많고

글쓰기를 좋아하는 사람도 많고

독서클럽을 좋아하는 사람은 더 많은 것 같다.


한 가게 건너 커피숍, 편의점이 아니라

동네 아줌마 한 명만 건너도

독서클럽 하나씩은 다들 운영하고 있거나

소속되어 있었다.


그토록 흔하기에 조금은 다르게 하고 싶었다.


그래서 이름하여 각방클럽.


각자의 방식으로 책을 이해하는 하는 것

그게

나는 가장 행복한 독서라고 생각한다.

같은 책을 다 같이 보면서 각자의 의견을 내는 것은

참여하는 회원들의 성격에 따라서

가끔은 필요이상으로 열띤 논쟁이 되기도 해서

좋아하는 방식도 아니고 조심스러워진다.

그래서 나는 각자 읽고 싶은 책을 가져와서

잠시 각자 독서하는 시간을 갖고

가져온 책을 소개하고 빌려주는 방식을 선택했다.


그리고 정말 마음이 맞는 소규모로

독주회를 한 적이 있다.

독주회

술을 겸하면서 책이야기 하는 모임


책보다는 술이 주가 되는 함정이 있긴 하지만

적당히 즐기는 정도의 주량들이라

한결 분위기가 말랑말랑해지고 부드러워서

기다리곤 했던 모임이었다.


사실 모임 이름 짓는 걸 좋아해서

만든 속셈도 있지만

알음알음 닮은 구석을 찾아내 모임을 하는 것이

잔잔한 나의 일상에서 활기를 주곤 하였다.

이따금씩 그런 날들이 그립다.



그런 의미에서 이사는 조금 슬프다..

(이사는 다음에 다시 이야기해 볼게요~~)





주변에 보면 의미 있는 모임도 많고

재미있는 이름을 가진 모임들이 많더라고요

여러분들은 어떤 모임들을 갖고 계신지 궁금하네요


저 역시 새로운 곳이지만

여전히 좋은 사람들과 색다른 모임을 할 기회들이 남아 있다고 생각하고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답니다~

좋은 사람들을 가~끔 만나는 모임, 좋지 않나요?


오늘도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