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 우리를 용서하실까요?
여기 모든 것을 잃은 목사가 있다. 종군 목사 집안 출신으로 가족의 전통에 따라 아들에게 참전 권유를 했지만 자 신이 가치없다고 생각했던 이라크 전쟁에서 아들이 전사하고, 그로 인해 그의 아내는 그를 떠난다. 모든 것을 잃었 다고 생각한 그 때 풍성한 삶 교회의 도움을 받아 퍼스트 리폼드 교회의 담당 목사가 된 톨러 목사는 몇 안되는 신 도들을 이끌며 이 작은 교회를 운영해 나간다. 톨러 목사는 기도로 다 하지 못한 진짜 이야기를 하기 위해 일기를 쓰기로 한다. 수정할 수도 없고, 거침없고, 숨김없이 그의 일상과 생각을 기록 할 수 있도록.
영화의 초반부는 이러한 일기를 쓰기 시작한 톨러 목사의 결심과 그가 일기를 쓰는 모습으로 시작한다. 일기는 주 로 톨러 목사의 일상 기록과 신에 대한 그의 고찰, 생각 등을 담고 있다. 톨러 목사는 12개월 간 일기를 쓴 후 마지 막에 불태우기로 결심한다.
이런 톨러 목사에게 교회의 신도 중 하나인 메리라는 여성이 도움의 손길을 요청한다. 얼마 전 출소한 후 우울해하 는 남편 마이클의 상담을 부탁하는 것. 마이클은 급진적인 환경 운동가로 아내 메리의 임신 소식을 안 후 낙태를 종용하고 있었다. 톨러 목사는 퍼스트 리폼드 교회보다 큰 교회인 풍성한 삶 교회에서의 도움을 권유하지만 메리 는 마이클이 그 곳은 대형 기업같아서 싫다고 했다는 말을 전한다. 메리의 남편 마이클이 이러한 풍성한 삶 교회 대신 퍼스트 리폼드 교회, 톨러 목사를 선택했다는 것이 마이클의 신념을 톨러 목사가 계승한다는 암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 전체적으로 톨러 목사의 퍼스트 리폼드 교회와 제퍼스 목사의 풍성한 삶 교회가 대비되고 있다. 퍼스트 리폼 드 교회는 과거에는 역사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었지만 현재는 ‘기념품을 사는 곳’ 이라 불리며 관광명소 로 전락한 작은 교회로, 신도 수도 매우 적고 오르간을 고칠 자금이나 유지 보수 비용도 매우 부족한 상태이다. 그 에 비해 풍성한 삶 교회는 신도의 수도 훨씬 많고 자본도 더 풍부한 대형교회이다. 바크 산업같은 대기업의 경영 자, 시장 등 지역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치는 사람들을 신도로 두고 있고 제퍼스 목사의 설교가 방송을 통해 생중계 되는 등 말그대로 ‘대형’ 교회이다. 퍼스트 리폼드 교회와 톨러 목사 또한 풍요로운 삶 교회로부터 도움을 받고 있 다. 풍요로운 삶 교회의 제퍼스 목사는 대형 교회를 운영하려면 자금이 필요하다는 나름의 논리를 가진 인물로 가 끔씩 톨러 목사에게 너무 이상향을 추구한다고 무안을 주는 등 세속적인 종교인으로 그려진다.
이렇게 톨러 목사가 메리의 남편 마이클을 상담하기 시작하며 본격적인 사건이 전개되기 시작한다. 마이클의 우울 증의 원인은 지구의 환경 오염과 그로 인한 암울한 인류의 미래 때문이었는데 이로 인해 임신한 아내 메리에게 낙 태를 강요했던 것이다. 그는 이러한 세상에 아이를 낳는 것이 잘못된 행동이라고 생각하며 톨러 목사에게 환경에 대한 심각성을 역설하고 신이 우리를 용서하실까요? 라는 질문을 던진다.
신이 우리를 용서하실까요?
첫번째 상담에서 톨러 목사는 마이클의 질문에 진땀을 빼고 다음을 기약하고 별 소득없이 마무리된다. 이때까지만 해도 톨러 목사는 마이클 만큼 환경문제나 지구에 대한 문제를 인식하지 못하는 듯 보인다. 두번째 상담을 하기로 한 날 톨러 목사가 자살한 마이클을 발견하게 되면서 톨러 목사의 인식에 큰 변화가 생기기 시작한다.
마이클이 톨러 목사에게, 인류에게 던졌던 이 질문은 마이클의 자살 이후 톨러 목사의 몫이 되는데 그동안 교회 밖 의 문제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해보지 못했던 톨러 목사는 마이클의 자살의 첫 목격자가 되면서 부터 자신에게, 그 리고 세상에게 이 질문을 던지기 시작한다. 또한 퍼스트 리폼드 교회가 환경 파괴의 주범 중 하나인 거대기업, 바 크 기업의 후원으로 인해 운영되고 있다는 사실에 죄책감을 느낀다. 또한 마이클의 자살 이후 과부가 된 메리를 도 우게 되면서 메리와 많은 시간을 보내고 가까워지게 된다.
그러한 가운데 퍼스트 리폼드 교회의 250주년을 기념하는 큰 행사인 재봉헌식이 열리고 톨러 목사는 다소 충격적 이고 과격한 방법으로 자신의 뜻을 전하고자 결심한다. 마이클이 생전에 준비했던 자살폭탄 조끼를 입고 재봉헌식 에 참석하기로 한 것. 그러나 재봉헌식 당일, 톨러 목사의 만류에도 참석한 메리를 보고 톨러 목사는 무너져 내린 다. 그는 폭탄 자살을 포기하고 자신을 자해한 후 세제를 마시고 자살하고자 한다. 그러나 메리가 마법처럼 잠긴 문을 열고 톨러를 찾아오고 둘은 서로에게 달려들어 키스를 하며 이 장면에서 영화가 끊기듯 막을 내린다.
이 영화를 관통하는 문장은 신이 우리를 용서하실까요? 라는 물음이라고 생각한다. 톨러 목사는 자신을 용서하지 못하는 사람이고 자신을 용서하지 못한채 자기파괴적 행동을 하며 살아가는 인물이다. 영화는 이러한 톨러 목사의 내면과 그 주변의 인물들의 감정을 4:3 화면 비율을 사용하여 더 집중하게끔 하고 있다. 톨러 목사는 또한 폐암을
앓고 건강이 심각하게 악화된 상태지만 자신의 건강을 전혀 돌보지 않으며 술을 자주 마신다. 이러한 내면의 고통 에 사로잡힌 인물이 내면에서 나와 외부 문제로 눈을 돌렸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자기파괴적인 행위를 하던 인 물이 인간의 보존 행위는 창조행위라는 생각을 가지게 되며 나타나는 변화가 아이러니컬하면서도 흥미롭게 느껴 졌다.
절망의 답은 용기
이 영화를 총 2번 보았는데 처음 본 느낌은 이게 뭐지?하는 당혹감이었다. 특히 나를 가장 당황스럽게 했던 부분 이 이 영화에서 2번 있었는데 첫 번째는 메리와 톨러 목사의 영적 체험 장면이었고 두번째는 엔딩이었다.
먼저 메리와 톨러 목사의 영적 체험 장면은 사실적으로 전개 되었던 이 전 장면들과 확연히 다르게 조금은 인위적 이어 보이는 자연을 배경으로 메리와 톨러가 몸을 맞대고 날아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아름다운 자연 장면 이 후로 자연이 파괴되고 환경이 오염되는 장면으로 전환되며 놀라는 톨러 목사의 표정을 클로즈업으로 보여준다. 처 음에는 이러한 장면이 조악해보이고 의도가 잘 이해되지 않았는데 2번 보고 나서 이 장면의 기능이 이해되었다. 이 행위는 사실 메리가 죽은 남편 마이클과 함께 했던 놀이였다. 그래서 나는 톨러 목사가 이 행위를 통해 마이클 이 보고 느꼈던 목 앞으로 다가온 지구와 인류에게 닥친 종말을 보고 이같은 행위가 일종의 각성역할을 했다고 생 각한다. 이 경험이 톨러 목사가 극단적인 행위까지 결심하도록 하는 촉매제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또한 메리와 더욱 깊은 관계가 되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장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엔딩은 마치 정전이 되는 것처럼 갑자기 끊겨서 당혹스러운 느낌까지 주었다. 처음에는 이 결말이 마음에 안 들었 다. 이 썩어 문드러진 세상, 그 수 많은 문제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모든 것을 해결해주는 것은 사랑이다 같은 결말이 게으른 선택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영화가 환경오염, 교회의 세속화, 신앙 등등 인류를 관통하는 여러 묵 직한 문제 의식을 제기하고 있는데에 반해 그에 대한 답이 사랑이라는 결말이 납득이 되지 않았다. 그러나 영화에 대해 깊이 생각하면 생각할 수록 감독의 의도가 이해가 됐다. 세상에 대한 끓어오르는 분노와 증오 대신 사랑을 선 택한 톨러 목사 그 인물 자체가 영화 제목처럼 처음으로 개혁된 종교인으로서 의미가 있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톨 러 목사는 마이클과의 첫 상담 장면에서 세상의 현실에 절망하는 마이클에게 절망의 답은 용기라고 대답한다. 마 지막 메리와 톨러 목사의 키스 장면은 톨러 목사가 절망의 답으로 ‘사랑할 용기’를 선택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장면 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갑자기 끊기는 컷이 그들의 미래가 해피엔딩은 아닐것이라는 것을 암시한다.
퍼스트 리폼드는 이렇게 평소 깊이 생각해보지 못했던 주제들에 관해 의미 있는 물음을 던지고 있으며 좋은 영화 임은 의심할 여지 없는 사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폴 슈레이더 감독은 이 영화를 위해 지구에 왔다는 평처럼 지구 에 사는 인간이라면 이 영화가 던지는 주제의식과 논지에 스스로 물음을 던져봐야 하지 않을까. 신이 우리를 용서 할 것인지. 우리는 이 이후로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에 대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