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격은 몇 번쯤 바뀌어도 괜찮다

by 박하

지금까지 살면서 성격이 여러 번 바뀌어 왔다.


초등학교 시절의 나는 밝고 쾌활한 아이였다.

쉬는 시간이면 남자아이들과 어울려 달리기를 하고, 공을 차며 땀을 흘리던 말괄량이였다.

웃음이 많았고,

먼저 다가가는 데 주저함이 없었다.


하지만 중학생이 되면서 나는 전혀 다른 아이가 되었다.

사춘기라는 이름의 파도가 밀려왔고,

신체의 변화와 감정의 기복,

또래 관계의 미묘한 균열은 생각보다 컸다.

무엇보다도 친하게 지내던 친구들과

반이 흩어졌다는 사실이 나를 깊이 흔들었다.

그때의 실망과 외로움은 생각보다 오래 남았다.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했지만,

내 안은 깊은 바다 같았다.

차오른 감정의 물은 활기차던 나의 행동까지 삼켜버렸고,

나는 어느새 외향적인 아이에서

내향적인 소녀로 변해 있었다.

새로운 친구들 앞에서는 말수가 줄었고,

먼저 다가가는 일은 점점 어려워졌다.


다행히 음악을 좋아했던 덕분에, 음악으로 이어진 인연들이 간간이 나를 바깥 세상으로 끌어내 주었다.


대학생이 된 이후에도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다.

친구는 늘 소수였고,

한두 명과 깊게 지내는 정도가 전부였다. 평범한 일상을 살면서도 가끔은 생각했다.

누구와도 쉽게 어울리는 친구 H처럼,

나도 좀 더 밝고 자유로운 사람이 될 수는 없을까 하고.


지금의 나는 여전히 낯을 가린다.

처음 만나는 사람 앞에서는 쉽게 말을 꺼내지 못하고, 동공은 바쁘게 흔들리고 고개는 자연스레 숙여진다. 손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몰라 안절부절하는 나를, 나는 누구보다 잘 안다.

사람들은 처음 만난 자리에서도 술술 이야기를 이어가는데, 나는 여전히 그 시작 앞에서 머뭇거린다.


이 성격이 언제부터 이렇게 굳어졌는지는

어렴풋이 알 것 같다.

아마 중학교 시절, 마음의 문을 한 번 닫아버린 그때부터였을 것이다.

고쳐야지, 달라지고 싶다 생각하면서도 성격은 쉽게 바뀌지 않아 답답해질 때도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성격에는 나만의 장점이 있다.

관계를 시작하는 데는 시간이 걸리지만,

한번 이어진 인연은 쉽게 놓지 않는다.

끝까지 최선을 다해 지키려는 마음,

그것만은 내 성격이 가진 분명한 힘이다.


그래도 바람이 있다면,

낯을 조금 덜 가리는 아줌마가 되는 것.


어디서든 친구를 만들고 번호를 주고받는

친정엄마를 보면 신기하다.

나는 왜 엄마를 닮지 않았을까.

극도로 소심했던 아버지의 성향을 닮아서일까. 사람들은 나이가 들면 오지랖도 생기고,

부끄러움도 조금씩 사라진다고 말한다.


아직은 잘 모르겠다.

아마 조금 더 살아봐야 알수 있을 것 같다

성격은 몇 번쯤 바뀌어도 괜찮다.

그때의 나는

나를 더 자연스럽게 받아들일지도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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