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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기도토리 Nov 17. 2023

ep 16. 딸기바나나 롤케이크


온 세상을 삼킬 듯 비가 내리던 날, 딸기가 왔다.

딸기 상자를 열어 보니, 조그마한 딸기들이 오밀조밀 들어 있었다. 여름에 산 딸기는 우락부락하고 커다랬는데, 이번 딸기는 귀엽고 얌전하다.


조그만 딸기를 케이크에 넣어도 될까. 너무 작아서 이상하면 어떡하지. 고민하던 차에, 엄마가 마트에서 바나나를 사 오셨다. 마침 잘 됐다. 딸기도 맛있고 바나나도 맛있으니, 둘이 합치면 맛있음이 두 배.

그래서 이번에는 딸기바나나 롤케이크를 만들기로 했다.



딸기바나나 롤케이크

* 쉬폰 롤케이크 시트

쉬폰 케이크를 만드는 방식으로 롤케이크 시트를 만든다. 롤케이크 팬에 종이호일을 깔고 반죽을 평평하게 부어서 오븐에 굽는다.


* 크림치즈를 조금 넣은 생크림

생크림에 크림치즈를 소량 넣는다. 전체 크림의 10퍼센트 정도. 크림치즈를 조금 넣는 것만으로도 크림의 풍미와 맛을 업그레이드 할 수 있다.


* 딸기바나나, 그리고 슈가파우더

롤케이크 시트에 크림을 바르고 바나나와 딸기를 조르륵 놓는다. 과일 위에도 크림을 도톰하게 바른 뒤에 시트를 돌돌 말면 케이크 완성. 슈가파우더를 솔솔 뿌리면 케이크의 멋을 더 살릴 수 있다.




롤케이크를 만든 건 정말 오랜만이다. 거의 오 년 정도. 롤케이크를 만들지 않았던 이유 중 하나는 롤케이크 마는 걸 잘 못해서다. 시트도 완벽하게 만들고 크림도 열심히 휘핑했는데 롤케이크를 돌돌 말면서 시트가 찢어지면 슬프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나는 언젠가부터 롤케이크를 멀리하게 되었었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이번 롤케이크는 쉽게 돌돌 말렸다. 바나나와 딸기가 도와주었기 때문일까. 롤케이크를 성공해서 정말 기분 좋았다.

롤케이크를 말 때 시트에 달라붙지 않는 종이호일을 깔고, 김밥 말듯이 돌돌 마는 게 포인트인 것 같다.


쉬폰법으로 만든 시트는 공립법이나 별립법으로 만든 시트와는 식감이 다르다. 쉬폰 케이크처럼 폭신폭신하고 대만 카스테라처럼 쫀득하고 촉촉하다. 시트에 우유나 아몬드브리즈 대신 두유를 넣었는데도 예쁜 노란색이 나와 줘서 다행이었다.


딸기와 바나나는 참 잘 어울리는 조합이다. 딸기의 상큼함과 바나나의 달콤함은 어느 맛에 치우치지 않게 균형을 잡아 준다.

둘 다 넣길 잘했다. 덕분에 딸기 케이크와 바나나 케이크를 함께 먹는 일석이조가 되어서 좋다.


바나나랑 딸기가 붙어 있는 게, 행성이랑 위성 같아.


하고, 언니에게 말했더니 이과인 언니가 화들짝 놀라며 대답한다.


그러면 진짜 큰일 나.




롤케이크의 좋은 점 또 한 가지.

아침에 만든 롤케이크를 점심에 먹을 수 있다는 점.

물론 다음 날 먹어야 더 숙성되지만, 롤케이크는 한두 시간 냉장고에서 굳힌 뒤 먹어도 맛이 훌륭하다.


휴일. 조금 배고프게 점심을 먹은 오후. 우리는 식탁 앞에 둘러 앉아 롤케이크 한 조각을 먹었다.

케이크와 어울리는 허브티도 함께.



다음엔 무슨 케이크를 만들까?


언니가 그려준 딸기바나나 롤케이크


_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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