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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건희 Jan 17. 2022

나를 믿는 한 사람이 없다.

진정성을 가지고 청소년을 존중해 주는 딱 한사람이 필요한 세상이다.

1955년 하와이 카우아이 섬에 833명의 아이가 태어났다. 이 아이들을 대상으로 30년 동안 대규모 심리학 실험이 진행되었다. 833명의 신생아 중 201명은 ‘고위험군’ 가정으로 부모의 가난, 이혼, 알코올 중독, 정신질환 등으로 분류된 가정환경에서 태어났다. 연구진들은 이 아이들이 사회부적응자로 성장할 거라 판단했다. 이 분야에 박사학위 없어도 이 정도 아이들이었다면 당연히 예측 가능한 상황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이것이 잘못된 예측이라는 것이 드러났다.


 201명 중 3분의 1에 해당하는 72명이 부유한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보다 더 도덕적이고 성공적인 삶을 이뤄냈다. 그렇다면 부모의 경제적 지원도 받지 못하고 온갖 실패와 좌절 속에서도 그 아이들이 훌륭하게 자랄 수 있었던 이유는 뭘까? 연구진들은 하나의 공통점을 발견했다. 이 아이들 주변에는 언제나어떤 상황에서도 아이들을 믿어주고무조건적인 사랑을 베풀어주는 사람이 있었던 것. 그들은 조부모나 친척, 때로는 이웃사람이나 선생님, 목사 등으로 언제든 그들 편이 되어주는 단 한 사람의 존재가 있었던 것이다. ‘댄 자드라’의 ‘파이브’에 소개된 내용이다.     


https://youtu.be/uZWJu-eXDcE


유튜브 검색하다가 ‘아빠의 말씀’이라는 노래를 듣게 됐다. 슈가맨이라는 방송에서 정여진, 최불암 씨가 1981년 불렀던 '아빠의 말씀'을 38년이 지나고서 두 분이 다시 만나서 노래했다. 40여년 가까운 시간이 흐르고 부르는 그들의 노래는 가슴을 울컥하게 하는 힘이 있었다. 


가사에서 “내가 쓰러지면 그냥 놔두세요. 나도 내 힘으로 일어서야죠.”라는 아이의 노래에 아빠(최불암)는 “그래 아가, 용기를 가져라 누구나 어른은 쉽게 되지만 혼자 일어서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아요.”라고 대답한다. “내가 쓰러지면 그냥 놔두세요. 나도 내 힘으로 일어서야죠. 나는 지금 시작이니까요.” 그러자 아빠는 “그래 아빠가 할일은 끝난 것 같다.”라고 하면서 마지막에 그리고 기억해 다오너를 사랑하는 이 아빠라고 말한다마지막 아빠의 말에 아이가 성장하는 힘이 녹아 있음을 안다너를 사랑하는 누군가가 항상 존재 한다는 것이다.


아이가 넘어져도 그대로 두는 일은 쉽지 않다. 자녀가 넘어져서 자신의 힘으로 일어날 때까지 지켜봐 주는 일은 부모에게 또 다른 힘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지켜보면서 아이가 자신을 힘을 깨닫는 과정이기도 하고 힘을 기를 수 있게 돕는 일이기도 하다. 기다림의 전제는 이 가사의 마지막에 있다. ‘기억해 다오. 너를 사랑하는 이 아빠’라는 이 말이다. 자녀의 입장에서 내가 힘겨워하고 넘어지고 상처 입어도 나를 끝까지 사랑해 주고 언제나 내 편이 되어 주는 존재가 있다는 것은 아이에게 부여되는 자연스러운 힘 중에 하나다.


자신을 가장 사랑하는 누군가 자신의 곁에 있다는 것을 아는 것은 회복탄력성이 강해질 개연성이 크다. 시련과 실패에 대한 인식을 도약의 발판으로 삼아 더 높이 뛰어 오르는 마음의 근력을 회복탄력성(Resilience)이라고 한다. 볼펜의 용수철을 잡아 당겼다가 다시 놓으면 본래의 자리로 돌아가기도 하지만 늘어나서 돌아가지 않기도 한다. 사람 또한 상처를 입거나 힘겨움을 겪었을 때 다시금 원래의 위치로 돌아가는 힘을 회복탄력성이라고 한다. 사회적 문제를 반복적으로 일으키면서 문제 청소년으로 낙인찍힌 청소년들이 회복탄력성이 낮은 경우가 많다.     


사람의 감정에 폭력이 가해지면 대부분 무력감과 수치감을 갖는다. 이는 또 다른 분노를 양산하고 수치와 무력감에 의해 타자에게 가하는 폭력은 무감각해진다. 폭력으로 인한 감정에 상처가 있는 청소년들의 상당수는 또 다른 폭력을 키운다. 폭력의 무력감과 힘겨운 고통을 넘어서기 위해서는 그 누군가가 옆에 있어야 한다. 폭력방임 등의 아픔을 청소년들에게 진정 어린 마음으로 집중하며 공감해 줄 수 있는 한사람이 필요할 뿐이다상처 있는 청소년에게 집중하고 묻고 공감하고 또 묻고 공감해 주면서 함께 할 수 있는 그 한 사람이 있어야 한다. 청소년의 상처를 최선을 다해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그 아픔을 있는 그대로 받아 줄 수 있는 한 사람, 그 한 사람이 있어야 치유도 변화도 가능한 일이다. 그 한 사람이 내 옆에 없다는 것은 절망이다. 사람은 그런 존재다.     


“99년 18세. 집에 들어갔다. 큰오빠한데 좆나게 맞고 작은 오빠한테도 좆나게 맞았다. 하루 종일 맞았나 보다. 맞다가 오빠들한테 그랬다. 씨발 죽었어. 다시는 집에 안 들어와. 씨발. 하고 나는 다시 집을 나갔다. 할머니는 집에 들어오라고 했는데 나는 오빠들이 나를 때려서 정말 미웠다. … 중략 … 다방사장이 나에게 그랬다. 시간도 잘 나가고 일 잘한다고 했다. 나는 그 때 너무 기분이 좋았다. 칭찬을 받아서.” 


성매매피해여성들의 수기를 엮은 책(‘너희는 봄을 사지만 우리는 겨울을 판다.’ 중에서 - 성매매피해여성지원센터 살림 엮음 중 p139)에서 10대에 가출한 청소년이 귀가했다가 오빠들에게 폭력을 당하고 다시 가출하여 다방에서 일하게 된다. 폭력적인 가정을 나와서 또 다른 지옥에 보내졌는데 그 곳에서 포주가 일 잘한다는 칭찬에 기분이 좋아 더욱 더 성매매가 포함된 다방 일을 열심히 했다는 고백을 들으면 아프다.


그것이 거짓이라 할지라도 자신을 존중한다는 느낌을 티켓 다방 사장에게서 받을 수 있었다는 것은 그녀가 얼마나 상처가 많고 아픈 환경에 놓여 있다는 것을 반증한다. 우리 모두는 그런 존재다. 누구에게나 존중 받고 사랑 받고 싶어 한다. 그러한 관계에서 변화도 있고 살아가는 힘도 받는다. 청소년들을 위한 온갖 프로그램들이 쏟아지지만 정작 학교폭력, 약물, 성, 진로 등 관련 문제들이 튀어 나올 때 지역에서 믿고 맡길 만한 기관이나 사람을 찾기 어렵다. 부모들이 자녀들의 심각한 문제를 만났을 때 당황하는 요인 중 하나다.


그렇다면 나와 같이 청소년 관련 공부도 하고 관련 일을 하는 사람들만이 청소년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진정성 가진 그 어떤 한사람이면 어느 정도의 문제 해결은 가능하다고 믿는다. 학교의 교사, 부모, 이웃 등 그들 주변에 존재하는 누구나가 긍정적 변화의 요인이 될 수 있다. 


진정성을 가지고 청소년을 존중해 주는 한사람이다. 


진정성이라는 표현을 쉽게 하지만 그 단어가 가진 의미를 삶에 나타내기가 쉽지 않다. 상처 있고 아파하는 민수와 같은 청소년들에게 다가가려는 노력이다. 그들을 프로그램의 대상이 아닌 사람으로 존중하면서 그들의 공간에 참여하여 자신을 표현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이다. 안전한 관계가 이루어지고참여할 수 있는공감이 이루어지는 공간을 만들어 내며 끊임없이 그들을 신뢰하는 그 한사람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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