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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옹알이 Aug 24. 2021

변화에 대하여

지금 여기서, 행복할 것

"저는 변화를 싫어하는 편입니다."

이 한마디의 파급력은 어마무시했다.

팀장님과의 면담에서 나는 순식간에 기업이 원하는 인재상에 가장 반대되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세상이 변하는데 니가 안 변하면 어떡하냐고.

뒤쳐지다 도태되다 끝내는 암울한 결말을 맞게될 것이다라나.

변화를 싫어하면 결국 낙오되는 것일까.








나는 시멘트 사이로 자란 민들레에게 대견함을 느낀다.

바람 좋은 날 창밖으로 보이지 않는 바람을 찾는다.

겨울 지나 자라난 연약한 연두빛의 새싹은 경이롭다.

길을 잘못 들어 돌아가더라도 처음 보는 풍경이 즐겁다.

바지런한 몸짓으로 꿀을 찾는 벌 때문에 흔들리는 작은 토끼풀을 관찰하는 것이 좋다.

햇살 좋은 날엔 채광 좋은 카페에서 사람 구경을 한다.

문득 외롭고 지친 퇴근길에 고개 들어 달에게 인사하곤 위로 받는다.

내 옆에 있는 사람의 귓볼에 난 솜털을 쓰다듬으며 사랑스럽단 생각을 한다.


변화의 단면에는 생각보다 많은 순간이 존재한다.

세상은 수많은 움직임이 맞물리며 계속 흐르고 변하겠지만 나는 그 단면에 머무르는 것이 좋다.

지금 내가 볼 수 있고 느낄 수 있는 것에 퐁당 담겨지는 느낌이 좋다.









사실 나보다 많은 시간을 경험한 사람들의 조언에 자주 흔들린다.

내가 믿고 있는 어떤 이념과 현실이 대립되는 순간 좌절하는 편이다.

고요한 밤, 잘 살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불안감에 어둠이 나를 감킬 것 같은 두려움에 떤다.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던 날, 의도없이 뻗은 내 시선 끝자락에 햇살과 바람에 흠뻑 흔들리는 풀이 보였다.

참 작고 보잘것 없고 하찮은 것이 빛나고 있다.

흔들리면서도 버티고 있는 것이 마치 지금의 나와 같아서 위로가 되었다.


어쩌면 변화를 싫어하는 것이 반드시 낙오되지 않을수도 있지 않을까.

민들레와 바람과 새싹과 낯선 풍경과 토끼풀과 채광과 달과 사랑하는 사람이 있는 삶.

멈추어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을 느낄 수 있는 삶도 행복하면 괜찮지 않을까.


나는 여전히 변화가 싫다.

하지만 나는,

지금 여기에서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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