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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기도토리 Feb 02. 2024

ep 27. 티라미수


사실 나는 커피를 마시지 못한다. 커피를 조금이라도 먹으면 배가 엄청 아프고 불편해진다.

엄마는 커피를 마시면 잠을 잘 수 없고, 언니는 졸음이 쏟아지는 걸 보면, 우리는 커피와 잘 맞지 않는 사람들인가 보다.


커피를 마실 수 없는데 티라미수를 만들고 싶었다. 물론, 커피를 넣지 않고서. 커피 없이 티라미수를 만든다니. 하지만 커피를 마실 수 없는 사람이라도 티라미수는 먹고 싶은 법인걸.


그래서 도전해 보기로 했다.

커피 없는 티라미수.



티라미수

* 코코아 제누와즈

진한 초콜릿 색을 내기 위해 코코아 파우더를 조금 늘려 제누와즈를 만든다. 다 구워진 시트는 완전히 식힌 뒤 15cm와 12cm 무스링으로 한 장씩 잘라 준비한다.


* 얼그레이 코코아 시럽

커피 맛을 대신하기 위해 시럽에 얼그레이 티백을 넣어 우린다. 뜨거울 때 코코아 파우더를 조금 넣어 색을 맞춘다.


* 마스카포네 치즈 크림

노른자, 설탕, 럼, 바닐라를 중탕한다. 노른자 반죽이 70~80도로 올라가면 불에서 내리고, 얼음물에 불린 판젤라틴을 넣어 섞는다.

마스카포네 치즈를 부드럽게 풀고, 30도 정도로 식힌 노른자 반죽을 넣어 섞는다. 마스카포네 반죽과 비슷한 질감으로 휘핑한 생크림을 넣어 섞으면 크림 완성.


* 코코아 파우더와 초콜릿 장식

냉장고에 넣어 밤새 굳힌 케이크에 코코아 파우더를 뿌리고, 초콜릿으로 장식하면 케이크 완성.




부드러운 마스카포네 치즈 크림, 초콜릿 향이 진한 코코아 파우더와 시럽을 듬뿍 발라 촉촉한 초코 시트.

커피를 넣지 않았는데도, 한 입 먹는 순간 티라미수의 풍미가 입 안 가득 퍼진다.


이 케이크는 만든 지 이틀 째 되는 날 먹어야 제대로 된 맛이 난다. 냉장고에 넣어 숙성하는 동안, 크림과 시트와 코코아 파우더가 적절하게 어우러지기 때문이다.


먹기 전에 윗면에 코코아 파우더를 듬뿍 뿌리는 것도 맛있게 먹는 비법 중 하나다. 티라미수 맛의 핵심은 의외로 커피가 아닌, 맛있는 코코아 파우더에 있는 것 같다.


마스카포네 치즈 크림을 만들 때는, 노른자 온도를 70~80도로 올려 제대로 살균하는 게 중요하다. 마스카포네 치즈는 온도가 올라가면 분리되기 쉬우므로, 노른자 반죽을 30도 정도까지 식힌 뒤 치즈에 넣어 섞는다.


장식은 간단하게 초콜릿 두 개를 얹었는데, 다음에 또 만들게 되면 스패츌러로 크림을 러프하게 표현하거나, 원형 깍지로 장식해도 좋을 듯하다. 그렇지만 오늘의 티라미수는 지금의 반듯한 모양이 딱 좋다.




‘나를 들어 올린다’라는 티라미수의 뜻처럼, 티라미수를 한 조각 먹으면 우울했던 기분이 밀려 나가고, 그 자리에 행복감이 찾아온다.


행복이라는 건 특별한 게 아니구나. 티라미수 한 조각이면 이토록 마음이 포근해지는 걸 보면.


다음엔 무슨 케이크를 만들까?


언니가 그려준 티라미수


_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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