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아이보다 먼저 잠들어버렸다

엄마의 시간은 대체 어디로

하루의 끝을 향해 아이와 나란히 누워 잠들 준비를 할 때면 절대로 먼저 잠들지 말아야지라는 다짐을 한다. 컴컴한 어둠 너머로 옆에 누운 아이는 이리 뒤척 저리 뒤척거렸다.

등 한번 긁어 달랬다가, 손 잡아 달랬다가, 언제 해가 뜨냐고 물어봤다가, 춥다고 오들오들 떨며 가상한 연기를 펼쳤다.

등 긁어주고, 손 잡아주고, 이불을 덮고 나서도 많은 시간 뒤척거리는 아이.

나는 아이가 잠들면 여유롭게 맥주 한 캔 하며 드라마나 독서로 고된 하루의 보상을 받을 생각에 조급했다. 결국 참다못해 엄마는 잘 거니까 말 걸어도 말할 수 없다고 엄포를 놓는다.

그렇지만 쉽게 잠들 거 같지 않은 아이. 한동안 둘째가 어머니와 자지 않았다면 더 힘들었을거라고 생각하며 아이가 자고 난 후의 꿈같은 시간을 상상하며 버텨본다.



그러다 누군가 나를 깨운다. 야근을 하고 새벽에 들어온 남편이었다.

"여기서 이렇게 자지 말고, 여보 자리로 가서 편하게 자."

시계를 보니 새벽 2시.

"헉!! 뭐야!! 잠들어 버렸잖아!!! 대체 언제 잠든 거지!!"

아이야 평소처럼 11시 전에는 잠들었으려니 하지만, 나는!! 나는!! 대체 언제 잠들어 버린 건지 기억도 나지 않았다. 그렇게 안 자겠다고 버텼건만....



이제라도 보상을 받기엔 늦은 시간이 되어 있었다. 아쉽지만 지금 자지 않으면 피곤에 찌든 채 하루를 보내야 한다. 꿈꾸었던 엄마의 시간을 훨훨 날려 보내야 하는 건지 갈등이 된다.

꿈나라를 여행하는 첫째를 보니, 만세를 하며 거친 파도를 건너듯 이불을 넘고 있다.

이불을 목까지 덮어주고 어그적 일어나 피곤으로 얼룩진 하루를 보낼 감당이 없어 내 자리에 눕는다.

잠을 청해 보지만, 시계만 똑딱똑딱 흘러가고 정신은 또렷하다.

아이처럼 이리 뒤척 저리 뒤척, 가려운 곳도 긁어보고 눈도 감아보지만 잠이 영 오지 않아 결국 스마트폰을 켠다.

오늘의 핫이슈도 살피고, 아이쇼핑도 한다.



그러다가 일어나 앉는다.

'이럴 바엔 지금이라도 시간을 가져봐?!'

잠을 못 잔 피곤함은 어찌어찌 감당하리라 주먹을 불끈 쥐며, 어둑한 시간에 느지막이 내 시간을 가지기로 한다.

인터넷도 하고, 책도 읽다 보니 밤은 더욱 깊어졌고, 엄마의 시간도 깊어져 갔다.

어느새 창문으로는 푸릇한 새벽빛이 아침을 향해 두 팔 벌려 맞이하고 있었다.



세상의 모든 엄마들은 똑같을 것이다.

자유의 시간은 엄마의 틀을 벗어나게 해주는 유일한 탈출구라는 걸. 그래서 더욱 절실하고 소중하다는 걸.

육아를 하면서 뒤늦게야 자유라는 것이 그토록 찬란한 것인지 절절히 깨닫는다.

독립운동가들이 자유를 위해 한 목숨 바쳐 투쟁했던 이유도 모두 온전한 자유와 내 나라를 되찾기 위해서였다. 그토록 자유라는 것은 한 인간의 삶을 지탱하고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근본이다.



졸리면 낮잠 자고, 혼자 무턱 대며 걷고, 지루해서 소파에 털썩 누워 리모컨을 이리저리 돌리며 TV를 멍하니 바라보고, 나가고 싶으면 언제든 원할 때 외출할 수 있는 것도 모두 자유.

내 삶과 일상에 찰싹 붙어있어 쳐다보지 못했지만 떼어내고서야 휑한 추위가 느껴지듯 자유가 떠나니 휑한 삶과 서러운 현실의 추위를 체감하게 되었다.

육아를 하지 않았다면 깨닫지 못했을 진실.

일상의 자유가 얼마나 값지고 찬란한 것인지 잃고 나서야 뒤늦게 깨닫고 마는 안타까운 아이러니.

늦지 않은 나이에 자유의 소중함을 일깨울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위안이라도 삼아 본다.

내일은 아이들보다 먼저 잠들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자리에 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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