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나는 내성적이고 소극적인 데다 부끄러움도 많이 탔다. 주목받는 것을 극도로 싫어했다. 혼자만의 시간에 흠뻑 빠지다 보니 자연스레 친구들과의 대화가 줄고 혼자만의 대화 시간이 길어졌다. 교우관계가 썩 좋지 못했다. 친구들이 말을 붙이면 어찌 반응해야 하는지 몰라 가만히 있다가 ‘왕따’를 당하기도 했다. 끈질긴 나의 느린 반응에 화가 났었나 보다.
언니들의 말에 따르면 나는 조금 이상한 아이였다. ‘왕따’를 당하고도 집에 와서는 책을 읽고, 홀로 가사를 만들어 흥얼거리고 또, 하등 쓸모없는 무언가에 열중하며 놀았다고 했다. 겁도 많고 눈물도 많았지만, 몸을 다치는 데에는 크게 두려워하지 않았다고 한다. 백과사전을 보다가 펼쳐진 책 끝에 손가락을 쓱 데어보다가 피가 줄줄 흐른 적이 있다고. 왜 그랬느냐고 물으니, 손가락이 종이에 베일 수 있는지 궁금했다고 말하더란다. 깨끗이 닦으려고 빼서 세워둔 책장 유리를 발로 밟은 적도 있다. 그때도 진짜 유리가 깨지는지 궁금해서 그랬다고.
처음 그녀를 본 것은 오래전 어느 흑백 사진에서였다. 길게 풀어 헤친 머리, 남성 같은 정장 구두를 신고서 의자에 다리를 벌리고 앉아 담배를 피우는 그녀의 모습은 뭇 남성들보다 강하고 힘이 있었다.
문화 잡지에서 또 한 번, 그녀를 발견했다. 이번에는 화사하고 아름다운 꽃 같은 모습이었다. 그녀의 모습과 함께 적힌 그녀의 말은 내 심장을 꼭 쥐고 흔들어 댔다.
나는 내가 세상에서 가장 이상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곤 했지만,
세상 많은 사람 중에 나처럼 기괴하고 결점이 많다고 느끼는 사람이
분명히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나는 그녀를 상상하고 그녀 역시 나를 상상하리라 생각했죠.
당신이 어딘가에서 이걸 읽고 있기를 바랄게요.
맞아요, 그래요. 내가 여기 있어요.
나도 당신만큼이나 이상하답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어느새 『프리다 칼로』 (반나 빈치 지음, 이현경 옮김, 미메시스)라는 책이 내 손에 들려있었다.
사실 내가 이상한 사람이라고 생각해 본 적은 없다. 그런 말을 들어본 적이 많아서 그렇지. 이상하다는 건 나쁜 게 아니다. 그게 뭐 어떻다는 건가? 말 그대로 그저 조금 다르다는 것일 뿐. 그렇다고 고민해 보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 고민의 흔적으로 일상을 평범하게 잘 살아가고 있지 않은가. 너무 튀지도, 또 너무 지루하지도 않게. 어찌 보면 나처럼, 모두가 자신이 원하는 색을 찾기 위해 이리저리 물감을 뿌려보는 행동을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제일 마음에 드는 색을 찾을 때까지. 그 와중에 조금이라도 비슷한 색을 가진 사람들끼리는 알아볼 것이다. 내가 프리다 칼로, 그녀의 색에 적잖은 동질감을 느끼는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