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가 되지 않으려 애쓰는 예술가

4. 부끄러움과 자랑스러움 사이에서

by Hyunseok YOON




말해지지 않은 것들을 위한 18개의 노트

1부 - 경계에 머무는 사람

1. 예술가가 되지 않으려 애쓰는 예술가
2. 확신이 없는 사람의 세계
3. 나는 왜 자꾸 사라지려 하는가
4. 부끄러움과 자랑스러움 사이에서
5. 내가 만든 것이 나를 만든다
6. 흔적은 때로 말보다 무겁다

Interlude - 머물렀던 자리로부터




4. 부끄러움과 자랑스러움 사이에서








나는 종종 부끄럽다. 내가 만든 것을 누군가에게 보여줄 때, 혹은 내가 만든 것이 세상에 나가 있을 때, 나는 자꾸만 뒤를 돌아보게 된다.


괜찮았을까... 너무 미완성인 채로 나온 건 아닐까. 덜 다듬어진 생각, 어설픈 표현, 그 속에 숨겨둔 허점들이 들킬까 봐.. 나는 자꾸 움츠러든다.









나는 확실히 ‘완성된 것’을 내놓는 사람은 아니다. 나는 언제나 ‘완성에 도달하고 싶은 마음’을 품고 있는 사람이다. 하지만 작업이라는 건, 늘 마감이 있고, 늘 멈춰야 하는 순간이 오고, 늘 끝맺지 못한 채로 세상에 나가게 된다.









그래서 내가 만든 것들은 언제나 내 기준에선 조금 부족하고, 조금 미완성이다. 그것들이 세상에 나가는 순간, 나는 어쩐지 부끄럽다. 내가 아직 붙잡고 있고 싶은 무언가가 내 손을 벗어나버린 것처럼 느껴진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미완성인 것들이 세상 어딘가에 놓여 있다는 사실만으로 조용한 자랑스러움이 밀려올 때가 있다. 누군가가 내 작업을 오래 바라봐줬을 때, 아무 말 없이 그 앞에 잠시 머물러줬을 때, 그건 말보다 더 깊이 나를 위로해주는 순간이었다.









그 사람이 내 작업을 정확히 이해했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멈춰 서서 바라봐줬다는 사실만으로, 그 미완성의 조각이 누군가의 시선 속에 잠시 존재했다는 사실만으로, 나는 위로를 받았다.









부끄러움과 자랑스러움은 항상 같은 자리에 있다. 한 발짝만 옮기면 금방 반대편에 닿을 수 있을 정도로 가까운 거리... 나는 그 둘 사이를 오가며 작업하고, 그 둘 사이에 머무르며 살아간다.









작업을 올리고 나서, 다시 지우고 싶은 충동이 들기도 한다. 누군가가 그 안의 허점을 들춰볼까 봐, 혹은 내가 나도 모르게 벌거벗은 채 사람들 앞에 서 있는 것처럼 느껴져서.


그러나 동시에, 그 허술함조차 누군가의 마음 어딘가에 잠시라도 머물 수 있다면, 그건 어쩌면 내가 감수할 수 있는 부끄러움일지도 모른다.









나는 완벽주의자는 아니다. 그렇다고 아무렇게나 내놓고 싶지도 않다. 나는 그 사이에서, 되도록 정직하고 싶다. 불완전하더라도 솔직하게... 완성은 아니더라도 진심으로...


그게 내가 택한 방식이다. 부끄러움과 자랑스러움 사이에서, 나는 조용히, 계속 만들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