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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기도토리 Oct 27. 2023

ep 13. 청포도 요거트 케이크


청포도에 관한 기억 하나.

고등학생 때 친구 집에 가서 먹은 청포도.


학교 수업이 끝나면 종종 친구네 집에 놀러 갔었는데, 그때마다 친구가 냉장고에서 청포도를 꺼내 주었다.

포도와 다르게 씨가 없어서 신기하고, 싱그러운 연둣빛인 게 좋았다. 사람들은 이런 과일을 먹는구나, 하면서 맛있게 먹었었다.


오랜만에 새콤한 과일이 들어간 케이크를 먹고 싶었다. 크림도 조금 더 새콤한 걸로. 그래서 이번에는 청포도 요거트 케이크를 만들기로 했다.



청포도 요거트 케이크

* 바닐라 제누와즈

바닐라빈페이스트를 넣어 제누와즈를 만든다. 청포도와 가장 잘 어울리는 시트는 뭐니뭐니 해도 바닐라 제누와즈.


* 오렌지술을 넣은 새콤달콤한 시럽

새콤달콤한 청포도에 어울리는 시럽을 위해, 오렌지술(꾸앵뜨로)를 소량 넣는다.


* 요거트 파우더를 넣은 인서트 크림

청포도는 요거트 크림과 잘 어울린다. 생크림과 크림치즈를 넣어 고소한 크림에 요거트 파우더를 추가해 크림을 완성한다.

요거트 파우더를 넣으면 크림이 금세 굳으니 너무 많이 넣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 원형 깍지와 청포도 장식

윗면 가장자리에 원형 깍지로 생크림을 짜 장식한다. 예쁘고 싱싱한 청포도 여섯 개를 윗면에 얹으면 완성.




청포도와 요거트 크림으로 만든 새콤달콤한 케이크.

도톰하게 자른 제누와즈는 구름처럼 폭신폭신해서, 입에 넣을 때마다 감탄을 자아낸다. 아, 이 케이크 정말 맛있다. 한 조각 먹으면 한 조각 더 먹고 싶어지는 맛이다.


제누와즈를 여러 번 만들면서 알게 된 건, 원래 레시피보다 계란을 10그램 정도 더 넣으면 더 퐁신한 시트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모든 레시피에 해당하는 건 아니고, 내가 만든 레시피에서는 그렇다. 다음에 제누와즈 만드는 포스트를 쓰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사실 요거트 파우더를 좀 많이 넣어서인지, 크림 만들 때 고생을 했다. 몇 분 휘핑하지도 않았는데, 생크림이 꾸덕하게 굳어 버린 것이다!

생크림을 추가했는데도 크림이 돌아오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꾸덕한 채 그냥 만들었는데, 맛은 정말 좋았다. 요거트 파우더가 아니었다면 이 케이크의 맛을 살리지 못했을 거다.


그리고 처음으로 옆면 장식을 러프하게 마무리해 보았다. 케이크 옆면에 스패츌러를 대고, 돌림판을 돌리면서 스패츌러를 천천히 올리면 이런 모양이 생긴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어쩌면 이런 엉성한 모양이 이 케이크를 더 특별하게 만드는 게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저녁에 케이크를 완성한 뒤 냉장고에 넣어 두고 두근두근하며 잠이 든다. 다음 날 아침에 냉장고를 열어 보면, 냉장고 한편에 내가 만든 귀여운 케이크가 있다.

그게 좋아서, 나는 자꾸 케이크를 만드나 보다.


다음엔 무슨 케이크를 만들까?


언니가 그려준 청포도 요거트 케이크


_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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