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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쓴귤 Aug 12. 2023

나는 운동 신경이 없다

4. 운동, 그거 뭐, 어떻게 하는건데... 왜... 이렇게 어려운건데.

운동 신경이란 무엇일까?


나는 뭔지 말하라고 하면 정확히 말할 수 없고, 학술적으로도 명확하지 않지만, 한국인이라면 느낌적 느낌으로 모두가 즐겨 쓰는 단어 중 하나가 '운동 신경'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나머지 둘은 '체력'과 '면역력'이다.)


운동 신경이란 무엇일까?


대충... '운동 중 수행해야 하는 동작을 쉽게 따라하여 근시일 내에 동일한 퍼포먼스를 내는 능력' 정도로 말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러니까 학교 체육 교사가 옆구르기 동작을 보여주면, 한두번 연습하더니 바로 옆구르기를 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운동 신경이 좋다고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왜 하필 옆구르기냐면, 초등학교 2학년 때 1학기 체육 실기평가가 옆구르기였다. 그리고 나는 옆구르기를 아직도 하지 못한다. 30년 쯤 전의 일인데도 디테일하게 기억하는 나의 절망적인 운동 신경에 대한 기억이다.


운동 신경을 위해서 필요한 세부 능력이라면 뭐가 있을까? 잠깐 생각해보면, 반사 신경, 동체 시력, 동작을 수행할 수 있는 최소한의 근력과 근지구력, 유연성, 심폐지구력, 공간지각력 등등이 있을 것 같고 플러스 알파로 알 수 없는 미지의 능력, 그러니까 아무튼 뭔가 뇌 어딘가에 있을 것 같은, '금방 잘 따라하네?'력 정도가 있겠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건 '금방 잘 따라하네?'력이 아닐까? 특정인의 운동 신경이 모든 운동 분야에 고루 적용되는 것은 아닌 것 같기에 하는 말이다. 달리기 잘하는 사람은 대강 어느 운동이든 잘하는 편이다. 하지만 그 사람이 수영도 바로 잘하는 것은 아니다. 농구의 슛은 곧잘 금방 따라하는 사람은 배구도 꽤 잘할 가능성이 높은데, 의외로 축구나 족구는 못하는 경우도 봤다. 이상하게 헛발질을 하는 것이다. 전문용어로 '개발'이라고 한다. 축구, 농구 같은 구기종목은 잘 하는 사람이 요가 수업에 오면 전혀 감을 잡지 못하기도 한다.


장황하게 말을 했는데, 나는… 그럼 어느 쪽이냐. 


아무 것도 못하는 운동 신경을 가진 쪽이다. 뭐 하나 잘 하는 운동이 없다. 축구는 개발이고, 농구는 레이업슛도 못한다. 탁구, 배드민턴 등 라켓을 가지고 하는 것도 정확히 라켓에 공을 못 맞춘다. 달리기도 못한다. 나의 초등학교 체력장 100m, 그리고 오래달리기 등수는 중간 이하였다. 그래도 '걷기'는 잘한다고 생각했는데! 70대의 허리를 진단 받은 후 가진 걷기 테스트에서 '걷기'도 제대로 못한다네? 나는 걷는 것도 잘 못하는 운동 신경을 가지고 있다.


그럼 왜 이렇게 운동 신경이 안 좋으냐. 


모름….


최근에 '배틀 그라운드'라는 FPS 게임을 친구들 따라서 몇 번 해봤는데, 기본적으로 나는 동체 시력이 좋은 편이 아니다. 빠르게 움직이는 공이나 다른 사람들의 움직임을 따라가는데 문제가 있다는 뜻이다. 근력, 근지구력, 유연성이 안 좋은건 당연하고… 공간지각력에도 문제가 있다. 나는 길치경연대회가 있으면 순위권을 노려볼 수 있을 정도의 길치, 혹은 방향치다. 군대에서 분대장을 맡아 훈련을 할 때 "이 산이 아닌개벼!"를 시전한 경험도 있다.


심지어 나는 왼쪽과 오른쪽도 헷갈려 하는데, 물론 일상적으로 그렇다는 얘기는 아니다. 그러나 왼발, 오른발, 혹은 왼손, 오른손, 혹은 왼쪽으로 회전과 같은 고난이도의 동작을 수행하는 춤을 추거나, 운동을 할 시에는 왼쪽과 오른쪽이 무의식적으로 인지되지 않는 것 같다. 


여기까지 말해놓고 나니… 어, 되게 약간 비참해지네요?


하지만 일상 생활에는 문제가 없습니다. 운동을 할 때 문제가 생기지만.


아무튼 운동 신경을 이루는 수많은 구성 요소가 있다면, 나는 그 모든 것에 다 문제가 있다. '금방 잘 따라하네?'력은 제로에 가깝다고 추정하고 있다.


하지만 마흔 평생 이대로 사는데 큰 문제는 없었다. 


물론 학창 시절 체육 시간의 평가는 대부분 낙제에 가까웠다(아! 지금 생각났는데, 줄넘기는 좋은 점수를 받았다. 이걸 잘 하기 위해 내가 얼마나 노력했을까요?) 친구들과 농구 한판! 같은 추억도 거의 없다. 군대에서 축구를 하지 않기 위해 요리저리 잘 빠져 나가야만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큰 문제가 생기는 것은 아니었다. 내가 운동을 좋아하고, 잘하고 싶어 하는데 이렇게 절망적인 운동 신경을 가지고 있다면… 그것은 문제일 것이다. 가슴 아픈 일일 것이다. 하지만 나는 운동을 좋아하지도 않고, (성적을 잘 받기 위해서, 혹은 창피하지 않기 위해서가 아니라면) 잘하고 싶은 마음을 가진 적도 없다. 


그런 내가 살기 위해 운동을 해야 한다면?


대체 무엇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한단 말인가?


언제까지 유튜브에서 '땅끄부부'만 따라할 수는 없고, 1만보 걷기만 할 수는 없지 않은가? 뭐라도 해야 하는데…


문제는… 운동을 좋아하지 않는 나는 운동이 너무 재미가 없었다.


그래서 헬스장에 가서 머신 운동을 하거나, 스쿼트 따위를 반복하는 것은 정말 싫었고, 재미도 없었고, 계속 지속할 자신도 없었다. 게다가 (책으로 운동을 배운 대충 방구석 운동) 전문가의 견해를 빌어 말하자면, 나처럼 운동법도 모르는 사람은 무턱대고 헬스장에 가서 머신을 사용하느니, PT부터 받아야 하는데… 내 허리 상태가 정상이라면 모르겠지만, 내 몸 상태와 재활에 이해가 있는 좋은 PT 트레이너를 어디서 어떻게 만나야 하는지 생각하면 답이 안 나왔다.


그렇다면 조기축구회 가입? 일단 허리도 아프지만, 아프지 않아도 말도 안되구요. 골프… 요새 주위 사람들이 많이 하는데… 여러 문제가 있지만, 일단 골프 스윙은 허리 나가는 운동이구요. 테니스? 라켓에 공 맞출 자신 없구요. 


할 수 있는 운동은 '달리기' 뿐이었다.


맙소사…. 내가 달려야 한다니. 이게 무슨 소리인지. 나의 40년간의 역사가 비웃는 것 같지만…


나는 달리기로 했다.


+ 이 글은 '수영일기'입니다. '달리기 일기'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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