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노마디스트 Sep 02. 2023

루틴의 힘...성공의 조건, ‘적후지공’

#1

한 마을에 포정이라는 소 잡는 기술자가 있었다. 그 기술이 신기에 가까워 문혜군이라는 왕이 보러왔다. 펼쳐지는 포정의 소 해체 쇼에 왕은 입이 떡 벌어졌다. 왕이 신기에 관해 묻는다. 포정은 그 기술이 손재주가 아니라 ‘도’라고 한다.     


포정에게 첫 3년은 그저 소가 소로만 보였다. 3년의 수련 끝에 포정은 감각기관의 눈이 아니라, 도의 차원에서 소를 대하고, 비로소 신기로 소를 해체하게 되었다. 소의 근육과 뼈와 살 사이의 결을 거침없이 마치 물 흐르듯 헤집고 들어가 순식간에 소를 해체한다. 그의 칼은 마치 두께가 없는 칼처럼 보였다. 그는 그 칼 하나로 19년 동안 수천 마리의 소를 잡았으나 여전히 숫돌에 막 간 칼처럼 예리했다.     


#2

작은 새가 공중으로 날아오르는 데는 큰바람이 필요 없다. 그러나 어마어마한 새 하나가 있었다. 그 새의 이름은 붕이다. 그 새는 날개를 펼치면 그 길이가 수천 리나 된다. 바람이 두텁게 쌓이지 않으면 그 날개를 띄울 힘이 없다. 그래서 붕은 구만리나 올라가 날개 밑에 충분한 바람을 쌓는다. 비로소 붕은 바람을 타고 푸른 하늘을 등에 진 채, 아무런 구속 없이 남쪽으로 훨훨 날아간다.    


#3

한 잔의 물을 마루에 패인 곳에 엎지르면 작은 풀잎은 띄울 수 있다. 그러나 술잔을 놓으면 바닥에 붙는다. 물이 두텁게 쌓이지 않으면 큰 배를 띄울 힘이 없다. 술잔이 바닥에 달라붙는 것은 물은 얕은데 배가 크기 때문이다.     


#4

가까운 교외 들판에 나들이 가는 사람은 세 끼 식사만 준비해도, 돌아와 아직 배가 고프지 않다. 그러나 백 리 길을 가는 사람은 하룻밤 걸려 곡식을 찧어야 하고, 천 리 길을 가는 사람은 석 달 동안 식량을 모아야 한다.     

이 이야기는 모두 장자에 나오는 이야기다. 네 이야기의 공통된 아포리즘이 있다. ‘적후지공(積厚之功)’.    

 

적후직공은 두텁게 쌓는 노력이다. 이것이 모든 성공의 비밀이다. 장자의 ‘양생주’편에 나오는 포정은 도를 깨달은 사람이고, 소는 세상사이며, 칼은 어느 것에도 거침이 없는 텅 빈 마음이다. 포정의 3년간 수련의 두터움을 쌓아 세상을 헤쳐 나갈 수 있는 텅 빈 마음을 얻어 도를 깨달은 자가 된다.    

 


대승불교에서는 깨달음에 이르는 길을 ‘돈오점수’로 표현한다. 깨달음은 한순간에 얻을 수 있지만, 그 초롱초롱한 순간이 한 없이 이어지도록  마음의 모습을 관찰하고 살피는 담금질의 시간이 필요하다.    


적후지공을 현대적으로 풀어쓰면 루틴이다. 어떤 행위의 일정한 루틴이 없으면 어느 한 분야에 일가견을 이룰 수 없다. 내가 이루고자 하는 바가 있다면 그것엔 꼭 필요한 몇 가지 기술이 있다. 그것이 깊이 있는 기술이라면 오랜 수련이 필요할 것이다. 그것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매일매일 일정한 시간에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묵묵히 감내해야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혹여 그렇지 않고 오는 성공은 사상누각이기에 오래가지 못한다.          

작가의 이전글 하루를 잘 산다는 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