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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우 Aug 25. 2023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직장생활(2)

Entj 사회생활

지난 글에서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직장생활 몇 가지로 일찍 오는 거, 오래 일하는 거, 성차별 등에 대해 적었다. 적다 보니 생각나는 게 너무 많아서, 남들도 공감할 얘기인지는 모르겠으나, 안 적으면 또 병이 나는 스타일이니 적어보도록 하겠다.


4. 네, 알겠습니다.

한동안 내가 회사에서 제일 듣기 싫었던 말이 바로 '네, 알겠습니다'였다. 나도 회사에 어느 정도 연차가 쌓였기 때문에 그렇게 중요하지 않은 일, 루틴 하게 처리하는 일에 대해서 '네, 알겠습니다'하고 넘어가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것을 잘 안다. 다만, 이건 누가 봐도 그렇게 가면 안 된다라고 생각되는 일에 대해서도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네, 알겠습니다'를 시전 할 때면, 솔직히 속에서 천불이 난다.


한때는 어떤 일에 대해서도 동요하지 않고, '네, 알겠습니다'가 술술 나오는 사람들이 부럽기도 했다. 어떻게 하면 저렇게 저 말이 잘 나오나 관찰을 많이 했는데, 일단 그들은 군대를 나온 사람들이 많고, 자신의 대답에 크게 부담을 갖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


"매출 이번달 50억 해"

"네, 알겠습니다."

이렇게 말하고 안 하면 그뿐이다. 안 했다고 죽이기야 하겠는가! 양심에 좀 찔리면 시간이 지난 뒤 다시 가서 제가 이렇게 해보고 저렇게도 해봤는데, 50억은 좀 어려울 것 같다고 슬쩍 말해두면 되는 거고.

 

나같이 시키는 일에 토를 많이 다는 사람은 군대를 안 가봐서 상명하복의 개념 자체가 없고, 팀장이든 차장이든 편의성을 위해 직급이 있을 뿐 너나 나나 평등하다는 인식이 강하게 잡혀 있고, 또 '네, 알겠습니다'라는 말의 무게를 엄청 크게 느껴서 실제 할 수 있는지, 이 방향이 맞는지 고민하고 답을 하는 거다. 그러니 왜 그렇게 해야 하죠? 지금 상황에서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등등 토가 많이 달린다. 대신에 일단 한 번 뱉은 말이면 무슨 일이 있어도 해내야 직성이 풀리기에 성과를 내니까, 적도 많지만 아군도 꽤 많다는 사실!


난 개인적으로 우리나라 '네, 알겠습니다' 이 말이 창의적인 사고, 비판적인 사고를 갉아먹는다고 생각을 하기 때문에 점차 저 말이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대표라고, 팀장이라고 다 옳은 말만 하는 것은 아닐 텐데, 좀 더 다양한 시각에서 다각도로 살펴보고 나아간다면 더 좋은 선택이 나오지 않을까? 왠지,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이 세상에 나뿐이면 어떡하지?;; ㅎㅎ


5. 비효율적인 업무 처리

내가 ENTJ라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비효율적인 업무 처리를 보면 참지 못한다. 예전에 잠시 이커머스에 몸담았을 때, 어떤 직원이 울면서 야근하면서 업무를 하고 있는 거다. 알아보니, 상품을 채널에 맞춰 하나하나 올리느라 60개 상품이면 그 60개 상품에서 파생되는 구성까지 포함해 한 120개를 상품 등록하느라 집도 못 가고 일하는 거였다.


한 번 상품을 등록해 두면 그것을 채널에 맞춰 알아서 연동해 주는 업체를 찾던지, 아니면 매출 나오는 제품은 뻔하니까 매출 90% 나오는 상품부터 먼저 등록을 하고 시간이 될 때 나머지를 하든지, 아니면 IT팀에 한 번 등록되면 연동되도록 개발 요청을 하든지, 뭐 여러 가지 방법이 있는데 120개를 하나하나 등록하고 있는 걸 보면서 그 친구에겐 미안하지만 답이 없다고 생각했다.


직장 생활하면서 그런 비효율적인 업무가 너무 많다. 대표적으로 PPT 꾸미기에 집착하는 일이다. 내가 하고자 하는 말이 명확히 보이도록 심플하고 간결하게 가급적 도식화해서 보여주는 것은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내가 하고자 하는 말이 '주'지 꾸미는 것이 '주'는 아니니까 주객전도만 되지 않아도 좋으련만... 오늘도 PPT 수정하느라 여념 없는 직장인들(나를 포함) 보면 쓸데없는데 시간을 낭비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6. 큰 숲을 보지 못하고 나무만 보는 임원

요즘 책을 보면 '디테일이 생명이다' ' 성공하는 사람은 디테일까지 다르다' 등 아주 작은 것에 집착하는 것이 성공을 가르는 열쇠인 마냥 얘기하던데, 나도 일정 부분은 동의한다. 상품기획이나 마케팅, 개발자... 등등 여러 분야에서 디테일이 생명일 수 있겠지.


하지만 직장 생활하며 경향성과 방향성을 보라고 만들어준 파일을 보면서 점 하나, 1원 하나 틀린 거 찾느라 방향성을 보지 못하고 틀린 그림 찾기에 혈안이 된 임원들이 종종 있다. 물론, 데이터가 정확한지 검증하는 것은 올바른 판단을 내리는데 기본이니까 중요하겠지만, 그들에게 틀린 그림 찾기란, 왜 이렇게 표현했지, 여기 뒷부분 몇 원이 지난번 내가 본거랑 다른데 등등 본질을 보는 것과는 많이 다르다.


나는 그들이 그렇게 지엽적인 사실에 집착하는 동안, 방향성에 대한 판단은 느려지고, 결국 경쟁사 대비 뒤처지는 일들을 여러 번 보았다. 특히나 이런 임원들 밑에서 일하게 되면, 직원들이 보고를 위한 보고에 몰두하게 되면서 회사 대내외적으로 그렇게 많은 실수가 발생하게 된다. 했던 보고 하고 또 하고 하는데, 다른 거에 신경 쓸 여력이 어디 있겠는가!


7. 사내 정치, 라인, 아부

마지막으로 내가 참을 수 없는 것은 직장 내 정치, 라인 타기, 아부 등이다. 개인적으로 사람마다 능력이 다르고, 각자의 능력으로 회사에서 살아남기 위해 노력한다는 관점에서 일정 수준의 정치질, 라인 타기, 아부하기 등은 이해를 하는 편이다. 나는 타고나기를 그런 것들을 못하게 태어났기 때문에 그런 것들을 잘하는 사람이 본인이 잘하는 재능으로 위로 올라가겠다는데 막을 수는 없으니까.


그런데 문제는 본인이 잘하면 본인만 하면 되는데 직장 내 미꾸라지처럼 여기저기 물을 흐리고 다닌다는 것이다. 정치질을 잘하고, 아부를 잘해서 승승장구하는 사람도 있고, 일을 잘하고 성과를 잘 내서 승승장구 하는 사람도 있는 회사면 그나마 다행인데, 정치질하는 사람이 선동을 해서 일 잘하는 사람을 몰아내거나, 성과를 내는 사람을 밀어내는 모습들을 보면 회사에 남아있던 정도 뚝 떨어진다. 


난 항상 그런 정치질 밖에 있길 원하는데, 때론 내 의도와 관계없이 정치질 폭풍 속에 속할 때가 있다. 그럴 때면 정치질에 재주가 없으니 밟히고, 까이고, 그래도 버티고. 그러다 보니 정치질에 대한 능력도 조금씩 개발되는 것 같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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