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말이 가정보육을 버티게 했다
"본인을 너무 자책하지 마세요!"
TvN <미래수업>에 나온 노규식 박사가 별을 응시하며 말했다.
그 말을 들은 별은 손을 입에 갖다 대며 눈을 질끈 감았다. 다시 눈을 뜬 그녀의 눈가는 촉촉했다.
"계속 실패할 거지만 계속 시도하겠다는 마음가짐이 중요해요. 그 마음가짐만 가지고 있으면, 이 어려운 시기 아이들과 함께 잘 헤쳐나가실 수 있을 겁니다"
노규식 박사가 마저 말하자 별은 다부진 표정을 지으며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 화면을 보고 있던 나도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가정 보육 중에 나를 돌아봤다. 갑자기 뜨거운 화산처럼 폭발했고, 입도 떼기 싫을 때면 아이들이 불러도 침묵했으며, 이유 없이 아이에게 짜증 냈다. 그 모든 순간 난 분명히 알고 있었다. 이렇게 하면 안 된다는걸.
그럼에도 매번 생각했다. 다음번엔 좀 더 참겠다고. 그때마다 한숨을 셨다. 그런 내가 한심했고, 실망스러웠다.
가정 보육 때 나를 곱절로 힘들게 한 일은 어디 놀러 나갈 수가 없었다는 거다.
키즈카페라도 가서 아이들을 풀어놓을 수만 있다면 이렇게 힘들진 않았을 테다.
집에 콕 박혀 아이들과 지내는 것보단 훨씬 나았을 테니까. 그런데 코로나란 무시무시한 녀석은 용납하지 않았다.
날이 밝아 오는 게 두려웠다. 두 아이와 뭘 하며 하루를 보내야 할지, 어떻게 놀아줘야 할지, 뭘 먹여야 할지 고민의 연속이었다.
틈만 나면 집에서 할 만한 놀이를 검색했다. 되도록 재료가 간단하고 쉬운 놀이를 찾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그중에 아이 반응이 좋았던 놀이를 여러 번 시도했다. 그렇지만 여러 차례 할 수도 없었다. 아이가 싫증 냈으니까. 그럼 또 다른 놀이를 찾아 인터넷을 헤맸다.
밥은 또 어떤가.
나름대로 소불고기를 만들면 첫째는 안 먹겠다며 짜증 내고, 둘째는 고기를 껌처럼 잘근잘근 씹었다. 첫째가 가장 좋아하는 짜장밥을 만들면 첫째는 잘 먹었지만 둘째는 도망 다니며 얼굴을 휙 돌렸다.
두 아이가 다 잘 먹는 계란 프라이를 만들면 첫째는 자기가 원하는 모양이 아니라며 입을 삐쭉 내밀었다. 아이들에게 내쳐지는 음식을 마주할 때면 내가 왜 이 짓거리를 하고 있나 싶었다.
그래서 이 짓은 가정 보육 3주 차에 무너졌다. 3주 차부턴 체력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견디기 버거웠다
"대체 언제 끝나는 거야?"
"대체 언제까지 버텨야 해?!"
그 누구도 알 수 없는 데드라인이 야속했다
그런 와중에도 첫째와 둘째는 싸웠고, 짜증 냈고, 투정 부렸다. 나는 숨을 공간이 필요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TV를 원 없이 보여줬다. 두 아이가 화면에 빠져 있을 때나마 혼돈에서 벗어날 수 있었으니까. 쌓여 있는 설거지도, 온 집안에 널브러져 있는 장난감도 중요한 게 아니었다.
'근데! 애들은 왜? TV를 원 없이 보여준대도 보다 마는 거지!?'
어느새 첫째는 내 옆에 와서 온몸으로 바닥을 닦으며 말했다.
"심심해"
그럼 둘째는 내 손을 잡아 끈다. TV를 며칠이고, 몇 시간이고, 원 없이 보여준다는 데 왜 쉽지 않은 걸까.
TV 틀어주는 것도 맘처럼 안되던 어느 날, 눌러왔던 감정이 폭발하고 말았다. 덜컥 겁이 났다. 나는 부리나케 안방으로 들어가 문을 잠갔다. 애들이 부르든 말든 이불을 입에 갖다 대며 '악~~악~~~~~으악~~~~!' 괴성을 질렀다. 목이 찢어질 거 같았지만 내 안에 부글대는 이 녀석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 녀석을 없애기 위해 나는 더욱 힘껏 괴성을 질렀다. 애들은 문을 두드리며 나를 불렀다.
"엄마~ 엄마~"
두 아이는 더 심하게 문을 두드렸다. 이불을 입에 더욱 바짝 갖다 댔다. 괴성을 몇 번 더 지르곤 떼지지 않는 입으로 애들에게 말했다.
"엄마 잠깐만 화 좀 풀고 나갈게'
첫째는 알겠다며 돌아섰지만 둘째는 점점 심하게 울었다.
내 안의 분노와 둘째의 울음소리는 한 데 어우러졌다. 질식할 것만 같았다. 화도 내 맘대로 풀 수 없다니. 내겐 분노를 풀 시간이 필요했으나, 여의치 않았다. 그날따라 벗어나고 싶어도 벗어 날 수 없는 엄마라는 자리가 온몸을 짓눌렀다. 이러다가 몸뚱어리도 먼지처럼 사라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날부터 며칠 후, <미래수업>을 본 건 천만다행이었다.
노규식 박사는 코로나 가정 보육 중엔 특히나 부모의 정서적 안정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래야 아이들을 포용할 수 있다고.
부모의 정서적 안정을 위해선 스트레스를 풀 시간이 필요하다. 혼자만의 영화, 독서, 산책, 만남 등이 이것에 해당되는데 코로나 가정 보육은 이것을 모두 앗아갔다. 그래서 이 시기 부모들은 뚜껑 닫힌 가마솥 안에서 계속 열만 오르는 상황인 거다.
노규식 박사는 그런 부모의 상황과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았다.
그가 별에게 말할 때 나 역시 울었다. TV로나마 엄마의 상황과 마음을 알아준 그가 고마웠다. 험난한 가정 보육 중에 가장 필요한 말이었고, 극한 육아에 지친 나를 꽈~악 안아주는 말이었다.
그 후로 노규식 박사의 말은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남은 가정 보육을 버텨내는 데 그의 말은 큰 지지대가 되었다. 그 말 하나가 남은 가정 보육을 버티게 했다.
"본인을 너무 자책하지 마세요! 계속 실패할 거지만 계속 시도하겠다는 마음가짐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