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지

_커피 말고 오렌지주스

by 하이움

우리 엄마가 제일 좋아하는 세이지

작은 나비 날개처럼 생긴 세이지


엄마

이건 꽃이야? 풀이야?


음.. 풀이기도 하고 꽃이기도 하지


알쏭달쏭 기다란 풀 같은 꽃을

엄마는 오면서도 문지르고

가면서도 문지르며 내 코에 갖다 댄다.

알싸한 냄새가 맴돈다.

아이 싫다니까

코를 찌르는 것 같아서 싫다니까


내가 이마를 찡그리면

엄마는 귀엽다고 더 좋아하신다.


바람이 살랑 부는 날

엄마는 오늘도 세이지를 문지르며

냄새를 맡고 있다.

나는 절로 콧잔등이 찡그려진다.


우리 엄마가 가장 좋아하는 세이지


사실 그래서 나도 좋다


킁킁~




아이가 생기면 이것도 해야지 저것도 해야지

막 계획을 세웠던 것은 아닌데

아이가 태어나고 보니

나는 자연을 좋아하는 사람이었더라고요.

바람이 불면 손잡고 나가서

두 팔을 벌려 바람을 같이 맞고 싶었고

비가 오면 장화를 신고 나가 마음껏

빗물을 튕기고 싶어 현관에는 언제나 장화가 대기 중이었고

아이에게 알려주기 위해서 풀꽃 책도 사서 보고

나무 책도 사고 징그러운 곤충백과도 뒤적거리면서

놀이터와 공원에서 한참을 노는 아이와

쪼그려 앉아서 눈 맞춰 놀곤 했지요.


세상의 아름다움을

가까이서 보게 해주고 싶었고

손으로 만지게 해주고 싶었고

냄새를 맡게 해주고 싶었어요

모든 것을 감각하게~


허브를 좋아해서 집에서는

작은 화분들을 키우고 있었는데

문지르면 특히 향이 진해지는 세이지가

그렇게 좋더라고요.

궁금해하는 아이에게 맡게 했더니 인상을 쓰는 모습이라니~


詩로 일기를 써와도 된다는 말에

오 예스~ 좋아하길래 시가 좋아?라고 했더니

응, 짧게 써도 되니까라고 말해서 빵 터졌던 기억이 납니다.


해맑고 천진스러운 얼굴..

그 시간을 그저 떠올리는 것만으로

눈부시네요..

적어도 엄마의 기억 속에서는 영원의 시간이 흐른다고 해도

절대 바래지 않을 소중한 시간들..

삶이 힘들때마다 정작 꺼내 쓰는 건 아이가 아니라

엄마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늘도 육아하시는 분들, 파이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