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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옹알이 Aug 25. 2021

나무에 대하여

그만큼 무던해지고 단단할 수 있다면

눈 녹는 소리가 들렸다.

이제 기온이 영상으로 오르나보다.

올 겨울은 유독 폭설이 많이 내리는 것 같다는 생각과 함께한 퇴근 길, 아파트 단지 화단에서 뿌리 쪽에 이불을 동동 매어놓은 나무를 보았다.

쟤도 추울만큼 시린 겨울이구나.


주위를 둘러보니 나무가 많았다.

이 혹독한 추위를 맨 몸으로 버티고 있는 걸 보고 있자니,

목도리에 장갑과 귀도리까지 하고서 롱패딩을 동동 맨 스스로가 참 나약해보이는 거다.

생명은 참 대견하고 경이로운 거구나 싶은거다.

이 추위에 사람을 나무처럼 세워놨다면 진즉 동사했겠지.


움츠러들기는 하나 꺼지지 않는 나무의 생명력은

몇 번이고 다가오는 겨울을 버티고 버텨내며 묵묵히 나이테를 늘려나가는 것의 반복이겠지.

잠시 움츠러들기는 하나 꺼지지 않는 나무의 생명력은

혹독한 추위에서도 에너지를 간직했다가 곧 다가올 봄에 만연하게 피어나겠지.


나도 그만큼 무던해지고 단단할 수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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