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러멜과 관련된 재미있는 이야기. 몇 년 전, 캐러멜을 만들었는데, 냉장고에 아무리 두어도 굳지 않아 캐러멜 소스가 된 적이 있었다.
캐러멜을 만들려던 건데 캐러멜 소스가 되어 버리다니. 실패했다고 생각하면서 캐러멜을 티스푼으로 조금 떠서 먹어 보았다. 망했다고 생각했는데, 망한 캐러멜이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었다.
그날 먹었던 달콤 짭짤한 캐러멜을 떠올리며, 캐러멜 소스를 케이크 크림에 넣으면 어떨까 생각해 보았다. 소금을 넣어 짭짤하면서도 설탕을 태워 달콤한 캐러멜 소스가 케이크에 잘 어울릴 것 같은데.
그래서 이번엔 솔티 캐러멜 케이크를 만들기로 했다.
솔티 캐러멜 케이크
* 바닐라 제누와즈
바닐라빈 페이스트를 넣어 바닐라 제누와즈를 만든다. 이번 시트에는 아몬드브리즈 언스위트 대신 직접 만든 두유를 넣었다.
* 캐러멜 크림
크림에 넣을 캐러멜 소스를 만든다. 냄비에 설탕을 넣고 갈색이 될 때까지 끓인다. 너무 진하지 않은 갈색이 되었을 때, 살짝 따뜻한 생크림을 넣고 골고루 섞는다. 따뜻할 때 소금을 넣어 녹인 뒤 체에 걸러 실온에서 식히면 캐러멜 소스 완성.
생크림을 휘핑할 때 캐러멜 소스를 전량 넣어 크림을 만든다.
* 캐러멜 글라사주와 초콜릿 장식
캐러멜 글라사주를 만들어 케이크에 얹고, 원형 깍지로 남은 크림을 여섯 개 짠다. 초콜릿을 비스듬히 놓아 장식하면 케이크 완성.
생크림 쿠션에 기댄 초콜릿들이 오손도손 이야기를 나누는 케이크. 이게 이번 케이크의 콘셉트다. 그렇게 생각하면 정말로 초콜릿들이 편하게 누워서 이야기를 나누는 것 같다. 생크림 쿠션과 초콜릿들이 귀여워서 자꾸만 냉장고를 열어 보게 되었다.
캐러멜은 과하게 끓이면 쓴 맛이 날 수 있으니, 색이 너무 진하지 않게 만들어야 한다. 또 생크림을 넣을 때는 엄청난 소리와 함께 생크림이 바글바글 끓어오르니 조심해야 한다.
캐러멜 크림은 캐러멜 소스 덕분에 달콤하고 짭짤했다. 다음에는 생크림 위에 캐러멜 소스를 샌드해도 좋을 것 같다. 그렇게 하면 캐러멜 맛을 더 잘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여름에 녹차 케이크를 만들었을 때보다 글라사주 만드는 실력이 늘었다. 케이크 옆면에 고르게 떨어뜨리는 건 여전히 익숙하지 않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만족이다.
글라사주에도 소금을 넣으면 너무 짤 것 같아서 안 넣었는데, 먹어 보니 소금을 넣어도 괜찮을 것 같다. 다음에는 그렇게 만들어 봐야지.
케이크를 만드는 건, 언젠가부터 나에게 삶의 희망이 되었다. 우울하고 힘겨운 날, 어제 만든 케이크가 있었지. 역시 케이크 만들길 잘했어. 그렇게 생각하게 되어 오늘을 살아갈 힘이 생긴다.
달콤하고 짭짤한 맛의 캐러멜 케이크를 먹으며 이번 주말도 무사히 마무리해야지. 내일은 오늘보다 행복한 하루가 되기를 바라면서.
다음엔 무슨 케이크를 만들까?
_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