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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우 Aug 18. 2023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직장생활

Entj 사회생활

직장생활을 해오며, 도저히 참을 수 없다고 생각되는 게 몇 가지 있다.


누군가는 내가 ENTJ라서, 독특해서, 사회 부적응자라서, MZ세대라서 그렇다고 말할 수 있겠지만, 아직 그런 행동에 대해 온전히 이해를 못 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렇게 글로 남기고, 이 글을 보는 사람들에게 이해를 구해보고자 한다.


1. 일찍 출근하는 거

“10분 전 출근 안 했다고 명단 뿌려”… 오뚝이 근태 관리 논란 | 서울신문 (seoul.co.kr)


난 기본적으로 지각을 하지 않는다면 30분 전에 오든 1분 전에 오든 자유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 이유는 사람마다 공부할 때도 정리부터 하고 공부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자리에 앉자마자 바로 공부에 빠져드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니까. 나로 말하자면, 후자에 가깝다. 예전 오뚜기 지각 관련 기사에 댓글들을 보면 회사에 일찍 와서 정리 정돈하고 오늘 할 일 생각하고 9시부터는 근무에 돌입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는데, 나는 그 전날 일을 마무리하면서 한 번, 자기 전에 한 번, 다음날 할 일을 머릿속에 우선순위부터 생각해 두고, 출근하자마자 그 우선순위에 따라 일을 하는 사람이라 그런 댓글들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한 번은 회사 매출이 굉장히 안 좋을 때 갑자기 팀장님이 팀 전체가 30분 전에 와서 앉아있었으면 좋겠다고 한 적이 있다. 팀장님은 우리 팀이 일찍 와서 이렇게 열심히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던 거 같은데, 뭣이 중한지, 그 시간에 차라리 매출 내는 방법을 강구하라고 했으면 모를까, 매출은 내가 내고 30분 전에 앉아만 있는 팀원들을 보면 정말 답답하기 짝이 없었다.


아, 오해를 살까 봐 적어두면, 난 지각은 하지 않는다. 5~10분 전에 올뿐. 새벽에 미팅이 있으면 밤을 새워서라도 나와있는다. 다만, 누군 1분 전에 왔네, 누군 30분 전에 왔네 그런 걸로 말을 하는 게 우습다고 생각하는 사람일 뿐.


2. 오래 일하는 거

최대의 집중력으로 오래도록 일해서 어마어마한 생산성을 낸다? 그렇다면 할 말 없지만, 지금까지 내가 보아온 사람들 중에 오래 일하는 거에 집착하는 사람들은 그렇게 열심히 일하지 않고 오로지 오래 앉아있는 거에 목숨을 건다. 오전에 와서 커피 한 잔 하고, 아무 도움 안 되는 미팅 좀 하다가, 점심 먹고, 꾸벅꾸벅 졸다가, 그러다가 직퇴하는 사람들에게 왜 이렇게 일찍 가냐고 한 마디씩 하는 그런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난 동일한 일을 어떤 사람은 1시간 만에 하고, 어떤 사람은 6시간 동안 한다면, 그런 사람은 오래도록 해야만 하는 업무를 주던가 생산성을 높이는 방법을 찾던가 그래도 안되면 잘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 머릿속에 오래 남아서 일하는 사람 = 일을 못하는 사람인데, 한국인들의 머릿속에는 오래 일하는 사람 = 일을 열심히 하는 사람 혹은 회사에 대한 애착이 강한 사람? 이렇게 생각하는 듯하다.


특히 오래 일하는 사람들이 번아웃에 걸린다 그렇게 말을 많이 하는데, 그런 얘기를 들으면 정말 코웃음이 난다. 예전 동료 중에 거의 8시 반 출근해서 오후 4시까지 놀다가 오후 5시부터 일하기 시작해 밤 10시까지 일하는 직원이 있었다. 매일매일 야근에 야식을 하니, 몸은 썪어나고, 가정은 파탄 나고, 번아웃 번아웃 하는데, 번아웃이 일이 많아서 나는 건지, 시간 관리를 못해서 나는 건지... 정시 퇴근해도 숨도 쉬지 않고 제대로 휴식도 못 취하고 일만 해대면 번아웃에 걸린다. 번아웃도 시간의 질적인 측면에서 판단을 해야 맞는 것이 아닐까?


3. 성차별

성차별 얘기하면 페미니즘이다 어쩐다 공격받을까 두렵지만. 그래도 써야겠다. 지금까지 경험한 성차별 몇 가지 생각나는 대로 적어보자면 아래와 같다.


- 설거지 당번은 신입사원이라고 해놓고, 신입 남자직원은 빠져 있던 일

  -> 난 신입사원은 아니나, 그 신입 남자 직원도 넣어야 한다고 바로잡아 주었다.

- 팀 미팅이 따로 없고, 남자들만 담배 타임하자며 데리고 가서 거기서 모든 일이 결정 나는 일

  -> 휴, 같이 핀다 펴...(따라갈 뿐 담배를 피우진 않습니다 ㅎㅎ)

- 성과급을 주는데, 성과가 높은 나보다도 다른 남자 직원이 많이 받아서 팀장님께 문의하니, "OO과장은 외벌이에 애가 둘이야, OO은 남편이 벌잖아~ 왜 이렇게 돈독이 올랐어?"라는 답변을 들었던 일

  -> 속으로 난 여기 뭐 자원봉사하러 왔냐? 는 생각이 들었으나 꾹 참았다. 다음 성과급 때는 남편이 회사를 그만두고 8개월째 집에서 쉬고 있을 때여서 팀장님께 분명히 말씀드렸다. "팀장님, 남편이 일을 그만둔 지 8개월째라 제가 가장입니다. 외벌이고요^^"

- 이직을 할 때마다 임신 계획을 묻는 일

  -> 임신 계획이 없지만, 없다는 사실을 구구절절 설명하다가 현타가 몇 번 온다.


나는 여자이기에 여자 입장에서 썼지만, 분명한 건 남자도 많은 성차별이 있다. 무거운 거 들 때 남자만 부른다든지, 승진할 때 여성 쿼터제로 남자라는 이유로 누락된다든지, 육아휴직을 쓰면 "네가 애 낳냐"는 말을 듣는 다든지.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여성 차별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성차별이다. 남자 여자 구분 짓지 말고, 인간대 인간으로 서로 배려하고 도우며 회사 생활을 헤쳐나갈 수 있게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쓰다 보니 생각보다 너무 많아서, 다음 편에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직장생활 몇 가지(2)'를 써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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