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업계에 대형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대표적인 반도체 IDM 인텔이 지난 컨퍼런스 콜에서 미세 공정 기술개발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7 나노 공정 도입은 약 6개월 7 나노 제품 양산시점은 약 12개월가량 늦어질 전망이라고 비관적인 발표를 했습니다.
인텔의 미세공정 기술 개발 지연 소식은 곧 인텔 주가의 폭락을 불러왔습니다. 그리고 그 반대급부로 경쟁사인 AMD의 주가는 수직 상승했죠. 그리고 이러한 소식과 더불어 각광을 받기 시작한 소식은 인텔이 자사의 칩을 더 이상 자가 생산만 고집하지 않고 파운드리에 위탁 생산을 맡길 것이라는 이야기였습니다.
인텔 발 폭탄선언에 인텔의 주가는 10%나 폭락한 반면 파운드리 기업들의 주가는 날개가 돋아난 듯 날아올랐습니다. 지난 23일 인텔 컨퍼런스 콜이 있은 뒤 29일까지의 누적 주가 상승률을 살펴보면 TSMC의 주가는 무려 14%나 급등했습니다. 또한 파운드리 2위 업체인 삼성의 주가도 들썩였습니다. 전일 대비 무려 8.3% 상승하여 마무리되었습니다. 또 다른 대만의 파운드리 기업인 UMC도 8.6%나 상승한 채 장을 마무리했습니다.
그렇다면 왜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일까요?
보통 주가는 미래 성장성에 대한 기대감에 의해 미리 움직이는 경기 선행지표입니다. 대표적 IDM기업인 인텔이 폭락하고 파운드리 전문기업인 TSMC, UMC 그리고 세계 파운드리 2위 업체인 삼성전자가 날아오른 이 상황은 IDM의 시대가 가고 팹리스 파운드리 분업체계가 더욱 공고해질 것에 대한 기대감의 반영으로 보아야 합니다. 또한 대표적 IDM 인텔이 자사 칩의 자사 팹 생산이라는 고집을 꺾고 파운드리를 이용하기로 결정하면서 파운드리 시장이 이를 계기로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라는 기대감의 반영이기도 합니다.
인텔은 이미 6 나노 공정 GPU를 TSMC에 위탁 생산한다고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인텔은 CPU에 대한 파운드리 계획에 대해선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또한 GPU 같은 경우 이미 TSMC에서 위탁하여 생산하고 있는 품목이기도 합니다. 즉 이번 인텔의 6 나노 GPU의 TSMC위탁 생산은 그리 새로울 것이 없는 뉴스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인텔이 지금까지 GPU의 생산을 TSMC에게 맡겼던 지난날과 확연히 다른 것이 있습니다. 바로 인텔이 지난 2016년 이후 무어의 법칙을 포기하면서 미세공정 개발이 14 나노에서 멈춰 선 상태이고, 10 나노에 진입하긴 했지만 수율이 높지 않은 상황이라는 것입니다. 또한 10 나노 공정의 수율이 예상만큼 나오지 않으면서 14 나노 공정 라인에 과부하가 걸리기 시작했고 이는 신규 상품의 출시 지연으로 이어졌습니다. 2019년에 인텔 CPU 대란이 일어났던 이유도 14 나노 공정에서 과부하가 걸려 수급이 원활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CPU 제품 공급 지연으로 인해 여론의 질타를 받고 AMD에게 추격의 빌미를 허락한 인텔로서는 더 이상 자사 제품의 자사 팹 생산이라는 전통을 고집할 근거가 사라져 버리고 말았습니다. 이젠 고집을 꺾고 CPU 생산도 파운드리에 맡겨 수급을 안정시키겠다는 선언을 반 강제적으로 해야 하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텔이 자사 칩 자사 생산이라는 장인의 신념에 가까운 고집을 꺾을 가능성이 낮다고 보는 의견도 만만치 않게 존재하는 것이 사실입니다만 인텔이 고집을 꺾고 자사 설계 파운드리 생산이라는 전 세계적 반도체 업계의 트렌드에 편승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편이 더 많은 상황임에는 분명합니다. 또한 이러한 기대감의 반영으로 전반적인 파운드리 기업의 주가가 매우 가파르게 상승하게 된 것이지요.
그렇다면 파운드리 1위 기업인 TSMC와 2위 기업 삼성 중 인텔 낙수의 효과를 가장 많이 누리게 될 기업은 누가 될까요?
일단 승기는 TSMC가 잡은 형국입니다. 앞에서 말씀드렸던 6 나노 공정 GPU 생산을 TSMC에 위탁하면서 삼성은 일단 체면을 구긴 형국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GPU는 인텔의 주력 사업도 아닐뿐더러 CPU 수급 불안이 계속될 경우 인텔도 버티지 못하고 파운드리 생산을 시작하게 될 텐데 과연 기존 고객들의 밀려드는 주문으로 인해 지금도 상당한 로드가 걸려있는 TSMC가 과연 인텔의 물량을 모두 받을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삼성전자에게도 기회는 충분히 존재합니다.
즉 모든 인텔의 물량을 TSMC가 받아들이지 못하는 상황을 상정한다면 삼성전자에게도 기회는 충분히 존재합니다. 지금 7 나노 이하 공정을 소화할 수 있는 파운드리는 전 세계에 삼성과 TSMC 두 회사뿐입니다. 인텔의 차세대 CPU가 인텔 자사 공장의 7 나노 공정 전환 지연으로 인해 생산의 차질이 생길 경우 인텔이 택할 선택지는 현재로서는 TSMC와 삼성뿐이죠. 당연히 삼성도 인텔로부터 떨어지는 낙수를 받아 마실 수 있을 것입니다.
관건은 누가 더 많은 낙수를 받아 마시느냐겠죠. 저는 조금 비관적인 의견을 전달하고 싶습니다. TSMC에 대다수의 물량이 가고, 삼성에 일부 물량이 배정될 가능성이 큽니다. 왜냐면 인텔의 경우 외주 생산에 대한 매우 보수적인 기준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TSMC와는 이미 거래를 하고 있고, 인텔이 요구하는 기준을 충족한 반면 삼성은 인텔과의 거래관계가 전무합니다. 즉 인텔의 입장에서 보자면 삼성의 기술력이나 공정 생산 능력, 그리고 품질 수준에 대한 데이터가 부족합니다. 인텔 측면에서는 처음 거래하는 삼성에게 꽤 까다로운 공정 품질 조건을 제시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물론 이 모든 품질 조건들을 충족할 수 있는 기술적 요건들을 갖추고 있겠지만 처음 거래하는 기업에게 대부분의 물량을 몰아주진 않을 것입니다.
소량 거래를 통해 삼성의 역량을 확인하고 이후 서서히 발주물량을 늘려나갈 가능성이 많다는 것이 저의 입장이고 당장의 낙수효과를 기대하긴 어렵다는 것이 저의 입장입니다. 하지만 만약 인텔이 자사 칩 자사 생산의 기조를 완전히 버리고 팹리스 기업화한다면 분명 삼성에게도 물량이 배정될 것이고 기술이 검증되는 대로 그 물량이 늘어나게 될 것입니다. 서서히 증가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게다가 아직 삼성의 미세공정 집적도는 TSMC의 집적도에 미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심지어는 인텔의 10 나노 공정의 집적도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삼성이 만약 7 나노 이하 공정의 집적도를 획기적으로 끌어올리지 못한다면 앞으로도 TSMC에 끌려다니면서 떨어지는 콩고물을 기대해야 하는 현 상황이 지속될 가능성이 큽니다. 물론 삼성에서 현재 5 나노 공정의 수율이나 집적도에 하자가 없다고 선언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TSMC보다 떨어지는 집적도의 문제는 해결해야 할 숙제임에는 분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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