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씩 깍이며 익숙해졌다

by 박하


8년째 같은 과목으로 프리랜서 강사를 하고 있다.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고

일에도 충분히 익숙해질 만한 시간이다.

그런데 문득 궁금해졌다.

‘익숙해진다는 건 어떤 과정을 거치는 걸까?’


이 일을 처음 시작하던 때로

조심스레 마음을 되돌려 본다.

시작은 아들이 초등학생이던 시절이었다.

아들을 위해 가르치던 과목이었고,

아이들이 옆에서 생각하며 문제를 풀어가는 모습이

이상하게도 재미있어 보였다.

마침 번아웃으로 회사를 그만두고

몸과 마음을 돌보던 시기였다.

정해진 시간에 출근하고 퇴근하는 삶이

더는 나와 맞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된 때였다.

그래서 나는

단 하루의 결심으로

프리랜서 강사가 되었다.


이전에도 강의 경험은 있었지만

과목에 대한 이해는 부족했다.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나도 함께 공부해야 했다.

어떻게 하면 더 잘 설명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더 쉽게 전할 수 있을까.

그 질문들 속에서

나는 천천히 배워갔다.


센터 한 곳에서

하루 두 타임의 수업.

생계에는 거의 도움이 되지 않는 시작이었다.

예전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수입이었지만

이상하게 힘들지 않았다.


하루를 제외한 나머지 시간들이

모두 내 것이었기 때문이다.

빈 시간은 취미로 채워졌고,

나는 그렇게 ‘쉼’에 익숙해졌다.


그리고 어느새

8년이 흘렀다.


시간은 강물처럼 흘러갔다.

강 아래의 바위가

자갈이 되고,

모래가 되고,

고운 진흙이 되듯,

나 역시

조금씩 깎이고

조금씩 다듬어졌다.


이제는

이 분야에 대해

조심스레 자부심을 말할 수 있을 만큼

경력이 쌓였다.

알음알음 강의 문의가 오고,

하고 싶은 강의는 선택하고

하기 싫은 강의는 거절할 수 있는

위치에 서게 되었다.


프리랜서라는 삶에도,

내가 가르치는 과목에도,

그리고 이런 나의 일상에도

익숙해졌다.


어쩌면

익숙해진다는 건

성숙해진다는 말과 닮아 있는지도 모르겠다.


사과가 익으면

더 달고 깊은 맛을 내듯,

나도 내 일에 익숙해지면서

조금은 더 부드럽게,

조금은 더 잘

해낼 수 있게 된 것 같다.


물론

익숙함이 나태함이 될 때도 있다.

하지만 다행히도

나는 다시 돌아올 수 있는 힘을

함께 얻었다.


한 가지 일을 오래 하다 보면

익숙해지고,

익숙해지다 보면

진화한다.

나는 지금

어떤 진화의 지점에 와 있을까.


내일도

나는 새로운 강의를 준비한다.

익숙해서 해낼 수 있지만,

늘 작은 변수는 남겨둔다.

그 변수는

‘더 잘하라’는 채찍이 되어

나를 다시 깨어 있게 만든다.


익숙함은

어쩌면

어려운 일을

조금 덜 어렵게 만들어주는 힘일지도 모른다.


내일의 강의도

나는

익숙하게,

그리고 조금 더 단단하게

해낼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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