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2월 초 가정보육 1주
2월 말 가정보육 6주
11월 말 가정보육 8주.
코로나로 옥신각신 하다 보니 어느새 1년이다.
확진자 동향에 따라 등원 여부를 결정하고, 코로나의 변수로 일을 구하지 못한 1년이기도 했다.
신랑과 어머니는 말한다.
"너라도 집에 있으니까, 우리가 맘 편히 일을 다녀. 만약 너까지 일을 다녔으면, 어쩔 뻔했니."
맞다. 나라도 집에 있으니 코로나 상황에 맞게 아이들을 돌보기에 신랑과 어머니는 영향 없이 출근한다. 다행일 수 없다. 근데 1년 동안 코로나 상황을 경계하고 살피다 보니 내가 너덜날 지경이다. 동네에 확진자가 발생했다는 문자라도 오는 날이면, 너덜하다 못해 생살이 뜯겨나가듯 괴롭다.
체력은 체력대로 마음은 마음대로 지치고, 지치고, 지치다.
얼마나 참고, 얼마나 애쓰고, 얼마나 견뎌야 할까?
몇 곱절 힘든 건 정확한 데드라인이 없다는 거다. 데드라인이라도 있었다면 덜 힘들었을 것이다. 언제일지도 모를 그 날을 기다리다 보면 마음엔 구김살이 지고, 무기력은 덤으로 온다.
세상도 절규와 신음으로 뒤숭숭하다. 코로나 우울증을 겪는 이들이 많다 보니 전문가들은 극복법을 영상으로, 글로 알린다.
몸과 마음의 상태를 알아차리세요.
몸과 마음을 최대한 고요하게 안정시키고 회복할 시간을 가지세요.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는 나만의 활동, 특히 몸을 쓰는 활동을 하세요.
자신의 몸과 마음에 긍정적 기운을 불어넣어 주는 활동을 하세요.
< '코로나 스트레스 극복을 위한 마음 처방'>
<서울시 Covid19 심리지원단(http://covid19seoulmind.org/prescription/4187/)>
나 역시 따라 해 본다. 아이들이 잘 때 1~2시간 일찍 일어나 책도 읽고 글도 쓰며 마음을 돌본다. 아이를 등원시킬 땐 새벽에 충전한 에너지가 하루 종일 가서 나름 만족이다.
문제는! 가정보육 때다.
아이들과 복작거리다 보면 2시간 동안 충전한 에너지는 30분도 안돼서 방전된다. 남은 하루를 어찌 견딜까. 데친 시금치처럼 축 늘어진다. 하루 종일 아이들과 지지고 볶다 보면 몸과 마음을 돌볼 시간도, 여력도 없다.
내 일상이 결핍될수록 마음은 콩알만 해졌다. 인내심의 한계와 자제력의 고갈로 화는 순간순간 솟아올랐다.
대체 어떻게 화를 누그러 트린담!?
우스운 말일지도 모르지만, 그때마다 친구는 물론이고 블로그, 브런치 벗들에게 큰 힘을 받았다.(지금도 마찬가지다)
화가 거하게 솟아올라치면 아이들과 잠시 떨어져 인터넷 세계로 빠진다. 거기엔 나와 같이 육아 격전지에서 사투하는 엄마들이 있다. 육아의 고통을 아는 그들은 동료이자 선배다. 그들의 격려에 나는 힘을 받는다.
'너도 아프냐, 나도 아프다.' 한마음 한뜻으로 연결된 느낌. 나와 함께 지금의 시국을 건너는 전우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쓸쓸하지 않고 서럽지 않았다.
그들은 나의 괴로움을 한풀 꺾어주다 못해, 찢어질 듯한 고통을 꼬매 주고 어루만져 주었다.
'(가정보육) 그냥 즐겨요.' , '아이들과 이참에 좋은 추억 만들어요.' , ' 엄마가 정신 단디 잡아야 해요'라는 말 대신 '오늘 저도 애들에게 소리쳤어요.', '저도 미칠 거 같아요', '힘들 땐 어린이집에 보내요. 엄마가 먼저 살아야죠'라고 말해주는 이들이 눈물 나게 고마웠다.
내게 필요한 건 고무적인 조언과 지적이 아니라, 폭풍같이 휘몰아치는 감정을 알아주는 것이었다.
정책적, 행정적 지원도 중요하지만 실제로 내게 와 닿는 것들은 이런 거였다.
'워킹맘'도 마찬가지일테다.
'이 시국에 일을 다녀야 해요?', '아이한테 미안하지 않아요?', '아이는 어떡해요.'라는 말보다, '저도 그맘 알아요', '어쩔 수 없잖아요.' 같은 말이 힘이 되지 않을까.
정혜신 박사의 <당신이 옳다>엔 공감의 중요성을 수 차례 언급한다.
거의 모든 심리적 어려움의 원인을 뇌에서 찾고 있는 이 시대에 나는 공 모양의 물통처럼 소박하지만 강력한 위력을 지닌 심리적 힘을 말하고자 한다. 그 힘은 즉시 작동한다. 약물치료보다 더 빠르게 사람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다. 삶의 고통에 실질적으로 대처하는 실용적인 힘이다. 그 힘의 중심이 공감이다.
(중략)
이것은 부유하든 가난하든, 강자든 약자든, 많이 배웠든 못 배웠든, 노인이든 아이든 누구에게나 적용된다. 공감이 뭔지 제대로 알게 되면 종이에 접은 새가 비둘기가 되어 날아가는 마술을 마음에서 경험하게 될 것이다.
- <당신이 옳다, 정혜신> 중에서
마음이 불안하고 지칠수록 나와 결이 맞는 사람의 공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들은 각자의 자리에 있지만 우린 이어져 있다. 서로서로 공감하며 받쳐줄 때 무너지지 않고 나아갈 수 있다. 나는 오늘도 그들에게 힘을 받으며 거친 육아 전선을 헤쳐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