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아동센터에서 알게 된 초등학생이 있다. 공부를 원체 싫어해서 수학 문제 하나 푸는 데 얼마나 애를 먹이는지 모른다. 딴 소리하고, 드러눕고, 해찰하고, 우는 소리를 해대고, 단 오 분도 집중이 안 된다. 문제를 풀다가도 지망지망 지우개질을 하다 책을 찢어먹기 일쑤였다. 그럴 때마다 너는 내 자식이었어 봐, 하는 속종이 불쑥불쑥 입밖에 나오려는 걸 겨우 참았다.
하루는 아이가 너무 지친다고 간청을 해서 긴 실랑이 끝에 공부를 내일로 미뤄주었다. 미뤄주면서도 내일 열심히 하겠다는 아이의 말을 다 믿지는 않았다. 솔직히 진이 빠져서 더 상대할 기력이 없었다. 아니나다를까. 다음 날 아이는 쌩쌩하게 놀다가 공부 시간이 되니 언제 그랬냐는 듯 시들시들 엄살을 떨었다. 나는 전과 다르게 엄포를 놓았다.
"넌 어제 분명히 선생님하고 약속을 했어. 그런데 어제랑 달라진 게 하나도 없어. 선생님은 이제 네가 하는 말은 아무것도 믿지 않을 거야."
아이는 처음 보는 단호함에 풀죽은 얼굴로 웅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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