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이 온다고 하면
나는 가장 먼저 ‘눈의 양’을 생각한다.
하늘에서 잠깐 날리는 정도면
그냥 지나가는 인사일 뿐이고,
발목이 묻힐 만큼 내려야
비로소 ‘눈이 왔다’고 느낀다.
작년 용평의 겨울을 경험한 뒤로는
경남권의 눈은 더 이상 설레지 않는다.
하얀 세상이 펼쳐지는 강원도의 겨울을 보고 나니
남쪽의 눈은 그저 스쳐 가는 바람처럼 느껴질 뿐이다.
우리 가족은 매년 겨울이면 스키장을 찾는다.
에덴밸리에서 시작해 무주, 웰팍, 하이원까지
전국의 스키장을 찾아 다닐 정도로
성실한 겨울 여행러였다.
그러다 작년, 처음으로 찾은 용평.
그 순간 다른 스키장은 내 기억 속에서 사라졌다.
눈이 많아서 좋았던 것도 있지만
사실 더 큰 이유는 나를 위한 공간이 있었다는 것.
스키는 무릎 때문에 포기한 지 오래라
늘 남편과 아이들을 따라가는 ‘보조자’ 역할뿐이었다.
하지만 용평에서는 달랐다.
남편과 아이들은 슬로프에서 즐기고
나는 평창 곳곳을 여행했다.
발왕산 정상에서 맞았던 바람,
중턱 눈밭에서 놀며 카메라 셔터만 눌러도 행복했던 시간,
올림픽 스타디움의 겨울풍경,
그리고 황태덕장에서 본 눈 덮인 장관까지.
그 모든 순간이 나에게는 작은 천국이었다.
그래서 올해도 무조건 용평으로 갈 것이다.
눈이 오든, 오지 않든 상관없다.
이번엔 엄마를 모시고 2박 3일 평창 여행을 할 예정이다.
이렇게 좋은 곳을 엄마에게 꼭 보여드리고 싶다.
눈이 내리면 더 좋고
눈이 내리지 않아도
평창의 겨울풍경만으로도 충분할 것이다.
작년의 기억들이 벌써 머릿속을 헤엄치며
나를 미소 짓게 한다.
추운 겨울은 싫어도
겨울을 기다리게 만드는 이런 모순도
가끔은 사랑스럽다.
올겨울, 용평에서 또 어떤 장면을 만날까.
생각만으로도 마음 깊은 곳이 환하게 밝아진다.
엄마의 웃고 있는 모습이 그려져
더 행복한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