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욕심

by 아홉개의 방

인간의 욕심은 과연 어디까지 뻗어갈 수 있을까?

갓난아기의 첫 울음소리는 순수하다. 배고픔과 추위, 외로움이라는 원초적 필요에서 우러나오는 그 울음에는 아직 욕심이라는 그림자가 스며들지 않았다.

그러나 시간이라는 강물이 흘러가면서, 그 맑고 투명했던 울음은 점차 탁해진다.

순수한 필요는 어느새 욕망으로 변질되고, 울음은 요구가 되며, 요구는 갈망이 된다.

만약 인간이 로빈슨 크루소처럼 홀로 무인도에서 살아간다면 어떨까?

아마도 욕심이라는 감정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생존을 위한 본능적 욕구는 있을 테지만, 타인과의 비교에서 생겨나는 상대적 욕망은 싹틀 여지가 없다.

욕심은 혼자서는 자랄 수 없는 감정이다.


인간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작은 부족에서 거대한 문명까지, 사회라는 거대한 무대가 펼쳐졌다.

그리고 그 무대 위에서 욕심이라는 배우가 등장했다.

수천 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이 욕심은 진화를 거듭했다.

단순한 생존 욕구에서 시작되어 권력욕, 명예욕, 소유욕으로 분화되었고, 정교하고 복잡한 형태로 변모했다.

내가 서 있는 자리가 어디인지 모를 때, 우리는 겸손이라는 가면을 쓴다.

그 가면 뒤에 숨어 조심스럽게 세상을 바라본다.

하지만 어느 순간 깨닫게 된다.

내 앞에 누가 서 있는지, 내 뒤에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줄지어 서 있는지를.

그 순간 내면 깊숙이 웅크리고 있던 욕심이 용처럼 고개를 든다.

겸손의 가면은 산산조각 나고, 욕망이 나를 온전히 삼켜버린다.


다행스러운 것은 또 다른 인격이 우리 안에 살고 있다는 점이다.

절제라는 이름의 그 인격은 욕심이 폭주하려 할 때마다 고삐를 잡는다.

때로는 강력하게, 때로는 부드럽게, 욕망의 날개를 접게 만든다.

절제가 없다면 인간은 욕심이라는 괴물에게 완전히 지배당했을 것이다.

결국 인간의 삶은 욕심과 절제 사이의 끝없는 줄다리기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팽팽한 균형점에서, 우리는 비로소 인간다운 삶을 살아간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안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