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간장조림

_혼밥 하다 셰프 됨

by 하이움


나는 아버지에 대한 기억이나 추억은 자주 언급하는 것에 비해

엄마(호칭은 아버지보다도 살갑게 하면서)에 대한 언급은 아주 조심스러워 보일 정도로 적은 편이다.

조심스럽다기보다는 인색하다는 표현이 더 맞을지도 모르겠다.

대개의 모녀관계가 그렇듯 애증의 관계를 넘나들다 보니 애틋한 쪽은 언제나 아버지가 되었달까.

그래서 나는 엄마라는 단어를 입에 올리기만 해도 주룩 눈물부터 나온다는 사람들에 대해 부럽다 못해

때때로 질투심이 발현되기도 한다.


어릴 때는 마마보이가 저리 가라 할 정도로 징글징글한 마마걸이었는데 너무 붙어 다녀서일까

취업을 하면서 슬슬 그런 조짐이 보이더니 결혼을 하고 나서는 본색이 드러나고야 말았다.

알을 깨고 나온 것이 병아리가 아니라 다 커버린 닭한마디가 툭 튀어나온 격이랄까.

거짓말 보태서 엄마 없이는 아무것도 못할 것처럼 굴던 나는 집들이를 시작으로 이사며 인테리어,

아이 출산 육아까지 거의 혼자 혹은 남편과 달랑 둘이서 다 해치웠다.


결혼해 살아보니 엄마랑 맞지 않는 것이 의외로 많았다.

우리가 같이 쇼핑을 다니고 목욕탕을 같이 다닌 사이가 맞나 싶을 정도로 달랐는데

엄마는 믹스커피나 커피 머신을 두고 일일이 손으로 내려 마시는 드립커피를 이해하지 못했고,

나에게는 영국의 장미 정원을 연상시키는 아침의 클래식을 장송곡 같다며 약을 올리기도 하고,

책만 펼치면 바로 코를 골아버리는 타입이시라 책 이야기를 나눈다는 건 상상도 할 수 없었다.

그래서 나는 엄마랑 에티오피오 아리차를 마시러 갔다든가 음악회나 전시회를 다녀왔다는 사람들 얘기라도 들리면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흥미를 보이다가 이내 풀이 죽는다.


그 외도 패션감각이나 살림 감각이라는 것이 모녀로만 있을 때와는 달리 같은 주부의 입장이 되고 보니

신기하게도 평행선을 이루는 것들이 눈에 확확 띄었다. 신기하고 재밌는 일이었다.

나를 자식으로는 끔찍이 사랑하셨는지는 모르겠지만 취향은 달라도 너무 달랐던 것이다.

그런 엄마가 오랜만에 나의 집을 다녀가셨다.

점심을 모처럼 준비해 주시면서 내 주방을 보시더니 피식 웃으시며 ‘나를 닮았구나’ 하시는 거였다.

현란한 엄마의 주방을 떠올리며 '어머니 그 무슨 심한 말씀인가요' 싶은 심정으로 엄마를 봤더니

나의 그릇장을 열어 보시면서 하시는 말씀이었다. 그거라면 나도 짚이는 데는 있다.


사실 내 그릇이 적지 않다는 것은 지인들이 와서 저마다 한 마디씩 하는 것도 그렇고,

지난번 이사할 때 책만큼이나 그릇도 많아서 추가 비용을 받아야겠다는 말씀에 대충 그런가 보다 하고 있던 참이었다.


그릇, 엄마는 가끔 어린 내 손을 끌고 수입 그릇가게들을 향하곤 했는데 그때 엄마는 아마도 일본 그릇에

관심이 많았던 것 같다. 생활비, 교육비등으로 하루도 여유가 없었던 엄마는 그렇게라도 콧바람을 쐬곤 하셨는데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당시 나는 그릇에 손톱만큼도 관심이 없었으므로 어서 엄마가 결정을 내려서

근처 콩국이나 순대나 먹으러 갔으면 싶었다. 어떤 게 이쁘냐는 말에도 흘낏거리기만 했지만 파란색 무늬가 들어간 그릇들이 엄마 앞에 잔뜩 펼쳐져 있었던 기억만큼은 아직도 생생하다.

가게에 들를 때마다 엄마 눈에 드는 그릇은 그때그때 달랐다. 가락국수 그릇인가 싶을 때가 있었는가 하면

반찬접시 세트, 어떨 때는 저런 걸 언제 사용하나 싶은 오리 모양 그릇을 줄줄이 사 오기도 하였다.

그때는 관심도 호기심도 일절 없었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취직을 하고 첫 월급을 받고는 가장 먼저 산 것이

영국산 찻잔이었으니 아마도 그때부터 피는 못 속이는 일이 되었을 터 나만 몰랐을 뿐이었다.


결혼을 하고 여행이라도 갈라치면 제일 먼저 들르는 곳이 그릇을 파는 잡화점이었고

반드시 뭐든 사 와서 추억을 되새기는 것이 나와 남편의 소소한 즐거움이었으니 그런 면에 있어서는

어쩔 수 없이 그 엄마에 그 딸이었다.


자랑은 아니지만 그릇을 사랑한다고 고백해야겠다.

눈부시게 하얀 식탁보를 깔아주진 못하지만 그릇만이라도 정성을 들여서 챙기고 싶다.

눈이 즐거우면 입도 즐겁겠지 하는 마음으로 요리에 어울리는 그릇을 골라서 담는 것, 그게 즐거웠다.

아마 엄마도 그랬으리라. 부단하게 이어지는 가족들의 식사, 도시락이라는 지난한 노동을

그런 식으로 즐기며 어찌어찌 이어가셨을 것이다.

그 그릇들은 단순히 식기가 아니라 엄마의 사랑 한 그릇이었다.


이 그릇을 처음 봤을 때 나는 엄마를 떠올렸다.

엄마가 좋아할 것 같은 색이고 나 역시 너무나 마음에 든다.


어쩌다 명절마다 찾는 것도 아니고 시간 날 때마다 뵈러 가는데도 이제는 갈 때마다

눈에 띄게 나이를 드시는 것 같아서 마음이 찡하다.

엄마가 그만 그릇을 사라고 잔소리할 때가 좋았다는 생각이 든다. 엄마랑 맞는 게 없으면 어떤가.

엄마랑 전시회니 음악회를 가지 못해도 폼나는 커피숍에 가지 못해도


엄마는 엄마고 모녀는 모녀다.


엄마는 눈을 반짝거리며 진열된 그릇들을 둘러보고

나는 그 옆에서 지루한 듯 하지만 손을 꽉 잡고 서 있는 그때로 찰나라 해도 좋으니


아, 잠시라도 돌아갈 수 있다면.



<감자고기조림>

1. 있는 채소는 어떤 것이든 좋지만 저는 식감이 좋은 연근과 푹 익으면 달큰해지는 당근은 절대 빼놓지 않는

답니다. 감자는 으스러지니까 큼직하게 썰어놓고 고기를 올리브유에 볶아 둡니다.

2. 준비된 채소들을 같이 볶다가 *집된장을 한 스푼 넣어서 볶듯이 뒤적여 줍니다.

(된장을 달달 볶는다는 느낌으로 같이 섞어주면 더 감칠맛이 나는 것 같더라고요)

3. 육수나 생수를 적당량 붓고 끓여주면 끝

(고기가 푹 익은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보통 압력밥솥 *만능찜 20~30분을 자주 애용하는 편이랍니다^^;)

4. 마지막으로 그린컬러가 필요하시면 중간단계에 완두콩을 넣어주면 이쁘지요~

(저는 파슬리 남은 것이 있어서 장식을 해주었더니 제 눈에는 싱그럽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