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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BABA PROJE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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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ABAJUNG Mar 22. 2018

이 밤에 괜히 맥주 마셨다가, 써버린 글

 저는 오늘도 혼자서 술을 한 잔 했어요. 혼자 500ml짜리 맥주를 여섯 캔을 마셨는데, 과연 이것을 한 잔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그래도 우리는 보통 술에 잔뜩 취해도 “한 잔 했어”라고 하지요. 그러니 저도, 그저 한 잔 했다고 하고 싶습니다. 오늘 술을 마신 이유는, 다름 아닌 쓰고 있는 글에 조금 더 감성을 더해볼까 해서였어요. 사실 그래요, 이따금 모자랐어요. 저는 글을 쓰다가 메말라 버리면, 커피를 마시든 맥주를 마시든 아무튼 축축한 습기를 더해줘요. 그런데 항상 술을 마셔버리면, 목적지를 지나쳐버리네요. 처음 의도와는 다르게 영 다른 글을 써버리네요. 


 제가 또 무슨 변덕에, 무슨 이야기를 쓰고 싶어서 이렇게 새로운 창을 열었냐면요, 다름이 아니라 문득 궁금한 것이 생겨서 그래요. 세상엔 여행 이야기가 참 많아요. 읽어보면 자기가 얼마나 힘들었고, 얼마나 좋았고, 얼마나 대단하고, 깨달은 것은 무엇이고, 자기가 세상에서 얼마나 작은 존재이고 뭐 다들 이런 이야기들의 반복이더라고요. 여행, 저도 하고 있죠. 그리고 저도 좋아요. 그리고 그들이 느끼는 것들 모두 느끼고 있어요. 힘들고, 좋고, 뿌듯하고, 새삼 느끼고, 그런 감정들. 저도 분명히 느끼고 있어요. 그런데 저는 그것들 외에도 느끼는 것이 더 있어요. 이것은 어떻게 보면, 가장 크게 느끼고 있어서 차마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는 말이기도 해요. 그런데 그 어느 책에서도, 어느 글에서도 이것을 읽은 적이 없어요. 


 그러니까 제가 느낀 그것이 무엇이냐면요, 아무것도 느끼지 않는 것이에요. 그리고 느끼는 것 중 짜증나고 열 받는, 그런 부정적인 것이 아주 많다는 겁니다. 훌륭한 책을 적으신 분들은, 제가 느낀 것을 느끼지 않은 것일까요? 아니면, 느꼈지만 좋은 책을 위해 그것들을 묵인한 것일까요. 어쩌면 그들이 너무 유명하거나, 혹은 유명해지려고 하거나, 그래서 일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저는 괜찮아요. 양쪽 다 속하지 않으니까요.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고, 사람들이 짜증나고, 더럽고, 기분 나쁜 것은, 그런 것은 느꼈어도 모르는 척해야 하는 것일까요. 분명히 제가 여행하면서 느끼는 것 중 가장 큰 부분이에요. 저는 어렸을 때, 친구들로부터 불만이 많다거나, 세상에 비판적이라거나, 아무튼 부정적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어린아이들도 다 알아요. 세상은 긍정적인 사람을 좋아한다는 것을. 그래서 저는 친구들이 그런 말을 할 때면, 아니라고 했어요. 나는 긍정적인 사람이라고, 뻑뻑 우겨대곤 했죠. 긍정이 곧 선(善)인 줄 알았어요. 착한 사람이어야 했어요. 


 그런데 여행을 오면서 확실히 알았어요. 제 장점을요. 저는 매우 비판적이고, 부정적인 사람이에요. 저는 그렇더라고요. 어떤 새로운 나라를 갔을 때, 새로운 문화를 접할 때, 새로운 인종을 대면할 때, 그것의 나쁜 점들이 먼저 보여요. 좋은 점들은 그 후에 간신히 찾아내요. 글을 쓸 땐 모든 일이 지나고 나서니까, 좋은 것을 느낀 척하게 되더라고요. 그랬어요 저는. 남들이 간과하는 부정적인 측면을 정확히 파악해냈어요.  


저는 성격이 좋지 않아요. 다혈질이고 감정적입니다. 심지어 감성적이에요. 걸핏하면 울고 화내고, 미친놈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저는 제가, 상처를 잘 받는 것을 알아요. 남자가 여리다는 말은 낯 간지러우니 뺄게요. 그래서인지, 나이가 한 살 한 살 들어갈수록 제가 배운 마법이라곤, 상처받기 전에 방어막을 치는 것이에요. 누군가 제게 상처를 줄 것 같으면 기가 막히게 그것을 잡아내고는 방어막을 아주 간단히 세워버려요. 그래요 저는, 부정적인 사람이에요. 그 사람의 진심이 무엇인지 알기도 전에 방어막을 쳐버리는 부정적인 사람이에요. 

 

저는 제가 느끼는 것에 대해서 조금 더 솔직해 지기로 했어요. 더러운 것을 이들의 문화라고 하지 않고, 새치기를 이해하게 되었다고 하지 않고, 새벽 1시에 스피커를 틀고 영화를 보는 친구를 그러려니 하지 않기로 했어요. 솔직하게 적으려고요. 그러려고 나온 회사예요. 나답게, 나대로 살기 위해 나온 회사였어요. 적어도 그것을 잊진 말아야죠. 


내일 사실 멋진 곳을 가려고 했어요. 중국에서 가장 큰 불상이 있는 곳을요. 근데 내일 모래 갈래요. 오늘은 생각보다 많이 과음했어요. 아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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