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두 번째 편지
어느덧 더운 여름. 쨍쨍한 여름 햇살이 거리에 드리웠어. 사람들은 모자를 쓰고 양산을 들고 거리를 걸었어. 아이스크림을 손에 든 아이들이 재잘거리며 지나갔고, 자전거를 타고 쌩 지나가는 아저씨가 보였어. 두꺼운 책을 든 학생들과 운동복을 입은 여자들. 그리고 정처 없이 걷는 사람들……. 나는 그 곁에서 미지근한 여름 바람을 맞으며 토닥토닥 걷고 있었어.
더워서 땀을 줄줄 흘리면서도 그 뜨거운 거리를 걸어 카페로 향했어. 더위를 식힐 겸 카페에 들어가 커피라도 한 잔 마시려는 생각이었지.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사람들의 모습. 커피를 마시고, 책을 읽고,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보통날의 풍경들.
문을 열기 위해 손을 뻗는데, 누군가의 손이 내 손 위에 놓이는 것이었어. 나는 깜짝 놀라 고개를 돌려 옆을 바라보았어.
“또 만나네요. 안녕.”
내 옆에는 얼마 전 강아지와 함께 있었던 여자가 서 있었어. 아무렇지 않게. 정말로 자연스럽게.
“일행 있어요?”
여자가 물어서 나는 도리도리 고개를 저었어. 여자는 빙긋 웃었어.
“잘 됐다. 우리 같이 커피 한잔해요. 산책하는데 너무 더워서 땀을 좀 식혀야겠어요.”
“좋아요.”
우리는 다정하게 웃으며 카페 안으로 들어갔어.
“뭘 마시는 게 좋을까.”
여자가 내 옆에서 고개를 갸웃거리며 메뉴판을 바라보았어. 나는 말했어.
“블루 레모네이드.”
그러자 여자는 새콤달콤한 미소를 지었어.
“블루 레모네이드. 맛있어요?”
나는 손가락을 들어 계산대 옆에 놓인 키 작은 나무 간판을 가리켰어.
“저기 적혀 있어요. 오늘의 음료는 블루 레모네이드라고.”
여자와 나는 작은 테이블에 마주 보고 앉았어. 차가운 에어컨 바람이 나오는 가게에서, 둘 다 같은 메뉴, 레몬 한 조각을 꽂은 새파란 블루 레모네이드를 홀짝홀짝 마셨어. 말없이 음료를 마시다 여자가 먼저 말을 꺼냈어.
“잘 지냈어요? 우리, 처음 만났을 땐 날씨가 선선했는데, 두 번째 만남은 쨍쨍 내리쬐는 햇볕 아래서네요.”
나는 레모네이드를 마시며 카페 안을 둘러보았어. 카페는 내가 일하는 가게보다 훨씬 크고 넓고 천장이 높았어. 요 근처 교회에서 온 듯한 사람들이 깔깔 웃으며 떠드는 모습이 보였어. 주말이라 그런지 복작복작한 가게 안. 아이들은 까르르 웃으며 장난감을 가지고 놀고, 어른들은 사는 이야기를 늘어놓고.
“아. 저기, 구름 봐. 예쁘다.”
여자의 말에 나는 고개를 들어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높다란 하늘을 올려다보았어. 레모네이드처럼 새파란 하늘 위에 하얀색 뭉게구름이 뭉게뭉게 떠다니고 있었지.
“난 구름 보는 거, 되게 좋아하거든요. 신기하잖아요, 구름. 저렇게 폭신한 게 하늘 위에 동동 떠 있다고 생각하면 신기해지고, 하늘은 얼마나 높은 걸까 생각하면 재밌어지고.”
나는 고개를 끄덕거리면서 대답했어.
“맞아요. 저도 좋아해요.”
우리는 차가운 에어컨 바람을 맞으며 레모네이드를 마셨어. 달그락거리는 얼음 소리와 상큼하고 달콤한 여름의 하늘. 이보다 더 행복한 일이 어디 있을까. 우리는 평온한 주말의 한낮을 더없이 즐겁게 보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