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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룩에 도전하다.

백수환동곡 실패기

by 적선

술을 만들다 보니 자연스럽게 술의 핵심 요소 중 하나인 누룩에 관심이 생겼다.

같은 쌀로 만드는 술이라도 우리 술은 누룩의 영향을 많이 받는 반면,

일본술은 쌀 품종과 도정율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는 차이가 있다.


이왕 술을 빚는다면, 누룩까지 직접 만들어야 진정한 나만의 술이 되지 않을까?

이런 생각에 도전해 보기로 했다.


백수환동곡이란?

이번에 만들어볼 누룩은 백수환동곡(白首還童曲), 즉 **백수환동주(白首還童酒)**를 빚는 전용 누룩이다. 백수환동주는 "늙은이가 이 술을 마시면 흰머리가 검어지고, 주름진 얼굴이 동안이 된다"는

전설에서 유래한 술로, 삼칠일(21일) 동안 띄우기를 마치는 것이 특징이다.


이 술로 가장 유명한 것은 2024년 우리술품평회 대상 수상자인 한영석 명인의 백수환동주이다.

누룩 제조법은 《한국 전통주 교과서》에 정리된 레시피를 참고했다.


백수환동곡은 초보자가 쉽게 도전할 수 있는 누룩은 아니다.

일반적으로는 밀누룩이 입문용으로 추천되지만, 그냥 하고 싶어서 해보기로 했다.

실패해도 계속 시도하면 되니까


재료

녹두 1kg

찹쌀가루 500g


누룩 만들기 과정

1. 녹두 준비

8시간 동안 물에 불린 거피 녹두의 물기를 완전히 제거한다.

찜기에 넣어 살짝 설익게 찐다.

넓게 펼쳐서 충분히 식힌다.


2. 반죽 준비

식힌 녹두빻기(너무 덜 익어서 제대로 빻아지지 않았다.)

찹쌀가루를 나눠 뿌리며 빻아준다.


3. 발효 환경 조성

상자 바닥에 볏짚을 깔고, 솔잎, 약쑥, 연잎을 올린다.

초재 위에 반죽한 백수환동곡을 올리고, 다시 볏짚을 덮은 뒤 담요로 감싸 보온한다.

- 이러한 약초와 볏짚을 초재라고 부르며, 전통적으로 누룩 발효에 사용되었다.

다만 필수 요소는 아니며, 과하면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고 한다.


4. 777법칙 (누룩 발효 과정)

전통적인 누룩 발효에는 777법칙이 있다.

7일간 수분을 가두고

7일간 수분을 날리고

7일간 건조한다 이렇게 총 21일이 걸린다.


예상치 못한 문제 발생

하지만 누룩을 만든 지 이틀째부터 문제가 발생했다.

두 개의 박스로 나누어 만들었는데, 한 박스의 누룩이 전부 갈라지고 곰팡이가 피었다.

다행히 다른 박스의 누룩은 겉보기에는 멀쩡해 보여 계속 진행하기로 했다.

그러나 곰팡이가 어떤 균인지 정확히 모르겠어 불안했다.


2주 차: 건조 과정

누룩을 쪼개보니 내부 상태가 심각했다.

겉에서는 고소한 냄새가 났지만, 안쪽에서는 장 냄새, 메주 냄새가 올라왔다.

내부에는 수분이 남아 있고, 검정 곰팡이가 보이며, 황국균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결국 이번 시도는 실패로 돌아갔다.


원인 분석

이번 실패의 원인을 분석해보면 다음과 같다.

녹두 분쇄 문제: 너무 덜 익혀서 제대로 빻아지지 않았다.

누룩 성형 미숙: 반죽이 제대로 뭉쳐지지 않아 내부에 빈 공간이 많았다.

온습도 관리 부족: 적절한 발효 환경을 유지하지 못했다.


다음 도전은?

누룩 관련 교육을 받고 싶지만, 대부분 타지역에서 진행되어 당장은 어렵다.

그러니 다시 집에서 재도전해볼 계획이다.


더 철저한 준비와 장비 보완을 통해 이번 실패를 교훈 삼아 제대로 만들어서

나만의 가양주를 만들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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