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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기주 빚기(청명주)

밑술편

by 적선

전통주에 대한 관심이 깊어지면서 자연스럽게 마시는 빈도도 늘어나게 되었다.

그중에서도 탁주와 약주를 특히 즐겨 마시는데, 개인적으로 산미가 좋은 약주를 선호하는 편이다.

이런 취향을 반영해 직접 만들어보자는 마음이 생겼고, 최근 가장 맛있게 마신 술인 청명주를 만들기로 했다.


청명주란?

청명(淸明)은 24절기의 하나로, 춘분과 곡우 사이에 위치하며 음력으로 3~4월(양력 4~5월)에 해당한다.

이 날은 대개 한식(寒食) 하루 전날이거나 같은 날이 되어, 농경사회의 중요한 시기로 여겨졌다.

과거에는 농사일을 시작하며 청명주를 빚었고, 이는 이후 곡우 무렵 덧술을 더해 발효를 진행하여

5월 중순 무렵 마실 수 있도록 하였다.


이 술은 가정용 및 농주로 사용되었으며, 다음 날 한식에 성묘와 제사에 쓰이기도 했다.

과거 청명주는 한식의 제주(祭酒)로도 사용되었으며, 이를 위해 춘분(春分) 무렵에는 술을 빚어야만 했다.

우리 전통에서는 제사용 술을 앞서 빚는 것이 예로 여겨졌으며, 최상품의 술을 올리는 것이 중요했기 때문에, 오래된 묵은 술을 제사에 사용하는 것은 관습에 어긋나는 일이었다.


청명주는 대표적으로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충주 중원당의 청명주이고, 다른 하나는 누룩 명인 한영석 선생님의 청명주다. 같은 이름을 가진 술이지만, 두 가지는 각각 다른 전통과 개성을 지닌다.


중원당 청명주: 김해 김씨 가문의 가양주로, "향전록"에 전해지는 전통 방식으로 빚어진다.


한영석 청명주: 실학자 이익의 저서 성호사설을 토대로 한영석 명인이 독자적으로 빚은 술이다.

특히, 성호사설 제5권 *만물문(萬物門)*에서는

"나는 평생 청명주를 가장 좋아하며,
혹시나 잊어버릴까 해서 청명주의 양조 방법을 기록해 둔다."

라고 기록될 정도로 오래전부터 사랑받아온 술이다.


청명주 만들기

이번에 내가 시도한 청명주의 주방문(레시피)은 중원당 청명주의 방식이지만,

누룩은 한영석 명인의 쌀누룩을 사용했다.


이 쌀누룩은 정확한 정보는 아니지만, 익히는 과정이 포함된다고 알려져 있다.

관련 자료를 찾아보니, 전통주 연구가 박록담 선생님이 집필에 참여한

『한국의 전통명주』 4권 버선발로 디딘 누룩 편에 나오는 미곡(米麴) 계열의

누룩(여곡, 연화곡 등)과 유사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용한 재료

무염 찹쌀가루 1kg


누룩 300g


밀가루(박력분) 50g


물 3L


밑술 공정

찹쌀가루에 물 1L를 넣고 잘 풀어준다.


끓이고 있는 2L의 물에 풀어둔 쌀가루를 넣고 약불에서 죽을 쑨다.


점도가 높아지고 투명해질 때까지 저어준다.


불을 끄고 10분간 뜸을 들인 뒤, 최소 3시간 이상 식힌다.


밑술을 담을 통을 깨끗이 세척 및 소독한다.


완전히 식은 죽에 누룩 300g과 밀가루 50g을 넣어 고루 섞는다.


준비한 통에 담아 밀봉한다.


처음 2일 동안 하루 1~2번 소독한 주걱으로 저어준다.


이 과정을 거친 후 3일 뒤에 덧술을 추가하면 된다.


밀가루를 넣는 이유

청명주를 만들면서 처음으로 밀가루를 첨가해보았다.

왜 밀가루가 필요한지 찾아보니, 밀가루는 다음과 같은 역할을 한다.

당 생성 촉진: 밀가루는 전분의 활성을 높여 α-아밀라아제(액상 효소)의 생성을 돕는다.


유기산 생성: 밀가루의 젖산균이 젖산과 초산 등의 유기산을 생성하여 초기 발효 과정에서 세균 성장을 억제한다.


발효 안정화: 생성된 유기산이 술의 안정적인 발효를 돕는다.


청량감 부여: 1800년대 기록된 술 만드는 법에서도 "술맛이 청쾌하려면 밀가루 3홉을 넣어라."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밀가루는 청량감을 더하는 역할을 한다.


풍미 증진: 농림수산식품부의 탁약주 개론에 따르면, 밀가루를 원료로 한 술은 쌀을 원료로 한 술보다 색이 짙고 풍미가 풍부하다. 그러나 발효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잡미가 생길 위험이 있다.


또한, 밀가루 중에서도 강력분보다 단백질 함량이 낮고 전분 함량이 높은 박력분 1등급이 가장 적합하며,

입국 제조용으로는 미생물 생육에 필요한 영양원이 풍부한 박력분 2~3등급이 적합하다고 한다.


박력분의 특성은 다음과 같다.

연질 밀을 사용하며 글루텐 함량이 10% 이하


탄력성과 점성이 낮고 물 흡착력이 약함


요약

✔ 밀가루는 당 생성, 발효 안정화, 잡미 억제, 청량감 부여 등의 역할을 한다.

✔ 박력분을 사용하는 것이 가장 적합하다.

✔ 발효 관리를 철저히 해야 깨끗한 맛을 낼 수 있다.


이렇게 해서 청명주의 첫 단계인 밑술을 완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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