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절기주 빚기(삼해주)

덧술 편

by 적선

2월 23일, 일요일. 드디어 삼해주의 마지막 작업, 덧술 단계에 도달했다.

덧술 작업은 비교적 간단하다. 고두밥을 찌고, 식힌 뒤, 밑술과 잘 섞어주면 끝이다. 하지만 이번 덧술에서는 처음으로 토종벼를 사용해봤다. ‘벼들벼’라는 충남 공주 지역의 오래된 품종으로, 보통 덧술에 찹쌀을 많이 쓰지만 이번에는 맵쌀로 고두밥을 만들어보았다.


찹쌀과 달리 맵쌀로 고두밥을 지으면 좀 더 독하고 날카로운 맛이 나는게 특징이라고 한다.

또한, 그저 찌기만 하면 되는 찹쌀과 달리 맵쌀은 가지고 있는 수분이나 구성된 성분이 달라

좀 더 정성이 들어가는데 중간에 찬물을 살수해주는 과정과 식히는 과정에 끓는 물을 부어주어

완전히 익히는 탕혼작업이라는 것을 한다.


이번에는 탕혼작업을 하지않고 그냥 오래 익혀서 설익은 부분이 없게 하였다.


덧술 과정(쌀2kg, 물 1l)

덧술 3일 전 – 쌀을 맑은 물이 나올 때까지 씻은 후, 물에 담가 침미(浸米)한다.

덧술 당일

불린 쌀의 물기를 1시간 정도 뺀 뒤, 찜기에 넣고 1시간 동안 찐다.

찌기 시작한 지 20~30분쯤 지나면 찬물 1L를 뿌리고, 주걱으로 골고루 섞어준다.

20분 정도 뜸을 들이고 넓게 펼쳐 식힌 후, 고두밥과 밑술을 30분 동안 뭉친 데 없이 잘 섞는다.

1l의 물을 넣어 섞어준다.

발효통에 담고, 주변을 깨끗이 소독한 뒤 저온(약 10℃)에서 발효시킨다.



기다림의 미학

삼해주는 단순히 술을 빚는 과정이 아니다. 오랜 기다림 속에서 익어가는 술을 매일 관찰하고 기록하며,

양조자의 마음도 함께 차분해진다. 숙성이 진행될수록 발효 향이 변하고, 술빛이 점점 투명해진다. 좋은 술을 만들기 위해서는 자연과 시간을 믿고 기다려야 한다. 서두른다고 좋은 술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삼해주가 완성될 즈음이면 봄바람이 불고, 버드나무 솜털이 흩날리는 계절이 온다. 그래서 삼해주는 ‘유서주(柳絮酒)’라는 별칭을 가지며, 오랜 기다림 끝에 마시는 한 잔은 더욱 특별할 것이다.


다양한 빚음, 같은 삼해주

삼해주는 오랜 역사를 가진 술인 만큼, 빚는 방법도 다양하다. 누구나 자신만의 방식으로 만들 수 있으며, 어떤 방식이든 ‘세 번의 해일(亥日)에 술을 빚으면’ 그것이 바로 삼해주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