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에 있었던 일이니, 벌써 3개월이 흘렀다.
그래도 아주 어제 일처럼 생생한 것이.. 희망퇴직이 충격이긴 했나 보다.
요즘 사람들은 희망퇴직을 나쁘게 보지 않고 오히려 기회로 인식하는 사람도 있다는데, 난 회사의 배신감에 열받아서 그때부터 지금까지 얼굴 홍조끼가 가시질 않는다.
희망퇴직 대상자가 된 이유는.. 곰곰이 돌이켜보면 역시 entj라 그런가? 싶다.
우선, 그렇게 생각한 첫 번째 이유는, 우리 팀이 희망퇴직 대상 부서가 될 거라고 올해 초부터 알게 모르게 얘기가 나왔는데, 난 전혀 몰랐다. 난 작년까지 3년간 몸을 불사르며 일해서 나 나름대로는 올해를 안식년으로 정하고, 신나게 놀러 다녔다. 마침 코로나도 끝나 해외도 자유롭게 나다닐 수 있으니 너무 좋은 기회였던 것!
내가 여기저기 놀러 다닐 때 팀 내 남직원분들은 기민하게 눈치를 채고 아무도 연차를 쓰지 않고, 일을 하나하나 자기 걸로 만들어두고, 희망퇴직 대상자가 되지 않도록 나름 철저한 준비를 했던 거다...(다 좋은 분들이나, 아주 눈치가 빠르신 분들이다 ㅎ)
팀장님이 나를 선택한 이유로 3가지를 들었는데
1. 지난 6개월간 업무에 열정이 보이지 않더라.
2. 주변 팀장들에게 나에 대한 평가를 물었을 때, 일은 잘하나 강성이다, 세다는 평가가 많았다.
3. 남편이 벌지 않니? 그리고 사업에 더 적합한 성격 같은데~
요약하자면 이랬고, 나의 반박은
1. 지난 3년간 내부 보고의 90% 이상 처리했으나 기대했던 승진을 못해 지난 6개월간 힘이 빠졌던 건 사실이다. 그러나 다시 맘을 잡았고, 회사 매출의 80% 를 차지하고 있는 메인품목과 채널이 모두 내 담당이고 단 한 번도 쉽게 매출 달성한 적 없지만 어떻게든 해내왔다. 팀장님은 내가 꼭 필요하실 거다.
2. 주요한 품목 채널 모두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때로는 밀어붙일 땐 밀어붙이고, 얻어낼 땐 얻어내야 하다 보니 그런 이미지가 있는 것을 부인하진 않겠다. 다만, 윗사람에게 예의가 없거나, 업무 외적으로 세게 하거나, 밉보이거나 하는 성격은 아니다.
3. 일을 좋아한다. 남편보다 내가 더 벌고(남편 미안ㅡㅜ), 실질적인 가장이다. 내가 그만둔다면 가정 경제에 큰 타격이다. 3년 6개월 다녀 희망퇴직금이 얼마 되지도 않고.
팀장님은 곰곰이 생각하시는 거 같았다.
옆팀에서 나를 지켜보기만 했을 뿐 실제 팀장님으로 같이 일한 거는 일주일 가량.
마지막으로 자신감 있게 한 마디 날린 나.
팀장님, 저를 선택하시면 절대 후회하지 않을 겁니다.
부대표님 / 상무님 / 기존 팀장님 다 저를 좋아하셨어요!^^
그래 같이 가보자~!
아직 후회하고 계신 거 같지는 않은 팀장님..
오늘도 눈치를 슬쩍슬쩍 보게 되는 나 ㅎㅎ
암튼 희망퇴직을 결정하든 하지 않든 이러한 세상에 살고 있는 모든 분들. 파이팅 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