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술 편
올해 첫 양조로는 삼해주를 만들 것이다.
삼해주는 해일(돼지날)마다 세 번에 걸쳐 빚는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해일은 십이 간지의 마지막 날로 돼지날을 의미한다.
좀 더 삼해주의 역사에 대해 알아보자면
가장 오래된 기록은 고려시대 이규보가 쓴 시로, <나는 또 특별히 시 한 수를 지어 삼해주를 가져다 준 데 사례하다[予亦別作一首謝携三亥酒來貺]>라는 제목의 작품이다.
또, 조선 세조 때 궁중 어의 전순의가 쓴 『산가요록山家要錄』(1450년대)에 쌀 스무 말로 빚은 삼해주 만드는 법이 실려 있다.
한글로 전해 오는 가장 오래된 조리서인 장계향의 『음식디미방』(1670년경)에도
삼해주 빚는 방법이 네 가지나 실려 있다.
조선시대 문장가 고봉 기대승이 담양 식영정에서 지은 시에도
“좋은 술 삼해를 기울이고”美酒傾三亥라는 구절이 나온다.
『조선왕조실록朝鮮王朝實錄』 1794년(정조 18) 10월 24일의 기록에도 삼해주가 등장한다.
신하들이 “농사작황이 좋지 않으니 금주령을 내리면 어떻겠습니까?”라고 상소하자
정조는 그럴 수 없는 이유들과 함께 “더구나 삼해주가 이미 다 익었으니
이제 와서 이미 다 빚어놓은 술을 공연히 버리게 할 수는 없다.”라고 말한다.
홍석모가 쓴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1849) 3월편에 서울의 지명과 함께 삼해주가 등장한다.
“술집에서는 과하주를 빚어 판다. 술 이름으로는 소국주, 두견주, 도화주, 송순주 등이 있는데 모두 봄에 빚는 좋은 술들이다. 소주로는 독막(현재 서울 마포구 공덕동에서 대흥동 사이) 주변에서 만드는 삼해주가 가장 좋은데 수백 수천 독을 빚어낸다.”
1935년에 일본인들이 작성한 『조선주조사』에 삼해주 생산량이 더 자세하게 나온다.
공덕리(현재 마포공덕동)에는 100여 호의 소주 제조가가 있어 큰 곳은 1년에 약 60석(1만800ℓ),
최소는 3석(540ℓ) 정도를 제조한다.
그 양은 총 3,000석(540톤 정도)이나 됐다고 한다.
그런데 현재 삼해주 수천 독을 빚었다던 마포엔 애석하게도 흔적조차 남아 있지 않다.
현재 서울시에서 지정하고 있는 무형문화재 술로 네 종류가 있다.
그중 두 종류가 삼해주이다.
삼해주 무형문화재 약주 기능보유자로 권희자와 소주 기능소유자로 김택상이 지정되어 있다.
권희자의 삼해주는 조선 23대 순조의 둘째 딸인 복온공주가 안동김씨安東金氏 집안에 시집오면서 전해 내려오고 있는 술이다.
안동김씨 사대부가의 며느리가 된 복원공주를 위해 상궁나인들이 사가에 내려와 음식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궁중 술이 자연스럽게 사대부가로 전해졌다고 한다.
권희자는 안동김씨 집안의 며느리로, 복원공주로부터 5대째 이어진 며느리이다.
권희자의 제법에 따르면 정월 첫 해일에 멥쌀을 가루 내서 끓는 물을 붓고 범벅을 만들어 누룩과 함께 치대 삼해주 밑술을 빚는다.
음력 2월 첫 해일에는 멥쌀가루에 밀가루를 섞어 뜨거운 물로 익반죽해서 끓는 물에 익히고, 이를 밑술과 섞어 중밑술을 빚는다.
음력 3월 첫 해일엔 고두밥을 지어 중밑술과 섞어 마지막 덧술을 한다.
이렇게 세 번에 나눠 빚는 삼해주가 다 익으면 맑은 청주를 얻게 된다.
김택상의 삼해소주법은 조금 다르다.
정월 첫 해일부터 12일 간격으로 삼해주를 빚어 증류해서 삼해 소주를 얻는다.
김택상의 어머니 이동복은 1993년에 서울시 무형문화재가 되었고, 2017년에 아들 김택상이 전통식품명인 제69호로 지정되고 서울시 문화재도 승계하였다.
현재 김택상 명인님은 돌아가셨지만 동업하시던 김현종 대표님이 명맥을 이어나가
삼해소주 아카데미 및 시음회도 운영하여서 추후에 방문하여 경험해 보고 싶다.
특히 삼해소주 시음회는 꼭 가보고 싶은 게 삼해소주랑 삼해소주를 삼해주와
일부 섞어 다시 증류해 71.2도의 도수를 가지는 삼해귀주
물 대신 포도, 청포도, 귤, 유자 등 과즙을 넣거나 보이차, 메밀을 사용하는
삼해주를 맛볼 수 있기 때문
삼해소주의 재료로는 쌀, 밀누룩, 물이 사용된다. 현대식 증류주는 짧은 시간에 발효하여 증류하고 숙성을 길게 가져가지만 삼해소주는 긴 시간에 걸쳐 세 번 담금 하여 발효하여 증류한다는 점에서 특별함이 있다.
또한, 삼해주는 버드나무 솜털 씨앗이 바람에 날리는 봄에 마신다 하여 유서주柳絮酒라는 별칭도 있다.
올해 해일은 다음과 같다.
1월 30일
2월 11일
2월 23일
원래 삼해주는 맵쌀과 밀가루, 백국(밀누룩)을 쓰는데
나는 쌀누룩이 남아 쌀누룩을 쓸 예정이다.
시간이 흘러 1월 30일 첫 해일이 되었다.
다음날 출근이라 피곤하지만 바로 삼해주 밑술을 빚어버린다.
재료
밑술
멥쌀(가루)1kg 누룩(백곡)450g 끓는 물 1.5ℓ
중밑술
멥쌀(가루)1.5kg 밀가루300g 끓는 물1ℓ
덧술
멥쌀(고두밥)2kg 끓여 식힌 물 2ℓ
공정
밑술
① 멥쌀가루에 끓는 물을 붓고 범벅을 만든다.
② 범벅을 차게 식힌 후 곱게 법제(햇빛에 말린다)한 누룩을 넣고 고루 버무린다.
③ 항아리에 담아 면 보자기를 덮고 20~23℃에서 보관한다.
중밑술
④ 멥쌀가루에 밀가루를 넣고 끓는 물로 익반죽하여 여러 덩어리를 만든다.
⑤ 물에 일반죽 덩어리를 넣어 완전히 익지 않은 상태에서 (범벅보다는 조금 더 익은 상태) 건진다.
* 반죽이 물에 뜨면 익은 것임
⑥ 잘게 풀어 식힌 후 밑술을 섞는다. 항아리에 담아 면보자기를 씌운 후 20~30℃에서 발효시킨다.
덧술
⑦ 멥쌀고두밥이 푹 익도록 찐다.
⑧ 차게 식힌 고두밥에 중밑술을 넣는다.
⑨ 끓여 식힌 물을 붓고 섞는다.
⑩ 항아리에 담아 면보를 씌운 후 20~23℃에서 20일 정도 발효시킨다.
⑪ 완성되면 채주 한다. 투명하고 맑은 청주를 얻기 위해서는 채주한 술을 병에 담아 냉장고에 정치한 후 앙금을 가라앉혀 맑은 윗부분을 분리한다.
주방문을 토대로 삼해주 밑술을 만들기 시작했다.
삼해주는 범벅으로 시작한다.
끓는 물을 쌀가루에 부어 익반죽을 하는데 자칫 뭉치기 쉬워 설익을 수 있다.
그런 걸 방지하고자 체를 친다. 체친 습식무염맵쌀가루에 끓는 물을 부어주는데
한 5번에 나눠 부어주었다. 이때 중요한 건 물의 온도를 유지하고자
부어주고 다시 끓이고 부어주고를 반복하는 것
대충 다 풀어진 범벅이 되면 베란다에서 뚜껑 덮고 차게 식힌다.
한 1시간 넘게 운동하고 오면 잘 식어있다.
이번에 사용한 누룩은 한영석 명인님의 쌀누룩 450g, 원래는 밀누룩(백국) 500g 넣어야 하는데
백국은 없고 쌀누룩은 조금 부족해서 있는 걸 다 썼다.
처음에는 무슨 콩가루 묻힌 인절미 비주얼에 콩가루 냄새가 퍼지는데
계속 버무리다 보면 어느새 젤라또 같은 질감이 되어있다.
그래서 이걸 통에 넣는데 끈적하니 꽤나 번거롭다.
그래도 깔끔하게 잘 넣고 통 주변 소독과 정리를 해주면 끝
이제 12일 뒤에 중밑술 작업을 하면 된다
삼해주 밑술 공정 요약
① 멥쌀가루에 끓는 물을 붓고 범벅을 만든다.
② 범벅을 차게 식힌 후 곱게 법제(햇빛에 말린다)한 누룩을 넣고 고루 버무린다.
③ 항아리에 담아 면 보자기를 덮고 20~23℃에서 보관한다. (단맛과 알코올 맛이 들면 두 번째 술을 준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