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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자녀 이상이면 기저귀도 지원해준다니

참 좋은 세상이다.

"너 그거 알아? 기저귀 바우처? 나도 신청했는데 됐어! 너도 될 거 같은데 한번 알아봐! 한 달에 6만 4천 원씩 지원받는데. 이게 한 번에 세 달치가 입금되거든. 기저귀 살 때 바우처 이용해서 사면 완전 쏠쏠해!"



Y가 전화해서 부랴부랴 내게 말했다.

‘정말? 대박!’이라고 리액션은 했지만, 속으론 딴생각을 했다.

‘에이... 뭐야. 내가 되겠어?’

여느 육아 지원 정책과 같이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에 한해서만 지원되는 거라 여겼고, 잊어버렸다. 내 마음을 들키기라도 한 듯, Y는 다음날에도, 그다음 날에도 문자와 전화로 닦달했다. 왜 그렇게 유난인 건가 싶었다. 무심하게 부천 맘 카페에 들어갔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기저귀 바우처’를 검색했더니, 아니 글쎄! 글이 수두룩했고, 받은 사람도 많았다. 다들 어서어서 신청하라고 난리였다.


 

‘설마 나도?’ 갑자기 마음이 바빠졌다. 지원 대상 여부는 건강보험료 기준으로 측정됐다. 우리 가족의 건강보험료가 얼마가 나가는지 몰랐다. 어떻게 알아볼까 고민하다 보니 귀찮아지면서 머리도 아파왔다. 제일 쉬운 방법은 건강 보험공단에 전화 걸어 문의하는 것. 콜센터 직원은 상냥하게 인사했다.

“네 안녕하세요. 저기... 저희 가족 건강보험료 납입 금액을 알고 싶은데요.”

밝고 높은 톤의 콜센터 직원은 명확하게 금액을 알려줬다. 138,820원.



기저귀 바우처 5인 가족의 건강보험료 기준인 153,400원을 넘지 않았으니 자격 조건에 맞았다. 뜨악. 정말 되네? 아쉬운 점은 24개월까지만 지원이 된다는 것. 우리 둘째가 20개월이니까 고작 4개월이 남았다. 이래서 Y가 유별나게 닦달했던 거구나 싶었고, 갑자기 너무너무 고마워졌다. 주민센터에 전화를 걸어 구비 서류를 물어봤더니 부부 신분증만 있으면 된단다. 다음 날 부랴부랴 신랑 신분증까지 들고 주민센터로 출동했다.


  

주민센터 2층은 평일인데도 사람들이 바글바글 했다. 기저귀 바우처를 담당하는 부서인 희망복지과 창구 앞엔 다행히 사람이 없었다. 슬그머니 직원 앞에 갔다. “저기. 안녕하세요. 기저귀 바우처 신청땜에 왔는데요.” 뾰로통한 표정의 담당자는 말도 없이 전화기를 귀에 댔다. 뭐야. 내가 문의하는데 전화기를 들다니. 통화가 끝나자 그녀는 말했다. 기저귀 바우처 담당자가 올 테니 잠시 기다리라고. 그녀는 다시 모니터를 쳐다보며 키보드를 쳤다. 좀 밝고 성의 있게 응대해주면 안 되나. 속으로 불평했다.     



조금 있다. 담당자가 왔다. 아까 담당자와는 달리 사근사근하고 친절했다. 내게 인사 한 그녀는 부부 신분증을 가져갔다. 혹여나 조건이 안된다고 말하는 건 아닌지, 잘못 알아보고 온 거라 말하는 건 아닌지 염려하며 초조하게 기다렸다. 5분도 안돼서 그녀는 한 장의 서류를 가지고 왔다. 그녀가 오자마자 나는 물었다.

"자격이 되는 건 맞나요?"

"네! 되네요. 여기 표시한 항목만 작성해주세요."     



나를 조여오던 긴장이 순식간에 푸 하고 풀렸다. 휴. 종이 앞뒤로 체크된 부분을 정성스레 작성한 후 나는 그녀에게 기저귀 바우처에 관해 물었다. “제가 기억하기론 분명 기초생활 수급자에 한해서만 지원됐던 거 같은데 아니었나요? 그리고 대체 언제 변경된가요?”


그녀는 작년까지는 기초생활 수급자, 차상위계층, 한부모가정에 한해 지원되다가. 올해. 그러니까 2020년부터는 지원 대상이 대폭 확대돼서 기준 중위소득이 80% 이하, 장애인 가구, 다자녀(2인 이상) 가구도 지원 대상에 포함된다고 말했다. 지금이 4월이니까. 4개월 전에 변경된 거다. 문득 맘 카페 글들이 생각났다.

‘OO맘님 알려줘서 고마워요. 덕분에 기저귀 바우처 받네요!^^’

‘진작에 알았으면 좋았을걸! 왜 이런 건 홍보를 안 한대요?’     



그녀들은 서로가 서로에게 ‘기저귀 바우처’의 변경된 내용을 공유하며 혜택을 받고 있었고, 나 역시도 Y를 통해 알게 됐다. 대대적인 홍보가 없어서 엄마들은 스스로 입에서 입으로 공유하기 바빴다. 더 많은 엄마들도 안다면 얼마나 좋을까. 지금이라도 홍보 좀 해주지.


딴생각 중에 담당자는 작성된 서류를 집어가며 인사를 했다. 승인은 이틀 걸린다는 말과 함께.

1층으로 내려오자마자 흥분을 주체할 수 없었다. "우아~ 대박! 대박!" 큰 소리로 환호할 거 같아 입을 틀어막았다. 살림에 보탬이 되는 일을 해낸 내가 대견하기도 했다. 왜 이제야 알게 됐을까. 진작 알았다면 좋았을걸.     



둘째가 20개월이 된 지금에서야 알게 된 게 안타깝지만 모르고 지나갔다면 땅을 치며 속상할 뻔했다.
신랑에게  문자 했다.

‘우리 기저귀 바우처 해당된대! 이번 달 기저귀 결제하지 마! 이걸로 하자’

이어서 Y에게 감사의 전화를 걸었다.

“Y! 진짜 고마워! 네 덕이야! 네가 전화 왔을 때 왜 귓등으로 들었나 몰라. 그때 진작 할걸! 진짜 너무 고마워!”

그리고 난 집에 오기까지 바빴다. 친구, 지인들에게 문자하고 전화했다. 이 엄청난 정보를 전달해야 하는 것이다. 다들 ‘뭐야? 그게?’라는 반응을 보이다가 ‘우와~ 대박’이라는 반응으로 바뀌며 서둘러 알아보겠다고 했다.      



한 시간 후 기저귀 바우처 보건소 담당자한테서 전화가 왔다.

“승인 났어요. 내일부터 사용 가능해요. 총지원금은 256,000원이에요. 그리고 8월 21일까지 지원되네요”

이어서 지급방식과 사용 방법에 대해 설명해줬다. 한 달에 6만 4천 원이 지원되고, 세 달치가 한 번에 지급된다고. 오프라인 사용처는 이마트, 노브랜드가 가능하며, 온라인일 경우 카드사마다 다르다며 그녀는 내게 국민행복카드가 어디 거냐고 물었다. 농협이라고 말하자, ‘우체국 쇼핑몰, G마켓, 옥션’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다음날 한통의 문자가 날아왔다.




참 좋은 세상이다. 기저귀도 24개월까지 나라에서 지원해준다니. 아직도 개선되야할 근본적인 문제들은 즐비 하지만, 지원 제도는 분명 좋아졌다. 이건 부정 못하겠다.


‘출산 장려금, 아동수당, 보육료 지원, 양육비 지원, 출산 휴가비, 육아휴직비, 예방접종 지원, 2017년부턴 생후 6개월 이상~59개월 이하는 독감 접종도 무료 접종이 되었다.’


옛날엔 생각조차 못했던 정책들. 근본책은 쉬이 해결되긴 어렵더라도. 차선책이나마 내겐 쏠쏠한 위안이 된다.

남은 4개월이라도 부담 없이 기저귀를 구입할 수 있다는 생각에 마음은 한없이 들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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