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결혼식을 준비하고 있나요? 아니면 결혼을 준비하고 있나요
나는 결혼식을 올리고 싶지 않은 사람이었다.
한 시간짜리 이벤트를 위해 거금을 쓴다는 게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차라리 그 돈으로 집에 보태거나 좋은 가전가구를 구매하거나 여행을 떠나는 게 더 의미 있지 않을까?
요즘에는 결혼식을 해도 혼인신고를 하지 않고 사는 사람들이 더러 있다.
그렇다면 반대로, 혼인신고만 하고 결혼식은 하지 않고 사는 건 어떨까?
우리 사회에는 아직도 보수적인 시선이 남아 있다.
결혼식을 올리면 자연스레 부부로 인정하면서도, 혼인신고만 한 사람들에게는 여전히 ‘동거’라는 단어를 쉽게 붙인다.
굳이 따져보면 결혼식을 올렸다는 ‘외형’보다 법적 부부로 엮인 ‘실질’이 훨씬 더 의미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는 보여주기식 형식에 더 무게를 두는 사회에 살고 있다.
결혼식을 굳기 올리기 싫었던 이유는 단순히 사람들 앞에 서는 것이 부담스러워서가 아니었다.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해 하나의 프로젝트처럼 준비하고 완성해야 하는 과정이 내가 생각하는 결혼의 본질과는 거리가 멀게 느껴졌다.
사랑하는 사람과 평생을 약속하는 자리에 무엇 때문에 수많은 장식과 허례허식이 필요할까? 그런 의문이 늘 마음에 자리 잡고 있었다.
물론 결혼식 자체의 의미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누군가에게는 타인에게 축하받는 그 순간이 인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로맨틱한 장면이자 로망이 될 수도 있다.
다만 문제는 ‘결혼식은 당연하다’는 전제가 모든 사람에게 강요되는 분위기다.
결혼식이 생략되면 마치 제대로 된 결혼이 아니라는 편협적인 시선이 나를 늘 불편하게 했다.
혼인신고는 법적 책임과 권리를 서로에게 약속하는 공식적인 사회적 약속이다.
나는 그 법적인 ’약속‘이 중요했다. 화려한 예식장, 하객 맞이, 한 시간짜리 이벤트를 치르는 일 보다 훨씬 무겁고 진지한 의미였다.
단순한 서류 한 장이지만, 그것이야말로 서로가 서로에게 ‘진짜 가족‘이 되었다는 분명한 증거였다.
결혼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묻고 싶은 질문이 하나 있다.
“당신은 결혼식을 준비하고 있나요, 아니면 결혼을 준비하고 있나요?”
혼인신고를 하고 함께 산지 2년 만에 우리는 뒤늦게 결혼식을 올리게 되었다.
나도 남편도 둘 다 외동인 탓에 우리가 아니면 양가 부모님은 결혼식을 볼 기회가 없으셨다.
그리고 우리나라 특성상 뿌렸으면 거두어야 하는 축의금도 한몫했다.
물론 결혼식이 마냥 하고 싶어 져서 준비하게 된 것은 아니다. 어쩌면 결혼식은 ‘우리’를 위한 자리라기보다 ‘부모님’을 위한 자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귀한 아들, 딸을 무사히 키워낸 네 분의 세월을 공표하는 자리 말이다.
결혼식을 준비하며 인생에는 타협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완전히 내 방식만을 고수할 수도 없고, 완전히 관습에 끌려갈 수도 없었다.
가운데 지점에서 서로 조금씩 배려하고 양보하며 받아들이는 과정이 필요했다.
우리에게 결혼식은 부부가 되기 위한 조건이 아니라, 이미 이루어진 관계를 한 번 더 마음속에 새기는 의식 같은 것이다.
그리고 솔직히 말하면, 막상 결혼식 준비를 시작하고 나니 ‘공주 놀이’를 해보는 과정도 꽤 재미있었다. 드레스를 입어보고, 사진을 고르고, 한 번쯤 나를 중심에 두고 하루를 꾸며보는 경험은 의외로 특별하고 기억에 많이 남았다. 세상에 아무런 의미 없는 일은 없다. 그저 이제는 가족의 형태가 다양해지고 삶이 다양해지는 만큼 결혼에 대한 인식과 과정도 조금씩 변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결혼식을 생략하고 2년간 부부로 살아본 경험으로 느낀 점은, 결혼식 하나만 생략해도 ‘결혼’이라는 관문의 문턱이 생각보다 훨씬 낮아진다는 것이었다.
결국 중요한 것은 형식이 아니라 관계다.
우리가 어떤 방식으로 시작했든 어떻게 함께 살아갈지가 인생의 대부분을 결정한다.
엄마는 결혼식 이야기가 나올 때면 이렇게 말씀하셨다.
“옛날에는 애 낳고 살고 있는데도 결혼식을 안 하면 다들 동거하냐며 안 좋게 보는 시선이 있었어. 그래서 나도 어쩔 수 없이 늦게라도 올린 거야.”
아이를 낳고 가정을 꾸려도 ‘결혼식’이라는 이벤트가 없으면 가족이 아니라 ‘동거’라는 낙인을 붙이던 시선은 이제 시대착오적이다.
혼인신고를 통해 법적 가족이 되었는데도, 여전히 보이는 구색을 갖추어야만 안심하는 사회가 아직 우리 앞에 남아 있다.
구색을 갖추고 살아야만 ’가족‘이 될 수 있다면, 가족을 만드는 일은 생각보다 훨씬 더 어려워질지도 모른다.
결혼식은 하루지만, 결혼은 매일의 삶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