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의 결혼식을 핑계로 오래간만에 친구들이 모였다. 그곳에는 자신에게 벌어진 모든 일을 자신의 좋지 않은 운을 탓하며 괴로워하는 친구가 있었다. 자기는 항상 왜 이렇게 운이 좋지 않냐며 한탄에 한탄을 이어갔다. 자신의 사업 운, 가정 운, 건강 운까지 이렇게까지 운이 없을 수가 없다는 것이다. 자신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며 쓰디쓴 곡차를 연거푸 들이켰다. 내 눈에 보이는 그 친구는 그 누구보다 기회나 운이 많아 보였다. 오히려 부러운 부분이 많았음에도 친구의 운이 손 안에서 모든 운이 다 빠져나갔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아팠다. 먼지 같은 내 한탄들은 침으로 삼키며 위로의 곡차를 함께 들이켰다.
집으로 돌아와 가만히 친구를 생각했다. 문득 오랜 웹툰이자 TV 드라마였던 '미생'에서 주인공 ‘장그래’의 말이 생각났다. "내가 무엇을 놓친 것일까?" 그는 자신에게 일어났던 좋지 않은 일에 관한 결과를 보며 자신이 무엇을 놓쳐서 일이 이렇게 되었는지를 되짚어 보았다. 남의 탓도, 운의 탓도 아니라 자신이 지나쳐버린 행동을 돌아보는 것으로 대신했다.
우리는 항상 크고 작은 실수를 하면서 산다. 그저 실수라며 치부하고 넘어가기도 하고, 그 실수가 반복되지 않게 하기 위해 실수를 되짚어 보기도 한다. 되짚어 생각해 보지 않는다면 다시금 같은 실수를 하기 마련이다. 그런데도 반복된 실수는 종내에는 힘든 결과를 안고 올 수도 있다. 그저 내 인생이 왜 이러냐며 탓할 수만은 없다는 것이다.
신기하게도 수업 중에 학생들이 문제를 풀 때도 마찬가지였다. 아는 문제는 자꾸 풀어서 쉬운 문제가 더 쉬워지고 잘 모르는 문제는 귀찮고 어려우니 더 손을 대지 않았다. 결국 잘하는 것만 더 잘해지고 어려운 문제는 해결되지 않을 때가 많았다. 부족한 점을 채워야 발전이 되는데도 불구하고 그 부분은 귀찮고 번거로우니 자꾸 내버려 두고 손대기 쉬운 부분만 찾게 되면 당연히 실력이라는 것은 쌓을 수가 없다. 아이러니하게도 학생들은 이쯤 되면 이런 한탄을 한다. "진짜 열심히 하는데 잘 안 되는 것 같아서 속상해요."라고.
해야 하는 부분은 그대로 두고 하고 싶은 부분만 파고들면 실력의 균형을 이루는 일은 어쩌면 다음 생에나 가능할지도 모른다. 하고 싶은 부분보다 해야 할 부분을 직시하고, 고쳐야 할 부분을 수정한 후에 다음 진도를 나가는 것이 실력 향상에도 도움이 된다. 실력만큼이나 운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자신이 간과하는 실수를 되짚어 고민해 보고 또 자신의 실수에 대해 인정하고 받아들이며 고치려고 노력하다 보면 행운이라는 것도 나에게 살살 넘어오지 않을까? 좀 더 내게 다가오도록 꼬셔지지 않을까?
행운(幸運)의 '운(運)'자는 '옮기다, 움직이다'의 뜻을 가자 한자이다. 자신의 행동과 마음에 따라 움직인다는 것이다.
"나는 해도 안 돼." , "난 항상 운이 없어."라는 말을 내뱉기에 앞서 자신이 그 운을 자신에게 옮기기 위해 몸과 마음을 얼마나 끊임없이 움직였는가를 생각해 보면 함부로 내뱉어질 말은 아니리라. 혹여나 눈물겨운 수많은 노력에도 운이 따라주지 않는 경우라면 그 노력으로 인해 다른 운이 따랐을 터이니 마음은 아프지만, 그 운은 언젠가 우연히 따라오거나 나를 따를 때까지 기다려주는 것도 미덕이지 않을까.
감히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