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운동한 이야기를 쓰려니까 어색하다(1)
개인적으로 대체 수영 이야기는 언제 나오냐는 말을 들었다. 벌써 5편의 글을 썼는데, 나는 허리가 아프고 나는 운동을 못하고, 또 나는 운동을 왜 못하고… 따위의 이야기만 썼다고 생각하니 식은땀이 흐른다. 고구마 기간이 너무 길었다. 캬~ 소리 나는 사이다 구간이 필요하다. 그런데 그것이 없다…
가끔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보면 나처럼 큰 진단을 받거나 해서 깨달음을 얻은 사람이 '100일 동안 하루에 10km씩 걷고, 매일 스쿼트한 썰' 같은 글을 올린 것을 볼 수 있다. 고도비만인 사람이 꽤 살을 뺐거나, 흐물텅한 몸을 가지고 있던 사람이 대회에 나가는 과정을 찍은 유튜브 영상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나도 내가 그랬으면 좋겠지만, 난 그런거 없다.
그럼 이 글은 고구마를 위해 쓰고 있는거냐…, 보는 사람을 숨 막히게 해서 죽이고 싶은거냐, 답답해 죽겠다, 당장 쳐나가서 운동해라, 기타 등등의 이야기를 하고 싶은 사람이 있을 것 같다. 물론 나는 고구마를 위해 이 글을 쓰고 있지 않다.
나는 당연히 나 같은 사람을 위해 글을 쓰고 있다. 운동을 해본 적도 없는 사람,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모르겠는 사람, 운동 신경도 지질나게 없는 사람, 좋아하는 운동도 없고, 하고 싶은 운동도 없고, 운동을 하고 싶지도 않은 사람.
하지만 살기 위해 운동을 해야 하는 사람.
그런 사람이 겪은 시행착오를 그냥 쓰고 싶었다. 그리고 이런 이야기에 공감해주는 사람이 있을 거라고 믿는다. 죽어도 하기 싫지만, 살기 위해 울면서 운동하는 사람이. 그리고 더 나아가서, 어쩌면… 그래도 그런 사람도 그나마, 개중에서 즐길 수 있는 운동을 찾을 수도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렇게 운동하다 보면, 주기적으로 허리가 아프고, 재채기도 하기 힘들었고, 70대의 허리라는, 40대가 되자마자 퇴행성 척추 협착증이라는 말을 들은 사람도 허리 통증을 잊고 살 수 있다는 것을. 그런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
그래서 이제 고구마는 어찌 되는 거냐고?
계속 된다. (...)
내가 선택한 운동은 일단 달리기였다.
왜 달리기를 선택했냐면, 우선 나는 살을 빼야 했다. 몸무게가 척추 협착증의 모든 이유는 아닌데, 어쨌든 허리에 가해지는 부담을 줄이는게 필요했다. 유산소 운동의 다이어트 효과에 대해서는 여러 말이 있지만, 우선 나는 도구를 사용하는 근력 운동을 할 단계가 아니었다.
기초 체력이 없는걸?
지하철 계단만 걸어 올라가도 숨이 차고, 횡단보도만 뛰어 건너도 숨이 턱까지 차오르는 몸이다. 기본적인 심폐 지구력과 약간의 다리 근력 정도는 가지고 나서 다른 운동에 도전하고 싶었다. 다행히 집 주위엔 기분 좋게 뛸만한 잘 정비 된 천변이 있었다.
때마침 좋은 달리기 어플도 소개받아 알고 있었다. '런데이'라는 어플인데, 이 어플은 트레이너의 지시대로 달렸다 걸었다를 반복하는 것이다. 나이키 런과 다른 점은 매일 조금씩 달리는 시간이 늘어나서 '30분 동안 쉬지 않고 달리기'라는 목표를 달성할 때까지 몸이 적응할 수 있게 도와준다는 것이다(여기에 약간의 함정이 있긴 하다. 그것은 뒤에 쓰겠다).
이 어플에도 아쉬운 점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닌데, 이 어플만큼 달리기 실력과 0에 가까운 체력을 조금이라도 늘려주는 달리기 어플을 찾진 못했다.
무엇보다 장점은 최초 달리기가 1분 달리기라는 것이다. 1분만 딱 뛰는 것은 아니고, 1분만 달리고 2분은 걷고 1분 다시 달리고를 5번 반복하는 것이다. 그러니 전체 운동 시간은 13분 밖에 되질 않는다. 앞뒤에 웜업 걷기 시간 5분과 쿨다운 걷기 시간 5분을 더해도 23분이다.
그것조차 달려본 적이 없는 사람에게도 1분은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 오래 달리지 않을 뿐더러 빨리 달리지도 않았다. 빨리 달릴 필요도 없다. 나는 대회에 나갈 것이 아니며, 빨리 달리면 오히려 살을 빼는데 방해가 된다. 달리기도 강도가 높아지면 무산소 운동이 되기 때문이며, 내가 태우고 싶은 지방 분해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리고 달리기는 부상 위험도가 무척 높으며, 나처럼 과체중에 운동 경험이 없는 사람은 강도를 높여봤자 부상 위험만 높아질 뿐이다.
나는 대충 1km 당 7분대의 페이스로 달리기를 시작했다. 그리고 또 좀 하다가 흐지부지될 것에 대비해서 몇가지 원칙을 세웠다. 내가 세운 원칙은 다음과 같다.
1. 달리기 전과 후에 귀찮아도 조금이라도 스트레칭을 한다.
(다치기 쉬운 몸이니까.)
2. 빨리 달리지 않는다. 하지만 중간에 걷지도 않는다.
(허리가 아프니까 빨리 달릴 수도 없고, 빨리 달려서도 안 된다. 하지만 쉽게 힘드니까 중간에 포기하고 싶어질 수 있는데 아주아주 느리게 달릴지언정 달리기의 폼을 놓지 않기로 했다. 한번 힘들다고 중간에 걷기 시작하면, 두번, 세번도 있을 것 같았다.)
3. 매일 달리지는 않아도 좋다. 하지만 쉬는 날이 연속되진 않아야 한다.
(하루 걸러 달려도 좋다. 운동하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어쩐다 말이 많은데 그 습관 기르기 전에 하기 싫은 마음에 모든걸 포기해 버림. 죽어도 하기 싫은 날이 있을 것이다. 나는 날 안다. 그런 날엔 그냥 기분 좋게 달리지 않기로 했다. 하지만 어제 쉬었으면, 오늘도 쉬진 않기로 했다. 이틀 연속 쉬면, 사흘도, 나흘도 쉬게 된다. 어제 쉬었으면 오늘은 달린다! 다시 말해 오늘 달렸으면 내일은 기분에 따라서 쉬어도 돼! 그렇게 생각하고 나니 달리기를 끝날 때 쯤의 상쾌함은 두배였다. 아니, 내일 안 달려도 된다니까? 내일 운동 안 해도 된다구!)
4. 어제 쉬었는데, 오늘 비가 온다면 합법적인 쉬는 날이다.
(자꾸 운동 안 할 핑계를 만드는 것 같은데; 나는 트레드밀을 뛰는 것을 좋아하지 않고, 또 트레드밀의 운동 효과가 야외 달리기에 떨어진다는 연구도 꽤 있는 것으로 안다. 나는 이 원칙 이후로 비 오는 날을 꽤 좋아하게 됐다. 이렇게 쓰면 장마철에는 운동 안 할 셈이냐고 하실지 모르겠는데, 내가 이 운동을 시작할 때는 가을이었다. 그리고 꽤 극심한 가뭄이 들었었어서… 비 와서 쉬는 날은 별로 없었다.)
이 정도의 원칙을 세우고 달리기를 시작했다. 1분 달리기 5번 반복, 그 다음엔 1분 30초 달리기 4번 반복, 그 다음엔 1분 30초 달리기 5번 반복, 그 다음엔 2분 달리기 4번 반복, 계속 이렇게 조금씩 늘어나는 식이다. 나는 이 '런데이'라는 어플이 짜준 달리기 플랜을 순조롭게 클리어 해 나갔다.
5분의 벽에 부딪히기 전까지는….
+ 오늘도 수영 이야기가 안 나왔지만, 언젠가 나옵니다! 진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