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일기 #7 - 2019년 7월 5일
창업을 시작하기 위해 자금을 조달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넉넉한 자산을 보유하고 계신 부모님께서 폭풍 지원을 해준다던지, 모아둔 돈이나 퇴직금 등 자기가 직접 출자할 수 있는 자본이 있다던지, 정부의 사업화자금을 지원받는다던지, 대출이나 마이너스통장, 혹은 운 좋게 아이템이나 능력을 인정받아 창업을 시작하기 전부터 시드(Seed) 투자를 받아 시작할 수도 있다.
방법이야 뭐가됐든 사업이 잘 될 거라는 확신만 있다면 부모님, 자기 자신, 정부, 은행, 투자자가 서로 투자하려고 안달일 것이다. 그런데 그럴 가능성이 희박하니까 투자를 꺼리는 거 아니겠나. 자기 자신마저도 말이다. 과거에는 사업 한 번 말아먹으면 회생이 어려울 정도로 크게 무너졌다. 사업을 조금 크게 벌렸고 성공할 가능성도 있다 싶으면 대출금 몇 억대는 우습게 나오는데, 자기가 아무리 사업을 잘 이끌어간다 한들 외부의 어떤 예상치도 못한 변수에 의해 잘나가던 사업이 망해버리면 그 대출금은 고스란히 사업자 개인의 빚으로 남는다. 그래서 우리가 사업이라고 하면 일단 거부 반응부터 보이는 것이다.
그런데 요즘 세상이 참 많이 좋아졌다. 저번 글에서도 말했다시피 바야흐로 창업시대다. 내 돈은 최대한 아껴두고 정부에서 자금을 지원받아 창업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많다. 그것도 굉장히 많다. 그런 프로그램이 한 번에 두세 개씩은 중첩되어 진행된다. 그 대상 또한 굉장히 다양한데, 창업을 아직 시작하지 않은 예비창업자, 창업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은 초기창업자, 사업을 한번 실패한 사람을 위한 재창업자, 40세 이상 시니어 창업자 등 굉장히 다양한 사람을 대상으로 창업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즉, 내 돈을 쓰지 않고도 사업에 성공하는, 혹은 실패하는 값진 경험을 해볼 수 있는 것이다. 나는 그 중에서 창업을 아직 시작하지 않은 예비창업자를 위한 ‘예비창업패키지’ 프로그램에 지원했다.
운이 좋게도 나는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 예비창업패키지 사업계획서 서류전형에 통과했다. 처음에는 서울로 지원하려다가 경쟁률이 너무 셀 것 같아서 경기로 지원했는데, 나중에 경기가 경쟁률이 제일 세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7월 4일 목요일에 결과 발표가 나온다고 했는데 밤 10시까지 문자고 이메일이고 아무런 연락이 없기에 떨어졌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 홈페이지만 뒤적거리다가 공지사항에서 1차 서류 합격자 발표 명단이 올라와있는걸 확인했다. 공지사항에 명단까지 올라왔는데 나한테는 연락 한통 없었으니 떨어졌다 확신하고 목록을 열어봤다. 그런데 이게 웬일, 합격자 명단에 내 이름이 있었다.
그 아래엔 이렇게 적혀있었다. ‘*발표대상자 및 탈락대상자 (이메일, SMS 등) 통지는 7/5(금) 시행 예정’ 공지만 먼저 올려놓고 연락은 다음날 준다는 내용이었다. 심장이 철렁했지만 이루 말할 수 없이 기뻤다. 대한항공 1차 서류에 합격한 기분과 비슷했던 것 같다. 2차 발표 평가일은 7월 9일 화요일 오후 2시 45분이다. 대한항공 면접도 오후 2~3시쯤에 봤던 것 같은데. 아무튼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는 총 30명을 선정하는데 서류 합격자는 48명이었다. 이제 2:1도 안 되는 경쟁만 남았다. 이번 발표만 잘 하면 10개월간 창업 교육, 멘토링, 시제품 제작 자금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 당장 발표까지 4일밖에 남지 않았다. 다시 발표 준비하러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