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은 팥앙금의 계절이다. 갓 구운 단팥빵, 김이 모락모락 나는 찐빵, 바삭바삭한 붕어빵.
얼마 전, 단팥빵을 만들기 위해 팥앙금을 만들었다. 주말 오전 내내, 팥이 보글보글 익어가는 냄비 앞에 서서 팥앙금을 만들고, 오후에는 단팥빵을 만들어 먹었다.
그러고 나니 냉동실에 팥앙금이 한가득 남았다.
남은 팥앙금으로 뭘 만들까 고민하다가, 마침 팥앙금이 잘 어울리는 케이크가 떠올랐다.
바로, 쑥 인절미 케이크.
쑥 인절미 케이크
* 쑥 제누와즈
쑥 가루를 넣어 쑥 제누와즈를 만든다. 일반 쑥 가루는 잘 뭉치니, 입자가 굵지 않은 쑥 가루를 쓰면 좋다.
* 인절미 크림과 팥앙금
화이트 초콜릿을 넣은 몽떼 크림을 만든다. 생크림과 화이트 초콜릿으로 가나슈를 만들고, 차가운 생크림을 조금씩 넣어 크림을 완성한다. 아이싱용 크림을 덜어 두고, 인서트 크림에 인절미 가루를 섞어 마무리한다.
팥앙금은 테이블 스푼으로 동그랗게 만들어 크림을 샌딩할 때 넣는다.
* 쑥 가루를 넣은 아이싱 크림
아이싱용 크림에 쑥 가루를 넣어 휘핑한다. 쑥 가루는 조금만 넣어도 색이 잘 나기 때문에 많이 넣지 않도록 주의한다.
* 원형 깍지 장식과 인절미 크럼블
남은 인절미 크림과 쑥 크림을 각각 짤주머니에 넣는다. 인절미 크림은 상투 깍지, 쑥 크림은 원형 깍지로 케이크 윗면에 장식한다.
그 위에 노릇하게 구운 뒤 식힌 인절미 크럼블을 솔솔 뿌려 마무리하면 케이크 완성.
이 케이크는 정말 한 입 먹으면 입을 다물 수 없는 맛이다. 팔아도 될 것 같다. 지금까지 만든 케이크도 모두 맛있었는데 이 케이크가 압권이다. 초코바나나 케이크보다 훨씬 맛있다.
쑥 제누와즈와 두 가지 크림, 팥앙금과 인절미 크럼블, 모든 게 조화롭다. 마치 이 케이크를 위해 모든 재료가 존재해 온 것만 같이.
쑥 제누와즈는 처음 구워 보았는데 다행히 폭신폭신하게 잘 만들어졌다. 특히 쑥의 구수한 풍미가 좋다. 잘 뭉치지 않으면서 입자가 굵지 않은 쑥 가루를 쓰는 게 정답인 것 같다.
크림은 화이트 초콜릿을 넣어서 고급스럽다. 인절미 크림과 쑥 크림은 역시 잘 어울린다. 특히 인절미 크림이 정말 맛있어서 깜짝 놀랐다. 인절미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케이크를 몇 조각이고 먹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케이크 사이에 들어간 팥앙금은 커다랗게 넣길 잘한 것 같다. 팥앙금이 없었다면 이 케이크의 맛을 제대로 살리지 못했을 것 같다.
케이크 장식에 쓴 바삭바삭한 인절미 크럼블은 부드러운 크림과 대비된다. 케이크의 전체적인 맛과 부드럽게 어우러지면서 장식용으로도 훌륭하다.
지금까지 만들었던 케이크 중에서 공정이 가장 많았던 쑥 인절미 케이크. 하지만 온종일 주방에 서서 케이크를 만든 보람이 있다.
맛있는 케이크를 먹으며 행복해하는 언니와 엄마를 보는 것만으로도 하루가 즐거워지니까. 추운 겨울이 조금 더 따뜻해지니까. 앞으로도 맛있는 케이크를 많이 만들어야지.
다음엔 무슨 케이크를 만들까?
_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