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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etrospect Apr 18. 2023

남자친구를 이해하기 위해 "공감 능력 부족"을 검색했다

생각지 못한 결과에 눈이 뜨이다 4

다음에 할 얘기 역시 내가 그의 생활권에 있었을 때의 이야기다. 우리는 모처럼 휴가를 즐기기 위해 근교의 바닷가에 가기로 했다. 거기서 하고 싶은 액티비티를 위한 장비도 미리 준비했고, 맛있는 피크닉 음식도 마련했다. 

우리 갔던 실제 바닷가 아님.jpg

그 바닷가는 바다와 수영장이 혼합된 형식이었는데, 해변으로 시작해서 수영장처럼 양쪽에 담이 있고, 그 수영장의 끝은 뚫려있어서 바다로 이어지는 구조였다. 우리는 물에 들어가 보기로 하고 수영장 계단을 내려가려는데, 몇 계단 내려가기 전에 파도가 너무 심해서 넘어질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바닥은 온통 서릿한 색의 날카로운 바위 투성이었고 지레 겁을 먹은 나는 아무래도 해변가 쪽으로 들어가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열심히 걷고 걸어서 해변가에 다다를 즈음 뒤돌아 보니 이미 그는 멈춰 서서 나만 보고 있었다. 나에게 손짓하며 먼저 들어가라는 듯이 손을 휘저었다. 나는 왜 오지 않느냐고 외쳐봤지만 이미 거리가 좀 있었던 터라 잘 전달되지는 않았다.

그가 너무 해맑게 들어가라는 손짓을 하고 있어서, 나는 바다에 들어가서 이리저리 헤엄치는 모습을 보여주며 재롱을 떨었다. 그도 재미있다는 듯 미소를 보였고, 이내 지치고 외로웠던 나는 몇 분 안 되어 바다에서 나왔다. 나는 같이 스노클링을 하러 온 바닷가에 나 혼자 들어간 것이 의아해서 왜 오지 않았냐고 물었고, 그는 내가 먼저 신나서 가더라고 했다. 그리고 모래에 발에 묻는 것이 싫기에 자기는 애초에 그쪽으로는 들어갈 의향이 없었고, 파도가 치는 쪽은 네가 무서워하니 그냥 보고 있었다고 했다. 

나 역시 혼자 헤엄치기 위해 온 것이 아니고 너와 함께 놀기 위해 온 것이 주목적이니, 앞으로 무언가가 하기 싫은 게 있으면 나에게 알려주면 좋겠다고 했다. 그럼 나도 혼자 물에 들어가는 것을 피할 수 있을 테니. 그리고 우리는 다시 돗자리로 돌아갔다. 나는 온몸이 졌었고 모래가 묻어 돗자리에 눕기가 찝찝해 그 뒤 바위에 앉아있었고, 그는 돌아오자마자 밀짚모자를 얼굴에 덮어쓰고 누웠다. 그렇게 한참을 있다가 모자를 내리고는 인상을 찌푸리며 내게 말했다. 

'You look unhappy.'

맞다. 그렇게 행복하지만은 않았다. 나도 들어가고 싶지만 남자친구가 들어가고 싶은 계단 입구는 무서워서 내려가기 힘들었고, 해변 입구는 남자친구가 발에 모래 묻는다고 싫어하니 진퇴양난이었다. 

그래서 대답했다. 

'응, 완전 행복한 상황이라고는 할 수 없지. 나도 재미있게 잘 놀고 싶고, 애기들도 저 계단으로 잘만 내려가는데 그걸 못하고 있는 내가 너무 짜증 나.'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그런데 내 눈물 섞인 목소리를 듣자마자 그의 행동은 무섭게 변했다. 

'너를 네가 무서워하는 것을 하라고 강요할 마음 없어. 왜 거기서 울고 있는 거야? 나에게서 뭘 바라는 거지? 집에 가자, 난 집에 가고 싶어.' 

오늘의 휴가를 즐기려고 쇼핑도 다니고 운전해 온 시간이 무색하게 그는 내 눈물을 보자마자 집에 가고 싶다고 빨리 가자고 재촉했다. 나는 바닷물로 뒤덮인 몸을 씻어낼 시간도 없이 씩씩거리며 차로 향하는 그를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나도 더 이상의 인내심은 남아있지 않았다. 제멋대로 상황이 흘러가지 않으면 집에 가자고 떼를 써버리는 남자친구가 7살짜리 어린아이로 느껴졌고, 내 눈물이 측은의 대상이 아닌 혐오의 대상으로 느껴지는 이 남자의 곁에 있는 내가 불쌍했다. 우리의 패턴대로 집에 돌아가자마자 그는 바로 외출 준비를 하여 나갔고, 골프 연습장에 가서 머리를 식혔다. 낯선 타지에서, 그의 집에서, 나는 도저히 꾹꾹 눌러 담을 감정의 여유가 없었다. 나는 느지막이 돌아온 그를 붙잡고, 그가 그렇게도 싫어하는 대화를 하자고 설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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