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미쳤고, 너도 미쳤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다시 읽었을 때는 21살이었다. 저 문장을 읽으며 나는 큰 소리로 웃어버렸다. 체셔고양이의 당돌한 발언이 어찌나 귀엽던지. 빙글거리며 앨리스를 혼란스럽게 하는 얼굴, 자신까지 비정상의 범위에 넣는 단호함, 고양이를 올려다보는 앨리스의 뒤통수. 모든 상황이 너무 귀여워서 웃음을 멈출 수 없었다.
체셔고양이가 말하는 ‘미친’ 상태는 비정상을 의미한다. ‘원더랜드’라고 고상하게 표현할 수도 있지만 단호하게 자신의 상태를 ‘미쳤다’고 규정한 당돌함이 마음에 들었다. ‘이상한 나라’는 말 그대로 비정상적인 세계다. 하지만 비정상으로 가득 찬 비정상의 세계에서 비정상을 비정상이라고 규정하는 것이 과연 가능한 일일까? 체셔고양이의 발언은 앨리스는 물론,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도 의문을 남긴다. 나는 비정상인가? 세계는 비정상인가? 그렇다면 비정상이란 과연 무엇인가?
그런 문장이 있다. 읽으면서 가슴이 울컥하는 문장, 웃음이 입술을 비집고 나오는 문장, 이 문장을 읽고 있다는 게 정말 감사한 문장, 몇 번이고 곱씹으며 내 눈에 새기고 싶은 문장이 있다. 어디에나 있는 문장들 중 기억하고 싶은 문장들은 나에게 글자 이상의 의미로 새롭게 남게 된다. 나에게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저 문장으로 기억되는 작품이다. 한 문장이 작품의 주제를 압축하지 못하더라도, 작가가 실제로는 별 의미 없이 그 문장을 썼더라도, 나에게만은 특별한 의미를 가질 수 있다.
매거진 ‘내가 사랑하는 문장’은 제목 그대로 에디터가 사랑하는 문장들을 소개한다. 에디터들이 소개하는 문장을 통해 독자들도 더 많은 문장과 만날 수 있길 바란다.
Q. 어떤 문장을 사랑하시나요?
김작은 - 문학이든, 영화든, 노랫말이든 무심결로 볼 때가 많다. 그러다가 갑자기 다가오는 한 문장은 내 삶의 경험을 일깨울 때가 있다. 그 경험이 아픔이든, 감사든, 기쁨이든 세상과 연결됐다는 느낌을 받는다. 바로 그 문장이 내가 사랑하는 문장이다.
바밤바 – 긴 문장보다는 짧은 문장, 자신의 생각을 강요하는 문장보다 생각을 하도록 만드는 문장이 좋다. 그럴듯하게 포장하자면 이렇지만, 내 상황이나 정서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다. 나는 그 문장이 ‘어떻기에’ 사랑하기보다 ‘그 문장이기에’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