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곱게 늙기는 나의 소망이 되었다.

가늘고 길게 늙어보자는 나의 소망이 웃을 수 있길

초록버튼이 깜박거리는 고주파 마사지기가 손에서 분주하게 움직인다. 피부를 따뜻하게 데워주는 것이 마치 손난로 같다. 좋은 기분을 타고 더욱 부지런히 손목을 움직이며 주문을 건다. ‘피부야 좋아져라. 피부야 탱탱해져라.’ 부위별로 4분씩 6번을 하다 보면 손은 아프지만 피부를 가꾸는 데 이만한 불편쯤이야 참을만하다.


 

나는 일주일 전에 ‘뉴아’를 구매했다. 그 말은 본격적으로 피부관리를 시작한 지 일주일이 지났다는 이야기다. 나의 피부를 위해 아끼고 아끼던 퇴직금으로 24만 원까지 긁었으니 말 다했다. 아직까진 큰 변화가 보이진 않지만 좋아질 거란 기대로 금액이 아깝진 않다.



6년 동안 아이들을 키우며 내 피부는 뒷전이었다. 최근 2년 동안은 세수와 로션도 일주일에 두어 번 하면 많이 한 거였다. 육아의 최고조인 마의 구간을 지나 둘째가 20개월 차가 되자 어린이집을 다니게 되었다. 비록 2시간이지만, 내겐 자그마한 숨통이 생겼다. 두 아이를 어느 정도 키우고 나서야. 그러니까 6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돌보지 못했던 나를 바라볼 여유가 생긴 것이다. 아이들의 침과 스티커가 덕지덕지 붙어 있는 거울 앞에 서서 나를 쳐다봤다. 맨 처음 눈에 들어온 건 얼굴. 이곳저곳 만져보고 눌러본다. 탱탱하던 내 피부는 어디로 갔을까. 이어서 내 손은 왼쪽 눈 아래에 가서 멈춘다. 조심스럽게 쓰다듬는다. 근 2년 사이 눈밑 꺼짐이 심해졌다.


 

더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게 다가오는 노화를 뒷짐 지고 쳐다볼 순 없었다. 숨 가빴던 육아로 돌보지 못한 피부에 이제라도 보답하고도 싶었다. 좋은 화장품, 일일 일팩 등 여러 방법도 있지만 근본적이며 과학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피부과를 다녀야 하는데... 비용이 만만치 않다. 예전에 피부과 상담을 갔을 때 시술 1회당 40만 원이라는 금액을 듣고 놀래서 돌아온 기억이 있다. 또한 피부과는 정기적으로 관리를 받아야 한다. 얼마냐 대체. 침이 꼴깍 삼켜진다.     



무거운 마음으로 유튜브를 검색하다 현직 피부과 의사의 뷰티 디바이스 선택법에 관한 영상을 보게 됐다. 그는 여러 가지 기기를 소개하고 있었다. 거기에 ‘뉴아’도 있었다. 그는 피부과와 고주파는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라고 강조했다. 피부과에서 유명한 ‘써마지’, ‘인모드’도 대표적인 고주파 장비들이라고. 고주파 기기의 특징은 표피 온도는 덜 올리면서 진피 온도는 많이 올린다. 그리하여 진피층의 혈액순환이 활발해지면서 세포 영양공급도, 산소 공급도, 활성산소와 노폐물 제거도 활발해진다. 무엇보다 콜라겐을 생성하는 섬유아세포가 활성화되면서 줄어든 콜라겐도 늘어나게 해 준다. 그래. 이거다!!



의사가 강추하는 ‘뉴아’를 만든 곳이 이스라엘이란 걸 들었을 땐 실망감을 감출 수 없었다. 내가 생각하는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과 분쟁 중으로 시끄러운 곳이고, 피부과 장비를 만들 만큼의 기술력은 모자라다고 생각됐기 때문이다. 그는 또랑또랑하게 말했다. 피부과 장비를 만드는 기술력은 이스라엘이 최고라고. 오. 나의 무지여. 나는 보기 좋게 한방을 먹었다. 이렇게까지 당차게 피부과 의사가 추천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거라는 생각에 미치자 마음이 한쪽으로 경사를 이루며 쏠리기 시작했다. ‘뉴아’는 거기다 뷰티 디바이스 중 유일하게 미국 FDA, 유럽 CE 인증을 받은 의. 료. 기. 기 임을 강조했다. 완전히 쏠려버렸다.   

  


포털사이트에서 ‘뉴아’를 검색하다가 동공이 멈칫했다. 가격이 자그마치 60만 원.... 비싸도 너무 비쌌다. 내게 남아있는 퇴직금이 90만 원이긴 하지만, 그거 하나 사려고 아끼고 아껴 쓰던 퇴직금을 탕진할 순 없었다. 씁쓸한 마음으로 인터넷 창을 껐다. 아이들을 돌보면서도, 설거지를 하면서도, 밥을 먹으면서도 뇌리에서 ‘뉴아’가 지워지지 않았다. 끝내 지를까라는 충동이 승리의 깃발을 펄럭 펄럭 흔들 즈음 갑자기 차선책이 퉁 하고 머리를 쳤다. 부랴부랴 ‘당근 마켓’ 어플을 켜서 간절한 마음으로 ‘뉴아’를 검색했다. 있다. 뉴아가. 그것도 절반도 안 되는 가격에.



그리하여 내 손아귀에 ‘뉴아’가 들어오게 된 것이다. 불과 2~3년 전만 하더라도 스킨, 로션, 영양크림만 바르며 자연스럽게 늙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근데 내 나이 36세에 실제로 맞닥뜨린 노화를 마주한 감정은 이상야릇했다. 이 감정을 무어라 설명할까? 속상함보단 서글픔에 가깝고, 앞으로의 늙어감을 받아들일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과 두려움이라고 할까. 아이들을 키우며 반납한 탱탱한 젊음이 아쉬웠고, 가꾸지 못한 것이 후회됐다. 안다. 그때로 돌아간대도 관리하지 못하리란 걸. 맨 정신이 아니므로. 그래서 지금부터라도 소중한 나를 돌보자고 다짐했다.



아프면 참지 않고 병원에 가고, 최소한의 운동을 하고, 영양가 있는 음식은 못 먹되 영양제는 빠짐없이 챙겨 먹으며, 나의 피부에도 정성을 다하는 것. 난 건강하면서도 곱게 늙어가고 싶다.  피부과 장비보단 성능이 낮은 ‘뉴아’지만 오래 꾸준히 사용하다 보면, 어차피 생길 주름이더라도 조금은 더디게 생기지 않을까. 가늘고 길게 늙어보자는 나의 소망이 웃을 수 있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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