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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우 Jan 23. 2024

언제까지 팀장님 보고서 대행을 해야 할까

Entj 사회생활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 직전 회사를 그만둔 이유는 딱 한 가지였다. 내가 일하는 부서에 새로운 팀장이 왔는데, 보고서 작성부터 발표까지 다 시키는 것도 모잘라 보고서 내용에 대해 하나하나 가르쳐줘야 하는데 현타가 왔다.


보고서 작성쯤이야 얼마든지 해줄 수 있다. 단, 그것을 알아서 받아먹는 조건하에.


지난주 금요일이었다. 오후 1시에 갑자기 팀장님이 올해 목표세팅을 해야 하니, 팀 목표설정을 금일까지 해달라고 요청했다. 문뜩 직전 회사 일이 생각나면서, 머릿속에 든 생각은 '팀 목표를 왜 내가 세팅하나!'


지금까지 여러 팀장을 만나면서 보고서 대행을 시키는 3가지 유형을 정리해 보았다.


1) 방향성과 전략 제시, 넌 보고서 대행만 해

그나마 나은 부류다. 자기가 보고서를 통해 어필하고자 하는 부분, 얘기하고자 하는 부분이 명확해서 난 데이터만 잘 정리하고 보기 좋게 ppt만 작성하면 되는 유형이다. 어떻게 보면 가장 바람직할 수 있는 유형이지만, 보통 이런 부류는 이상도 높아서 수십 번 수정이 필요할 수도...


2) 비전, 방향 모름. 근데 네가 쓴 보고서는 다 이해할 수 있어

이런 부류는 딱히 전략 같은 건 없지만 네가 생각해 오면 그걸 대신 발표는 해줄게. 뭐 보고서야 다 거기서 거기니까.

사실 개인적으로는 젤 편한 유형의 팀장이다. 딱히 생각이 없으시니, 큰 틀만 벗어나지 않는다면 내가 생각한 대로 팀을 이끌 수 있으니까. 다만, 정말 설득이 필요한 일도 이런 유형은 끝끝내 움직이지 않는다. 답답할 정도로!


3) 나 몰라 유형

아무 생각도 없거니와 보고서를 대신 작성해 줘도(그것도 아주 쉽게), 이해조차 못하는 부류다. O과장이 한 번 설명해 보겠어? 이게 왜 이런 결과가 나왔지?

이런 유형은 보고를 하다가 대표 심기에 거스르는 문장 하나만 나와도 보고서 작성한 내 얼굴만 빤히 쳐다보며, 난 아무 잘못 없다를 시전 할 스타일이다.


암튼 팀장 보고서 대행을 언제까지 해야 하는 걸까? 우리나라만 그런 걸까, 외국 회사는 다를까? 대표는 이 사실을 알고 있을까? 알지만 묵인하는 이유는?

 

이번에 팀 목표 설정을 대행하면서(심지어 내 위에는 차장도 있지만!), 난 팀장이 아니기에 자료가 나한테 오지 않고 팀장에게 간다는 사실이..  그 모든 자료를 취합하려면 팀장은 5분 난 1시간이 걸린다는 사실이.. 회사의 방향성이나 비전을 직접 듣는 것이 아니라 어깨너머로 추측한다는 사실이.. 너무나 화났다. 이럴 거면 팀장자리 반납하고 팀원을 하시지 ~


물론, 긍정적인 부분은 난 오늘도 발전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내가 팀장 자리에 간다면 저런 악습은 다 없애버릴 거라는 것.

팀장답게 방향성을 잘 설명하고 각자 잘하는 부분이 최상으로 발휘될 수 있도록, 또 그것이 적절히 섞여 최고의 결과를 도출할 수 있도록 해야지!


근데 정말 언제까지 쉐도우 팀장을 해야하는거냐아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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