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가 되지 않으려 애쓰는 예술가

2. 확신이 없는 사람의 세계

by Hyunseok YOON






말해지지 않은 것들을 위한 18개의 노트

1부 - 경계에 머무는 사람

1. 예술가가 되지 않으려 애쓰는 예술가
2. 확신이 없는 사람의 세계
3. 나는 왜 자꾸 사라지려 하는가
4. 부끄러움과 자랑스러움 사이에서
5. 내가 만든 것이 나를 만든다
6. 흔적은 때로 말보다 무겁다

Interlude - 머물렀던 자리로부터





2. 확신이 없는 사람의 세계








나는 확신이 있는 척하는, 사실은 확신이 없는 사람이다. 늘 뭔가 알고 있는 것처럼 말하고, 방향을 정한 사람처럼 걷지만, 속으로는 언제나 망설이고 있다. 결정을 내리면서도 다시 돌아보고, 다가가면서도 멈춰 서고, 말하면서도 머뭇거린다. 나아가는 데보다 멈추는 데 더 많은 에너지를 쏟는다. 어떤 날은 그렇게 멈춰 서는 데 하루를 다 써버리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나아가려 한다. 조금이라도 앞으로, 조금이라도 가까이. 아주 느리게라도 발을 떼보려 애쓴다. 그게 무의미해 보일지라도, 그게 나를 지탱해주는 유일한 방식이라는 걸 나는 안다.


하지만 나는 안다. 내가 그 모든 말들 속에서 얼마나 자주, 내 진심과 멀어졌는지를.









작업을 할 때도 마찬가지다. 나는 명확한 메시지를 강하게 전달하려 하지 않는다. 명료함은 어딘가 너무 단단하고, 너무 닫혀 있다. 나는 닫힌 문보다는 열린 창 쪽에 더 가까운 작업을 하고 싶다. 불완전한 채로 남겨진 장면, 끝나지 않은 문장, 어디에도 닿지 못하는 감정. 나는 그런 것들을 남기고 싶다.


하지만 세상은 자꾸 말한다. “명확해야 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보여야 해.” “관객이 이해할 수 있어야 해.” 그 말들은 내 안을 휘젓는다. 내가 느끼는 것, 내가 남기고 싶은 것들이 그 말들 앞에서 작아지는 느낌. 그래서 나는 때로 고개를 끄덕인다. 그 기대를 받아들이고, 설명하고, 결론을 만들어 넣는다. 그리고 또 어떤 날은 그냥 흘러가게 둔다. 설명하지 않고, 열어둔 채로 남긴다.


그 둘 사이에서 흔들리는 나. 완전히 한쪽에 속하지 못한 채로, 어정쩡하게 머무르는 나.









사람들은 나를 보고 빠르다고 말한다. 결정을 빠르게 내리고, 작업을 빠르게 끝내고, 무언가를 쏟아내는 속도도 빠르다고 말한다. 하지만 사실 나는 느리다. 내가 어떤 것을 진짜로 ‘받아들이는 데’는 오래 걸린다. 그것이 내 안에서 의미가 되기까지는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


어쩌면 겉은 빠르지만, 속은 느린 사람. 그 역설 속에서 나는 살아간다. 나는 느림을 추구하진 않는다. 다만, 나의 내면이 느리다는 것을 안다. 그리고 그 느림을 받아들이는 데에도, 또 시간이 걸린다.









그래서 나는 확신이 없는 사람의 세계를 좋아한다기보다는, 그곳에 어쩔 수 없이 속해 있다고 느낀다. 빠르게 단정짓지 않고, 쉽게 판단하지 않으며, 말보다 오래 머무는 시선, 결정보다 오래 남는 망설임. 그 세계는 내게 편안하다기보다는,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유일한 리듬이다.









나는 그런 나를 이해하려 애쓴다. 확신을 가장하면서도 늘 의심하고, 빠르게 보여지지만 느리게 반응하고, 남기고 싶지만 또 지우고 싶어지는 마음들. 그 안에서 나는 계속 작업하고, 계속 살아가고 있다.









그게 결국 ‘확신이 없는 사람의 세계’다. 정답이 없는 질문과, 끝나지 않는 생각 속에서 조금씩 나를 알아가는 세계. 지금은 그 안에, 그 모호함과 느림 속에 그냥 조용히 머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