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그래핀이 다시 한 번 엄청난 성과를 냈습니다. 바로 세계 최초로 고품질의 그래핀을 4단으로 적층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된 것입니다.
기초과학연구원 나노구조물리연구단 이영희 단장과 삼성종합기술원, 부산대 공동 연구진은 4층에 이르는 다층 그래핀을 단결정으로 성장시키는 합성법을 개발했습니다. 단결정이라는 것은 소재 전체에 걸쳐 원자가 규칙적으로 배열된 형태를 말합니다.
그래핀은 전기전도성이 지구에서 최고 좋은 다이아몬드에 비해 약 두배 더 좋습니다. 그만큼 차세대 반도체 소재로서 각광 받아왔습니다. 하지만 전기전도성이 워낙 좋다보니 전자이동성을 통제하기 어려워 기술적 난제에 봉착해 있었습니다.
한마디로 이야기 해서 반도체는 자유전자의 이동을 통해 데이터를 처리하는 전기의 흐름을 통제할 수 있는 소자입니다. 그러니까 전기가 통하고 끊어지고를 반복하면서 필요한 데이터들을 생성하는 구조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래서 반도체입니다. 전기가 통하게도 하고, 통하지 않게도 할 수 있는 성질을 가진 기기가 곧 반도체이죠.
그런데 그래핀 같은 경우는 전기전도성이 다이아몬드의 두 배에 달하지만 전도성이 워낙 좋아 밴드갭 형성이 어려웠습니다. 밴드갭이란 물질속 전자들이 모여 있는 부분과 전자가 전혀 없는 부분 사이의 일종의 장벽을 의미합니다. 이 공간을 자유전자들이 돌아다니면서 전기를 통하게 합니다. 밴드갭이 작을수록 전기가 잘 통하고 멀수록 전기가 잘 통하지 않습니다. 밴드갭이 없으면 전자소자의 전원을 켜거나 끌 수 없어 응용에 한계가 있습니다.
단층 그래핀의 경우 전기전도성이 워낙 좋아 밴드갭이 형성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래핀을 균일하게 적층하게 되면 집적회로의 소형화와 반도체의 전기전도도의 조절이 가능해집니다. 그런데 이제까지는 그래핀을 균일하게 적층하는 기술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래핀이 굉장히 각광받는 차세대 반도체 소재 중 하나임에도 실제 반도체 공정에 적용되지 못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이번에 기초과학연구원과 삼성종합기술원 등의 공동연구진이 그래핀을 균일하게 4단 적층해내는 데에 성공한 것입니다. 이 연구성과를 통해 그래핀을 활용하여 유의미한 밴드갭을 창출해 낼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게 되었습니다.
자 그렇다면 연구진은 어떻게 4단 적층 그래핀을 성장시키는 데에 성공했을까요? 간단히 살펴보겠습니다. 고성능 그래핀 합성에는 일반적으로 화학기상증착법으로 불리는 CVD 기법이 사용됩니다. 이것은 한 마디로 말해서 구리나 니켈 등의 금속판 위에 그래핀을 성장시키는 방법을 의미합니다. 실리콘과 이산화규소 그리고 니켈금속으로 이루어진 니켈 레이어 위에 약 1,000도의 온도에서 탄소를 니켈 레이어에 증착 시킵니다. 이후 탄소가 증착된 니켈 레이어를 급속 냉각 시켜 그래핀 박막을 얻어내는 것이 바로 CVD 기법의 대략적인 공정이라고 보시면 좋습니다.
이때 금속의 탄소 용해도에 따라 그래핀의 층수가 달라지는 특성을 가집니다. 구리와 같은 낮은 용해도를 가진 금속은 단층 그래핀 생성시에 쓰이고, 니켈처럼 높은 용해도의 금속은 다층 그래핀을 생성하는 데에 쓰입니다. 다만 다층 그래핀은 층이 불균일해지는 문제로 인해 고품질 제조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는데 이번 연구로 인해 균일성의 문제를 해결하여 고품질 다층 그래핀을 생성할 수 있게 되었다고 보면 이해가 빠르실 것입니다.
어쨌든 이러한 다층 그래핀의 불균일성을 해결하기 위해 연구팀은 탄소용해도가 높은 구리 기반의 합금을 만드는 데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높은 용해도의 구리 실리콘 합금을 만드는 데에 성공합니다. 먼저 CVD 장비에서 기판이 들어가는 부분인 석영 튜브에 구리 기판을 넣습니다. 이후 900도의 고온으로 열처리를 합니다. 이때 튜브에 포함된 실리콘이 기체로 승화되어 구리판에 확산하여 구리 실리콘 합금을 형성합니다.
이후 메탄 기체를 주입하여 메탄의 탄소원자와 석영튜브의 실리콘 원자가 구리 표면에 균일한 실리콘 탄소층을 만들도록 했습니다. 이 층이 앞서 합성한 구리 실리콘 합금의 용해도를 제어하게 됩니다.
이러한 과정을 걸쳐 만든 구리 실리콘 합금 기판에 그래핀을 성장시키자 균일하게 적층된 4단 다층 그래핀 박막이 형성된 것입니다. 또한 메탄의 농도에 따라서 층수의 조절도 가능함을 밝혀낸 것도 성과입니다. 이번에 성장시킨 4단 다층 그래핀은 각 층이 정확히 같은 각도로 겹쳐진 것이 가장 고무적인 성과이지만 더 큰 성과는 4단 다층 그래핀 박막을 수십에서 수백 제곱센티미터의 대면적으로 합성이 가능해진 것입니다. 충분히 반도체 웨이퍼를 만들 수 있을 정도의 크기로 성장이 가능하다는 측면에서 향후 반도체 웨이퍼 산업에 놀라운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입니다.
아까 말씀드렸던 것처럼 그래핀은 전기전도성이 매우 좋아 밴드갭의 문제만 해결 된다면 반도체의 집적도를 획기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는 좋은 반도체 소재입니다. 만약 이렇게 개발된 그래핀 웨이퍼 제조 기술이 국내 웨이퍼 생산업체에 빠르게 보급된다면 기존 실리콘 웨이퍼에 비해 월등히 우수한 전기전도성과 내열성, 그리고 강도를 가진 웨이퍼의 제조가 가능해질 것입니다.
현재 자동차와 같은 높은 열을 버텨야 하는 장비에 들어가는 반도체들의 필요성이 증대되면서 실리콘 이외에
내열성을 갖춘 반도체 소재가 필요해진 상황입니다. 지금 현재는 질화갈륨 기반의 웨이퍼가 그 빈자리를 대신하고 있지만 만약 그래핀 제조가 보편화 되어 단가가 떨어지고 그래핀 웨이퍼가 개발되고 수율이 안정화 된다면 가격이 비싼 질화갈륨 웨이퍼의 좋은 대체제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만약 그래핀 4단 적층기술이 점점 발전하여 실제 공정에 도입이 된다면 아마도 반도체 업계에서는 굉장히 획기적인 사건이 될 것입니다. 아직 그래핀을 소재로 사용한 반도체가 전무한 상황에서 그래핀 반도체가 실제 출시된다면 그리고 압도적인 성능의 차이를 보여준다면 일본이 거의 대부분을 가져가고 있는 웨이퍼 시장에서의 지각변동도 기대해볼만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게다가 그래핀의 물성은 실리콘 기반의 웨이퍼의 물성에 비해 월등한 전기전도성의 차이를 보입니다. 따라서
만약 적층 그래핀을 사용한 반도체가 상용화 된다면 동일한 집적도에서도 좀더 진일보한 성능차이를 보여줄 수 있을것입니다. 탁월한 전기전도성으로 인해 획기적인 처리속도의 혁신을 이룰 수도 있을 것입니다.
물론 이번 4단 적층 그래핀의 대면적 구현은 이러한 미래의 걸음마를 뗀 것에 불과합니다. 아직 뛰어넘어야 할 산은 많이 남아있습니다. 하지만 시작이 반이라는 말도 있듯이 일단 적층 그래핀의 대면적 생산을 성공시켰으니 다른 문제들도 서서히 해결해 나가 차세대 반도체 소재로 그래핀이 떠오르게 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국내에서의 이러한 유의미한 그래핀 연구 성과들이 계속 발표되는 것만으로도 저의 마음을 설레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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