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문득, 얼그레이와 초콜릿을 넣은 케이크를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제나 케이크를 먹고 싶어서 만든다기보다는 만들고 싶어서 만들었는데, 이번엔 정말로 얼그레이 초코 케이크가 먹고 싶었다.
얼그레이 크림을 만들까? 아니면 밀크티를 우려서 얼그레이 시트를 만들까? 바닐라빈 페이스트를 넣은 바닐라 버터 크림도 좋을 것 같은데.
어떤 케이크를 만들지 고민하면서 제누와즈를 만들기 시작했다.
얼그레이 초코 케이크
* 코코아 제누와즈
코코아 파우더를 넣어 코코아 제누와즈를 만든다. 우유 대신 직접 만든 두유를 넣었고, 박력분 대신 우리밀가루를 썼다. 코코아 파우더에 유분이 많으므로 버터는 살짝 줄인다.
* 얼그레이 크림
생크림과 얼그레이 티백을 데워 밀크티를 만든다. 얼그레이 티백 중 하나는 뜯어서 가루를 넣어 크림에 자연스러운 무늬를 만든다.
식힌 밀크티에 차가운 생크림을 조금씩 넣어 가며 크림을 완성한다. 만든 크림은 사용하기 전까지 냉장고에 넣어 식힌다. 하루 정도 숙성하면 좋다.
풍미를 위해 크림치즈를 조금 추가했다.
* 둘세 초콜릿 가나슈
둘세(커버춰 초콜릿)에 따뜻한 생크림을 부어 가나슈를 만든다. 만든 가나슈는 냉장고나 실온에서 식힌다.
* 8발별 깍지와 체리 장식
아이싱한 케이크 위에 8발별 깍지로 크림을 짜고, 통조림 체리를 올려 장식하면 케이크 완성.
달콤하고 진한 초콜릿과 베르가못 향이 물씬 풍기는 얼그레이 크림. 둘세 초콜릿 가나슈를 크림과 시트 사이에 얹어서, 더 풍부하고 맛있는 케이크가 되었다.
나는 축축한 시트보다 보송보송한 시트를 좋아하는 편이다. 그래서 이번에는 시트에 시럽을 조금만 뿌렸는데, 가볍게 녹는 얼그레이 크림과 보송보송한 코코아 제누와즈의 식감 차이가 무척 좋았다.
얼그레이 갸또 쇼콜라 케이크를 만들었을 때 느꼈던 건데, 얼그레이와 초콜릿은 궁합이 아주 좋다. 다크 초콜릿도 좋지만, 밀크나 화이트 초콜릿과도 잘 어울린다.
발로나 초콜릿 중에서도 둘세를 좋아하는 편인데, 둘세는 특히 얼그레이와 환상 궁합이다. 베르가못 향이 진한 얼그레이 크림과, 캐러멜 향이 도는 가나슈가 부드럽게 어우러진다.
케이크 위에 얹은 통조림 체리도 예쁘다. 빨갛고 통통하고 깜찍한 체리 덕분에 케이크가 더 귀여워 보인다.
커다란 우주 속에 나의 케이크는 이렇게나 작은데, 이 작은 케이크는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다.
쿠키도 머핀도 스콘도 빵 한 조각도 모두 소중하지만, 케이크는 어쩐지 다른 무엇보다도 하루를 특별하게 해 주는 능력이 있다. 그래서 케이크를 만드는 나날이 이렇게나 행복한 건지도 모르겠다.
다음엔 무슨 케이크를 만들까?
_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