덧술 편
찹쌀 4kg을 준비하여 백세(맑은 물이 뜰 때까지 쌀을 씻는 과정) 한 후, 물에 담가 사흘 동안 둔다.
이는 *산장법(酸漿法)*이라고 하는데, 산장은 우리말로 '꽈리'를 의미한다.
담근 물에서 꽈리 또는 물고기 눈(魚眼) 같은 기포가 올라올 때까지 기다린다.
사흘 뒤, 물 위로 거품이 퐁퐁 뜨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산장법을 이용하면 쌀에 자연적으로 미생물이 자라면서 산도가 올라가고, 유기산이 생성된다.
이는 발효 과정에서도 유익균과 누룩곰팡이가 잡균보다 빨리 자라도록 돕고,
술이 상하는 것을 방지하는 역할을 한다.
불린 찹쌀의 물을 2시간 동안 빼준 후, 강불에 물을 끓이고 찜기를 올려 중불에서 40분 찐다.
이후 한 번 뒤집고 강불에서 10분 더 찐 뒤, 뜸을 들인다.
찜기에 올릴 때는 증기가 잘 올라오도록 주걱으로 숨구멍을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다 쪄진 고두밥을 넓게 펴서 잘 식힌 후,
체로 거른 밑술을 발효통에 넣고 고두밥을 넣어 15분 정도 잘 풀어준다.
오래 불린 쌀 특유의 시큼한 냄새가 나는데, 이는 정상적인 발효 과정에서 나타나는 향이다.
일부에서는 이를 애기 똥 냄새에 비유하기도 하지만, 실제로는 특이한 발효 향에 가깝다.
이제 약 70일 동안 저온(13도 내외)에서 발효시키면 된다.
청명주 발효가 어느새 80일을 넘겼다. 원래는 70일 정도 발효할 계획이었으나,
맑은술이 느리게 올라와 조금 더 두기로 했다.
전통주는 술을 거르는 시기가 정해져 있기보단 보통 윗면에 맑은술이 올라오거나
맛을 보고 입맛에 맞을 때 거른다.
거르기 전, 장비와 통의 세척 및 소독은 철저히 해야 한다.
전통주는 비교적 오염에 강한 주종이지만, 발효 전후로 소독을 소홀히 하면
잡균이 들어가 식초가 되거나 술이 상할 수 있다.
술을 거르는 과정에서 대야가 작아 일부가 넘쳐버리는 실수를 저질렀지만,
최종적으로 약 7~8리터 정도의 술이 나왔다. 막 거른 술은 다소 거칠고 도수가 높게 느껴진다.
이를 부드럽게 하기 위해 냉장고에서 3개월 정도 숙성시키기로 했다.
또한, 술 지게미에 시중 막걸리를 섞어 거르면 맛이 좋아진다고 하여,
최애 막걸리인 느린마을 막걸리를 넣어 걸러봤다. 걸러지는 동안 바나나 향이 강하게 퍼져 입맛을 돋웠다.
한 달 이상 숙성 후 시음해 보니, 리코타 치즈를 짤 때 느껴지는 고소 하면서도 쿰쿰한 향과
산뜻한 매실 같은 과실향이 감돌았다.
쌀뜨물 같은 농도감에 단맛과 산미 사이에서 느껴지는 쌉쌀한 맛이 개성적이었으며,
오렌지를 씹는 듯한 청량감도 좋았다.
마지막에는 달큰한 배 향이 남았는데, 아직 다소 거친 느낌이 있어
더 숙성시키면 잠재력이 더 극대화될 것 같았다.
추가적으로 요즘 유행하는 '막스키'를 한번 만들어서 마셔봤는데
이때 글렌알라키 12y을 사용해서 그런지 깊은 바닐라 향과 위스키의 찐한 바디감이 추가되니
밀키 하면서도 달짝지근한 칵테일이 나왔다.
이번에는 충주 중원당의 주방문을 따라 청명주를 만들었지만,
다음에는 성호사설에 기록된 주방문을 토대로 새로운 방식으로 도전해보려 한다.
성호사설 5권 만물문에는 다음과 같이 기록되어 있다.
"청명(淸明) 때 찹쌀 두 말을 백세 후 사흘 동안 침미(산장법)한 후에 찹쌀가루 두 되를 두 말의 물에 죽을 끓인다. 죽이 식은 후에 누룩가루 한 되와 밀가루 두 되를 넣고 사흘 발효 뒤 술이 된 후에는 체로 걸러서 찌꺼기는 버리고, 담가 둔 두 말의 쌀로 고두밥을 만들어 식기 전에 함께 독에 넣어 시원한 곳에 둔다."
풀어쓴 고문헌 전통주 제조법이란 책을 참고하여
전통 단위인 '되'와 '말'의 비율을 현대식으로 환산하면 되가 1이면 말은 10의 비율이니
4kg 참쌀을 덧술로 한다면 다음과 같은 비율이 나온다.
밑술: 찹쌀 400g, 밀가루 400g, 누룩 200g, 물 4L
사흘 발효 후 덧술: 찹쌀 4kg
저온(13도 내외)에서 60일 발효 후 40일 숙성
이번 청명주는 계획보다 긴 발효 과정을 거쳤지만, 그만큼 깊이 있는 맛을 기대할 수 있을 것 같다.
다음에는 청명날에 맞게 성호사설에 기록된 방식을 기반으로
더욱 전통적인 청명주를 빚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